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인터넷의 괴물 사냥꾼들②

[MIT] 인터넷의 괴물 사냥꾼들②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2015.02.23 06:05

MIT Technology Review 제휴

[MIT] 인터넷의 괴물 사냥꾼들①에서 이어집니다.

스웨덴 유명 인사들을 포함해 아브픽슬라트 이용자의 실명을 공개한 엑스프레센의 당시 홈페이지 (제공: 엑스프레센)
스웨덴 유명 인사들을 포함해 아브픽슬라트 이용자의 실명을 공개한 엑스프레센의 당시 홈페이지 (제공: 엑스프레센)

Make the Unknown Known

리서치그룹의 공동 창립자이자 사실상의 리더인 마르틴 프레드릭손은 큰 키, 짧게 자른 머리에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가진 34세 남성이다. 트위터에는 간혹 그가 과거에 전투적인 인종차별 반대 활동가였음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온다. 필자는 언론인을 위한 공공기록서비스 피스카투스(Piscatus) 사무실에서 프레드릭손 기자를 만났다. 방 하나로 이뤄진 이 사무실은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다. 피스카투스 이사회 의장으로 프레드릭손 기자를 오랫동안 알아온 로베르트 아스베리 기자는 그가 훌륭한 언론인이며 리서치에 뛰어나지만 “제대로 꾸며진 공간에 있는 모습을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아스베리 기자의 말대로 사무실은 휑한 느낌마저 들었고, 장식이라고는 스파이스걸스 포스터뿐이었다.

프레드릭손 기자는 컴퓨터의 듀얼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리서치그룹의 아브픽슬라트 이용자 추적 작업을 관리하기 위해 자신이 구축한 인트라넷에 로그인했다. 리서치그룹 멤버들은 보통 각자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필요한 경우 다른 멤버들과 협조하는 등 분산형으로 움직인다. 현재 멤버는 모두 10명으로, 심리학과 대학원생, 언론학과 대학생, 초등학교 사서교사, IT산업 전문 인터넷 기자, 병원의 환자이동 담당 직원 등의 자원자로 구성돼 있다. 서로 협조할 일이 있을 때는 인터넷 채팅방과 위키를 이용한다.

하지만 댓글 3백만 개, 계정 5만 5000개 규모의 아브픽슬라트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중앙집중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인트라넷의 대문 이미지는 이것이 방대한 작업이라는 사실을 코믹하게 표현한다. 말 두 마리가 건초더미에 머리를 파묻은 채 “뭐 좀 찾았어?”, “아니”라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리서치그룹은 특히 위협적인 인터넷 트롤 한 명의 정체를 밝혀내는 지난한 과정에서 창립됐다. 사건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레드릭손 기자와 친구 마티아스 바그는 누군가 정부에 익명으로 바그에 관한 정보를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보를 요청한 사람은 회신 주소는 스톡홀름의 우체국 사서함이었다.

당시는 그의 정체를 알 수 없었는데 1년 후, 두 사람은 우연히 얻은 교도소 소식지에서 노동조합 활동가를 살해해 수감된 악명 높은 네오나치 함푸스 헬레칸트가 바로 그 사서함 주소를 사용하는 것을 알게 됐다. 헬레칸트가 출소한 2007년부터는 누군가 바그 등 좌파 활동가들에 관한 정보를 얻어내려는 글을 스웨덴의 네오나치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명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프레드릭손 기자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3년간 헬레칸트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활동을 샅샅이 추적했다. 프레드릭손 기자는 그가 “마치 나치운동의 정보요원처럼 활동하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에 맞서는 활동에는 전통적인 언론의 취재 방식과 혁신적 데이터분석이 함께 사용됐다. 그러던 어느 날 스톡홀름 이곳 저곳에 불법 주차를 하는 헬레칸트의 버릇 덕분에 의외의 성과가 생겼다. 프레드릭손 기자와 동료들은 스톡홀름시에 주차위반 단속 기록을 요청했다. 차량이 단속에 걸린 위치를 헬레칸트가 인터넷에 가명으로 올린 사진의 촬영 시각 및 GPS 메타데이터와 대조하자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은 헬레칸트가 출소 이후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2009년 한 좌파 신문에 제공했고, 리서치그룹을 공식적으로 창립했다.

이후 리서치그룹 멤버들은 남성권익운동, 스웨덴 경찰의 비밀공작, 여러 우익단체들의 활동에 대해 조사해 왔다. 아브픽슬라트에 대한 폭로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는 자신들이 찾아낸 정보를 자체 웹사이트나 소규모 좌파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대부분의 활동이었다. 프레드릭손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공식적으로 민주주의와 평등에 관한 주제를 택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실은 독특한 취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멤버들은 단지 재미있게 느껴지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리서치그룹이 창립될 즈음 프레드릭손 기자는 ‘나치 사냥’과 탐사보도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아스베리 기자와 함께 일하게 됐다. 당시 프레드릭손 기자는 네오나치 웹사이트에 재정을 후원하는 사람들을 알아내기 위해 보안이 아주 취약한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에 결제를 한 이용자 수십 명의 기록도 찾아냈다. 아스베리 기자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스웨덴판 ‘데이트라인(Dateline)’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이더(Insider)’에서 업무용 휴대전화로 인터넷 포르노를 결제한 정부 관료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후 아스베리 기자는 프레드릭손 기자를 인사이더의 리서치 담당으로 기용했다.

