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실리콘밸리보다 6~7년 빠른 기술을 확보한 것 같다. 이곳에서 자리 잡을 기회가 없는 것일 뿐, 발전 속도는 한국이 더 빠르다."
지난 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최재훈 포도랩스 대표의 말이다. 최 대표는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버클리)를 졸업한 뒤 블루투스 스트리밍 기술벤처 포도랩스를 설립했다. 포도랩스는 '플러그앤플레이' 데모데이에서 1위, 킥스타터에서 40만 달러(약 4억원) 이상 모금에 성공하는 등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다. 아울러 '무료 게임'의 종주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외신에서 '넥슨'을 소개할 때 빼놓지 않는 수식어가 '프리 투 플레이'를 도입한 회사다. 유료 게임들이 정액제, 종량제 등으로 운영되던 시기, 넥슨은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고 게임 내 아이템 등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큰 수익을 올렸다.
이 같은 시스템은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게임 결제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X-Box)와 같은 콘솔용 게임도 최근에는 대부분 게임 내 아이템을 판매해 부가수익을 올린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메신저다. 특히 다음카카오가 도입한 '카카오 게임하기' 수익모델은 전 세계 유력 메신저가 앞 다퉈 도입했다. 최근 선보인 카카오톡의 '검색 포털화'도 향후 다른 메신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출시된 '애플뮤직'과 저작권료 논란도 마찬가지다. 이미 국내 유명 음악 서비스 멜론, 벅스, 엠넷 등은 스트리밍으로 대부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비트, 밀크도 있다. 미국이 겪고 있는 음원저작권료 논란 등도 국내에서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우리 IT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냉소적이다. 우리는 뒤쳐져 있고 글로벌 기업들은 앞서 있다는 선입관이 지배한다. 특히 드론, 핀테크, 헬스케어 앱(애플리케이션) 등 우리가 힘을 쏟지 않는 분야와 비교할 때 더 그렇다. 우리 실정에 맞는 기술·서비스는 따로 있는데, 남들 잘하는 분야만 보고 부러워하는 격이다.
빠르게 변하는 IT시장에서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잘 할 수 있는 분야, 맞지 않는 분야를 선별해야 한다. '왜 이것도 못하느냐' 자책하고 헛심을 쓰기 보다는 콜택시 앱, 배달 앱, O2O 쇼핑 서비스 등 우리가 앞서 나가고 있는 분야를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키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