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통신자료 '영장없이 사후통지도 없이' 달라면 다 줬다

[단독]통신자료 '영장없이 사후통지도 없이' 달라면 다 줬다

성연광 기자
2015.02.05 05:59

"수사기관 협조를 어떻게 거부해"하던 통신사…법원까지 나섰는데 "이젠 어렵다, 법 개정부터"

수사기관들의 IT(정보통신) 통신자료(가입자 인적사항) 확보 관행은 제동이 걸릴까. 2012년부터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통신자료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데다 이미 관련 소송에서 통신사들이 패소한 상태라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SK텔레콤(78,200원 ▼3,000 -3.69%),KT(59,300원 ▼1,100 -1.82%),LG유플러스(15,620원 ▲160 +1.03%)등 통신 3사는 지난 3일 법무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수사기관 통신자료 요청 건에 대한 업계 대응방안을 논의해 그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영장도 사후통지도 없는 ‘통신자료’=

‘통신자료’란 이용자의 성명,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회원 가입, 해지일자 등 이용자의 인적사항 자료를 말한다.

현재 감청(통신사실확인자료)의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해 지방법원의 발부영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통신자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당국 4급 이상 관련 공무원의 결제만 있으면 언제든 요청할 수 있다. 또 통신사실확인자료는 당사자에게 의무적으로 사후 통지를 해야 하는데, 통신자료는 제공 사실에 대한 당사자 통지절차도 없다.

이런 제도상의 편의성 때문에 수사기관들의 통신자료 요청이 남발돼왔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통신 3사가 수사기관들에 제공한 통신자료는 2013년 상·하반기 각각 35만3720건, 36만5438건에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 37만1645건으로 늘었다.

수사기관들의 통신자료 요청은 통신사들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거부하지 않아 왔다. 개인정보 보호방침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 기준이 없는 데다 규제산업 특성상 일종의 ‘괘씸죄’를 우려한 측면도 없지 않다.

IT 기업에 있어 수사기관 자료 협조는 양날의 칼이라는 평가다. 신속한 수사 공조 등 ‘공익’ 가치와 회원들의 ‘프라이버시’ 가치가 매번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헌법과 정보통신망법 등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장해 주고 있는 추세에서 현재의 통신자료 제공 관행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오픈넷 김다현 변호사는 “매년 수 십 만 건의 통신사 고객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수사기관에 넘겨지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에게 알려주지도 않는 통신자료 제공 제도는 그 자체로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물론 수사기관들은 상반된 생각이다. 민감한 사생활 정보 침해 우려가 큰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달리, 통신자료는 겨우 인적사항에 불과한 데다 범죄에 대한 신속한 초동대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기존 제도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정부 관계자는 “가령, 인질사건의 경우 걸려온 상대방 전화번호 주인을 빠르게 확인해야 하는데, 영장을 발부받게 되면 통상 2~3일이 소요돼 초기 검거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 개정 논의 본격화 되나

국민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가치가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통신자료 제공 제도 또한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좀 더 힘을 얻고 있는 추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4월 현재의 통신자료제공제도가 국민의 사생활 비밀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며 관련법 개정을 권고했다. 통신 3사를 상대로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항소심에서도 재판부도 헌법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만큼, 수사 편의성보다 보호할 가치가 더 크다고 봤다.

업계에서도 수사기관들의 통신자료 요청이 제한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전기통신사업법’에서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이관하거나, 사후 당사자 통지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전기통신사업법에서 통신자료제공제도 규정 조항을 삭제한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넷 기업들이 통신자료 제공을 사실상 거부한 상태에서 통신사들까지 이의제기에 나설 경우, 개정안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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