여기서 그는 아스베리 기자를 뒤에서 기술적으로 뒷받침했다. 현재 프레드릭손 기자는 트롤 헌터 소속이 아니며, 리서치그룹은 이 프로그램과 공식적으로 관계없는 단체다. 하지만 지금도 프로그램에서 트롤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적 탐정’ 작업은 분명 그의 유산이다.

프레드릭손 기자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이야기를 발굴해내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데이터 저널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마치 연쇄살인범을 쫓는 범죄소설처럼 흥미진진한 느낌을 주는 게릴라식 정보수집 활동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무미건조한 느낌도 든다. 프레드릭손 기자는 어떤 작업에 흥미를 느끼면 집요하게 달려든다. 아스베리 기자는 그를 높게 평가하면서, 강력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주 특별하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24시간 동안 사이다만 마시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다.”

프레드릭손 기자는 1980년대에 가정용 8비트 컴퓨터 ‘코모도 64’를 접하고 스웨덴의 IT산업을 혁명적으로 발전시킨 ’64 세대’ 일원이다. 그가 펑크록 밴드에서 활동한 십대 시절은 마침 네오나치 운동이 성장하던 1990년대였다. 당시 스웨덴 남부의 고향에 살던 프레드릭손 기자와 친구들은 항상 스킨헤드족과 부딪혔다.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나는 정치에 아주 관심이 많았다. 만약 정치에 참여하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나치의 위협에 대처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프레드릭손 기자는 네오나치에 대한 폭력 사용을 공공연하게 승인하는 좌파조직 ‘반파시즘행동(Antifascicisk Aktion)’에 가입했다. 2006년에는 네오나치와 인종차별 반대 활동가들 사이의 충돌에서 한 남성을 폭행한 혐의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은 내가 때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아니었는데, 충분히 그랬을 수 있다.” 이후 프레드릭손 기자는 폭력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제 그가 선택한 무기는 주먹이 아니라 정보이며, 증오를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고 한다. 물론 이해가 파괴로 이어진다면 그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리서치그룹은 사회운동과 저널리즘의 전통적 경계에 도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멤버들의 가치관이며, 상당수는 좌파 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2000년대 초반 프레드릭손 기자는 스웨덴의 자유문화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자유문화운동은 저작권법을 반대하고 해적행위를 찬성했으며, 이제는 전설이 된 ‘파이어리트베이(Pirate Bay)’의 비트토렌트 트래커를 탄생시켰다. 리서치그룹이 뉴스를 탈 때마다 어떤 이들은 멤버들의 좌파 경력을 문제 삼으며 숨겨진 의도가 있는 선전선동단체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리서치그룹은 매우 꼼꼼한 활동방식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의 역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아, 10년 전에 그런 일을 했군요’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물론 나는 현재를 사는 사람이다. 내가 신뢰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성이 있는 기사를 계속 내보내고, 그것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하지만 프레드릭손 기자는 독특한 경력 때문에 간혹 전통적 저널리즘의 취재활동에서 벗어나 복잡한 윤리적 영역을 마주하게 된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돌멩이를 집어 들고 밑에 뭐가 있나 보는 걸 좋아한다. 어디든 가보고 싶은 곳에 가서 이것 저것을 둘러보곤 한다.”

2013년 아브픽슬라트 이용자의 정체를 대대적으로 밝혀낸 사건은 이러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아브픽슬라트는 최근 성장하고 있는 우익 포퓰리즘 운동의 영향력 있는 매체로, 무슬림 이민자와 집시족이 나라를 파괴한다는 외국인혐오 정서를 기반으로 한다. 이용자들은 이민자가 저지른 강간 및 살인 사건을 퍼뜨리면서 이러한 일들이 자유주의적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폐되고 있다고 주장한다.(‘아브픽슬라트’는 모자이크 처리된 이미지를 원래대로 드러낸다는 의미다.)

