꼬일 대로 꼬인 코인세 (上)
석 달 앞둔 가상자산 과세…'강행→신중', 정부의 기류도 달라졌다

내년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과세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 과세 체계에 대한 우려, 투자자 반발 등 변수가 두드러진 탓이다. 강행 의지를 내보였던 정부도 의견 수렴을 강조하며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 현재로선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지만, 제도 보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국회에서 제기되는 의견, 전문가와 업계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폭넓게 수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과세 원칙을 고수하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의견 수렴에 방점을 찍고 과세 유예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재경부 관계자는 "과세 유예를 전제로 한 표현은 아니고 폭넓게 의견 수렴해야 한단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연 250만원까지 기본공제 후 20%(지방세 포함 22%)의 세율로 과세하는 제도다. 당초 2022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과세 인프라 등의 문제로 지금까지 3번의 유예 과정을 거쳤다.
추가적인 입법 절차가 없다면 내년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진다. 하지만 과세 체계의 문제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에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형평성 문제, 탈중앙화거래소를 활용할 때 생길 과세 회피 문제, 국가별로 시행 시기가 다른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 따른 엇박자 문제 등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최근 세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논란이 있는 가상자산 과세를 서두를 필요가 있냐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도 국회에서 진행 중인 관련 토론회와 재경부의 자체 의견 수렴 상황 등을 살펴보며 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한다는 방침을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점이 확인될 경우 제도 보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히 주요 정책 시행을 앞두고 여론을 검토·수렴하고 긴밀하게 소통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제도의 취지를 명확하게 알릴 것을 각 부처에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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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권 관계자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그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만약 문제가 발견된다면 당연히 강행하기보다 법 개정을 포함해 보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500만원 손실인데" 세금 떼간다?...'코인세' 연기 목소리 커지는 이유
-손실금 이월공제에 대한 문제…과세 사각지대 우려도 존재

'코인세'로 불리는 가상자산 과세는 예정대로라면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그 '예정'이라는 게 이미 몇 번 바뀌었다.
가상자산 과세가 결정된 건 2020년이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과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과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과세 인프라 구축하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과세는 2022년 1월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과세를 앞둔 2021년에도 과세 인프라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과세 시기를 2023년 1월로 한 차례 미뤘다. 이때부터 가상자산 과세는 연기 결정을 반복했다.
2022년에는 과세 시기를 2025년 1월로 다시 연기했다. 루나·테라 사태 등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투자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던 시기였다.
2024년에도 연기 논의가 있었다.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폐지 논의와 맞물렸다. 결국 가상자산 과세 시기는 2027년 1월로 연기됐다. 지금까지 이뤄진 유예·연기 결정만 총 3번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직 구체적인 유예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세금 정책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에서 "일단 내년에 시행해보면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 기본원칙에 따라 예정대로 2027년부터 과세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 입장과 달리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제도의 허점, 과세 인프라의 한계 등이 쟁점으로 부각된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과세 대상은 양도·대여로 발생하는 소득이다. 가상자산 소득이 연간 250만원 이하면 과세하지 않는다. 그 이상의 소득에 대해선 250만원을 공제하고 20%(지방세 포함하면 22%)의 세율로 과세한다.
특히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손실금을 이월공제하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과거 손실을 다음 해 수익에서 빼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가령 올해 1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내년에 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면, 총 500만원의 손실을 본 것이지만 내년 수익 500만원에 대해 과세한다.
금투세와 관계도 쟁점으로 꼽힌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연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의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율로 투자자에게 물리는 세금이다. 2023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투세는 도입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됐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교수)은 "금투세는 폐지됐는데 가상자산만 과세를 예고하면서 정책에 대한 형평성이 어긋나는 상황"이라며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젊은 층의 반발로 정부가 (과세 시기를) 미룰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과세 인프라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탈중앙화 거래 및 장외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보고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과세당국이 모든 거래를 파악해 과세하는 것에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거래에 대한 사각지대 문제는 내년부터 실시되는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로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캐나다·스위스·싱가포르·홍콩 등 29개국은 2028년, 미국의 경우 2029년에 첫 정보교환을 시작하는 등 엇박자 우려는 여전하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각국이 참여하는 연도가 다른 상황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며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로 빠져나간 투자자가 많은 상황으로, 투자자들도 과세 회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이 부총리도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에 대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나갈까 한다"며 과거와 결이 다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