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연말정산은 '세금폭탄'이 아니다

[이슈칼럼]연말정산은 '세금폭탄'이 아니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2015.01.22 05:50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봉급생활자들이 ‘13월의 보너스’라고 생각하던 연말정산이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13월에 환급받는 세금이 작년에 비해 감소했다거나 환급은커녕 오히려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연말정산이 무엇이길래 이 야단인가? 정산(精算, accurate calculation)은 정밀 또는 정확하게 계산한다는 의미로 대강 짐작으로 계산하는 개산(槪算, approximate calculation)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최근 성과급이 확산되고, 임시·일용직이 확대되면서 매월 수령하는 봉급이 일정하지 않고 불규칙해 봉급생활자 본인조차 연간 총급여를 정확하게 예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봉급생활자는 매월 간이세액표에 의해 개략적으로 계산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에 의해 납부하고 13월에 한 해 동안 실제 수령한 정확한 연간 총급여에 의거해 그동안 납부한 세금이 실제보다 더 클 경우 환급을 받는다. 그 반대의 경우엔 추가 납부를 해 연말정산(年末精算)을 하게 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연말정산과 관련한 이슈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소득세법상 공제제도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중심으로 개편한 것이다. 조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소득재분배기능인데, 우리나라의 세전 및 세후 지니계수를 비교하면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가 약 8.7%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1.3%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 원인은 과세대상이 가장 넓은 소득세의 재분배기능이 취약하고 과세미달자가 많으며, 각종 비과세 감면 등 조세지출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작년에 세법개정을 통해 기존의 소득공제 중심에서 세액공제 중심으로 소득세제를 개편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며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 소득세제사에 중요한 획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러한 개편으로 인해 평균적으로 고소득층은 세부담이 증가하고, 저소득층은 세부담이 감소한다. 이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의 특성상 당연한 결과다.

둘째, 그럼에도 연소득 5500만원 이하의 가구에서도 세부담이 증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근로소득세는 기본공제 및 추가공제와 신용카드 공제 등 각종 특별소득공제와 의료비, 교육비공제 등 각종 특별세액공제를 적용한 후 세액이 결정된다. 약 1640만명에 달하는 봉급생활자의 소득,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지출내용, 가족구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적용받는 세부담도 모두 다르다.

소득이 1억원이 되더라도 세부담이 작년에 비해 줄어들 수도 있고, 소득이 3000만원이라도 세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또 정부는 근로소득공제율을 일부 조정하고 기존의 다자녀 추가공제, 6세 이하 자녀양육비 공제, 출산·입양공제를 자녀세액공제로 통합한 대신, 공제제도를 개편하면서 추가적으로 확보한 세수는 자녀장려세제(CTC)를 도입해 총소득 4000만원 이하의 가구에게 자녀 수에 따라 장려금을 지급하며, 근로장려세제(EITC)를 자영업자에게도 적용하면서 지급액도 확대했다. 따라서 이런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지 특정 사례를 갖고 전체를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2012년 9월 간이세액표를 개정해 “많이 걷고 많이 돌려주던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변경한 결과 ‘13월의 보너스’가 축소돼서 봉급생활자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불과 수년 전 정부가 간이세액표를 개정하기 전엔, 정부가 매월 봉급생활자의 세금을 너무 많이 원천징수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것이 정부가 간이세액표를 개정해 “적게 걷고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변경한 이유다. 과연 어느 방식이 옳은 것인가?

가장 이상적인 제도는 정산할 세금이 없는 것이지만, 신이 아닌 이상 아무도 그해 받을 총급여를 미리 정확하게 예측해 매월 원천징수를 할 순 없다. 과거의 “많이 내고 많이 돌려받는 방식”은 받을 때는 좋은 것 같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매월 세금을 적정액 이상으로 과도하게 납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많이 걷고 많이 돌려주던 방식”으로 매월 과도하게 납부한 세금에 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납세자는 오히려 손해다.

세금을 더 내고 싶은 납세자는 없고, 정부는 국민에게 필요한 공공재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세금을 거둬 들여야 하는 악역을 해야 한다. 처칠 전 영국 수상은 “좋은 세금이란 지구상에 없다”고 설파했다. 물론 감세를 하면 국민이 좋아하겠지만, 이 또한 재정적자의 확대로 미래세대의 세부담 증가를 초래하니 당장엔 정치적으로 유혹을 느끼겠지만 국민을 위한 올바른 길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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