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국방위 CC-TV' 방위사업 공정화법①]원가공개 등 비리 감시, 6년째 표류 2월국회 본회의 상정도 못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방위산업 비리가 끝없이 드러나고 있지만, 이를 감시하기 위한 정부 법안이 6년째 국회에서 '퇴짜'를 맞고 있다. 국민 전체의 권익과 편익보다는 이해 집단 및 기업의 이익이 법안 심사의 우선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방위원회판 '어린이집 CC TV 설치법안'이라는 비난을 면키 힘들다.
9일 국회와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방산비리'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발의한 '방위사업계약 공정화를 위한 원가관리에 관한 법률안(방위사업 공정화 법안)은 이달초 끝난 '2월 임시국회'의 문턱을 끝내 넘지 못했다.
지난달 13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를 열고 정부가 발의한 '방위사업계약 공정화를 위한 원가관리에 관한 법률안'과 신학용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방위사업 원가관리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병합 심사했지만 처리를 보류했다.
◇방위사업 공정화 법안 어떤 내용이길래...
'방위사업 공정화 법안'은 정부가 방산업체로부터 원가자료를 제출받아 이를 조사·분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원가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국가 예산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집행하게 한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방위사업은 연간 10조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사업임에도 70% 이상이 독과점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아 대부분 업체가 제출하는 원가자료에 기초해 계약금액이 결정되는데 자료 미제출시 강제하거나 처벌하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정부가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법안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과 '원가 부정행위를 금지하는 것'.
법안에 따르면 방산업체는 방위사업청 등과 방위사업 계약 시 원가계산서와 증명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 때 원가자료는 관련 수급사업자의 원가를 포함해야 한다. 또한 국가가 원가자료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업체 사무실에 출입해 조사를 벌일 수 있다.
'인센티브'와 '과징금' 조항도 포함돼 있다. 원가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한 경우 원가계산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원가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부당이득금의 2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한다.
'벌칙' 조항도 있다. 원가부정을 저지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인과 개인 모두를 벌할 수 있도록 했다. 원가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한다. '부정당업자'는 향후 입찰 참가자격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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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는 공감하지만..." 여야 '방위사업 위축' 한목소리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방위사업 위축'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나섰다. 대기업들마저 방산분야를 포기할 정도로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정부가 과도하게 기업체에 개입해 하청기업의 책임마저 떠맡게 하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원가관리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논리도 제기됐다.
'방산비리 척결'을 누구보다 앞서 주장해온 국방위 의원들이 막상 방산비리를 감시할 법안에는 반대하고 있는 것. 막강한 정보력과 자금력을 갖춘 방산업계의 로비가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방위사업체들도 공개적으로는 법안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산물자가 다수의 하도급 업체를 통해 제조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소업체를 상대로 원가자료를 수집하고 산정할 인력 및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방산비리'를 적발하기 위해 선량한 대다수의 업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드러난 과실 없이 일괄적으로 지나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방산비리의 주범인 해외 업체와 대규모 납품비리를 주도하는 '군피아' 등은 놔둔 채 금액과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원가 부정'만 겨냥한다는 점도 업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법안이 그간 관례적으로 용인된 부정을 드러내고 방위사업을 투명하게 하는 신뢰회복의 첫걸음이 되리라는 원론에는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
국방위 의원들 중 일부는 당초 법안에 찬성 입장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대 입장으로 전환, 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방산비리가 주로 소규모 납품업체에 집중되면서 원가공개가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중요한 이슈가 됐다"면서 "일부 의원들은 법안의 취지에 공감했지만 2월 국회 때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