처음 프레드릭손 기자는 이곳이 넷증오의 원천으로 기능하는 방식을 연구할 생각이었다. 아브픽슬라트, 특히 방치상태에 가까운 독자의견란은 인터넷 트롤들의 집단적 근거지로 알려져 있었다. 스웨덴의 우익세력을 집중적으로 취재하는 안니카 함루드 기자는 “정치인과 언론인을 괴롭히도록 자극하고 선동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한 번은 시리아 난민을 환영한다는 팻말을 내건 가게 주인의 이야기가 아브픽슬라트에 올라오자 인터넷상에서 엄청난 괴롭힘이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프레드릭손 기자의 친구이자 동료인 바그는 아브픽슬라트를 ‘트롤 집단에게 방향을 가리켜주는 손가락’이라고 부른다. 프레드릭손 기자는 아브픽슬라트에 올라오는 댓글을 데이터베이스에 모아 인터넷 트롤의 동원 메커니즘을 조사하기로 했다. 아브픽슬라트는 스웨덴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주류 언론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댓글 플랫폼 디스커스(Disqus)를 채택하고 있다.

그는 우선 아브픽슬라트를 포함해 스웨덴어로 된 웹사이트에서 댓글을 최대한 많이 수집한 후, 주류 웹사이트에서 글을 작성하는 이들이 다루는 주제를 아브픽슬라트의 댓글에서 언급되는 주제와 비교하기로 했다. 겹치는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아브픽슬라트 이용자들이 인터넷에서 얼마나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넷증오의 확산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분석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프레드릭손 기자는 간단한 스크립트를 해킹하고 디스커스의 오픈 API를 사용해 아브픽슬라트에 올라오는 댓글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서 뭔가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필명, 댓글과 함께 일련의 암호화 데이터가 모이고 있었던 것. 프레드릭손 기자는 이것이 아브픽슬라트 이용자들이 계정 등록에 사용한 이메일 주소마다 적용된 암호화 방식 ‘MD5 해시’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됐다.(이메일 주소는 그라바타(Gravatar)라는 서드파티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포함됐다.) 그러자 MD5 해시 기능을 알려진 이메일 주소에 적용하고 아브픽슬라트 데이터베이스의 해시값과 대조하면 이용자들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2014년 11월 스톡홀름의 지하철역에서 만난 마르틴 프레드릭손 기자
2014년 11월 스톡홀름의 지하철역에서 만난 마르틴 프레드릭손 기자

그는 자신의 디스커스 계정으로 아브픽슬라트에 댓글을 작성해 이것이 정말 가능한지 확인해 봤다.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암호화하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해시값을 아브픽슬라트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해보니 자신의 댓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프레드릭손 기자는 “그 순간 언론이 굉장히 흥미로워할 뭔가를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CNN 등의 미국 웹사이트를 포함해 디스커스를 사용하는 곳의 댓글을 계속 수집했고, 결국 댓글 3000만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제는 넷증오에 대한 일반적 연구가 목적이 아니었다.

프레드릭손 기자는 ‘아브픽슬라트에서 증오 댓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고 싶었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알지 못했던 중요한 문제였다. 이제 지도의 커다란 빈 공간을 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을 알려내자는 생각이었다.”

아브픽슬라트 이용자의 정체를 밝혀내는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댓글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할 이메일 주소들이 필요했다. 특히 인종차별주의적 우익 웹사이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뉴스거리가 될 만한 사람들의 이메일 주소가 관건이었다. 여기서 스웨덴의 개방적인 공공기록법이 큰 역할을 했다. 리서치그룹은 공공정보 요청을 통해 의원, 판사, 정부 관료 수천 명의 이메일 주소를 파악했다. 여기에 프레드릭손 기자가 인터넷에서 수집한 이메일 주소 몇 백만 개가 추가됐다. 마침내 이메일 주소 2억 개의 목록이 작성됐다. 스웨덴 인구의 20배가 넘는 주소들을 아브픽슬라트 계정 5만 5000개와 대조하게 된 것이다.

프레드릭손 기자는 간혹 인터넷 리서치에 관한 강연도 한다. 알고 보니 사람들의 정체를 밝혀내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그는 “인터넷상의 익명성 확보는 가능하지만, 언제나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한다. 프레드릭손 기자는 무슬림 비난 댓글을 많이 작성한 아브픽슬라트 이용자 하나의 필명을 클릭했다. 이용자의 이메일 주소를 구글에 입력하니 그가 동네 보트클럽에 이메일 주소와 함께 등록한 실명이 나타났다. 정체가 탄로 나는 순간이었다. 이용자의 이메일 주소로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수천만 개에 이르는 댓글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내용 속에서 실마리를 찾는 작업이 이뤄진다.

리서치그룹은 아브픽슬라트 데이터를 10개월 간 분석한 끝에 이용자 6000여 명의 정체를 파악했다. 그 중 공인에 해당되는 사람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분석 작업을 몇 달째 진행하던 중 프레드릭손 기자는 평소 스웨덴 극우세력에 대한 탐사보도로 눈 여겨 보던 엑스프레센과 접촉했고, 결국 기사를 싣기로 합의했다.

글 에이드리언 첸

번역 이세현

[MIT] 인터넷의 괴물 사냥꾼들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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