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지금 올리면 세수만 감소, 기업은 투자안한다"

"법인세 지금 올리면 세수만 감소, 기업은 투자안한다"

대담= 서정아 경제부장, 정리= 정진우 정혜윤 기자
2015.07.21 03:25

[국책경제연구원장 인터뷰]②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추경은 타이밍, 경기회복위해 속도감 중요"

[편집자주] 5분기째 0%대 성장률, 6개월째 수출 감소, 사상 최악이라는 청년고용..한국경제가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이에 정부 정책결정을 위한 씽크탱크인 국책경제연구원장을 차례로 만나 분야별로 상황을 진단하고 전망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사진= 정진우 기자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사진= 정진우 기자

# 9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The-K)서울호텔에서 열린 '기업과세 및 투자지원제도 합리화 방안에 관한 공청회'. 이날 공청회에선 기획재정부가 다음달 초 발표하는 '2015년 세법개정안'의 큰 흐름을 알수 있는 내용이 다뤄졌다. 대기업들의 비과세·감면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였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박형수(48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과 세액공제는 그동안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경기상황에 상관없이 불필요한 것들은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재정건전성을 위해 올해 반드시 결정하고, 집행 시기를 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청회는 박 원장의 취임 후 첫 대외 행사였다. 박 원장이 공식 외부행사 데뷔전에서 재정건전성을 외친 이유는 뭘까. 3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 때문이다. 올해도 세수가 부족해 4년 연속 '세수펑크'가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 벌써 나온다. 정치권에선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편성한 세입경정(5조6000억원)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포함시키느냐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당시 정부는 대규모 세수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12조원 규모의 세입추경을 했다. 그러고도 8조5000억원의 세수부족 사태를 맞았다. 지난해엔 역대 최대인 10조9000억원의 세수결손으로 결국 올해 5조6000억원의 세입추경을 요구한 것이다. 야당은 이런 세입추경안을 모두 빼야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잘못된 세수추계 탓이란 게 이유다. 그러면서 세입추경을 하려면 법인세를 올려야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편성한 추경안이 빨리 집행돼도 경기가 살아날 지 의문인 상황에서, 정치권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조세재정 전문가인 박 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15일 오전 세종시 국책연구단지 인근에 있는 조세재정연구원 본원에서 박 원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이날은 공교롭게 연구원 개원 23주년이 되는 날이다. 박 원장과 나눈 얘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사진= 정진우 기자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사진= 정진우 기자

- 정부의 추경안을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습니다.

▶ 정부의 이번 추경안을 보면, 정부가 경제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가용한 자원을 모두 경기 활성화에 쏟아부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추경을 통해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인 것 같아요. 추경은 위급한 경제 상황에서 정부가 단행하는 응급 처방으로 타이밍이 정말 중요합니다. 시간을 지체하면 기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추경 규모를 재정건전성과 연결해서 보면 어떤가요.

▶ 단순히 규모만 보면 지난 2009년 수퍼 추경보다 작지만, 지금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일단 마지노선을 지킨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가용한 돈을 끌어모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편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추경 내용을 살펴보면 이전과 많이 다릅니다. 과거엔 도로와 사회간접자본(SOC) 등 시간이 걸리는 아이템들이 많았지만, 이번엔 당장 필요한 항목들이 포함됐습니다. 재정건전성은 수치가 나빠지는 것보다 재정 규율이 얼마나 정해져 있나를 살펴봐야합니다. 추경을 하게 되면 5년 내 소화가 돼야 합니다. 미래의 돈을 지금 앞당겨 쓰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국내총생산(GDP)대비 부채비율입니다. 부채가 계속 누적돼 언제 터질 지 모르기 때문에 경기가 좋을 때 부채를 줄여야합니다. 언제 줄일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 일각에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데...

▶ 여러 공청회를 통해 확인된 건 그나마 세액 부담을 할 수 있는 주체가 법인이란 겁니다. 그런 공감대가 많아요. 특히 일부 정치권에선 법인세를 많이 깎아줬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법인세율을 직접 움직이는 건 기업들의 투자 의지 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같은 시기에 법인세율을 올려봐야 세입은 안 늘고, 기업들은 그것을 핑계로 소극적으로 나설 겁니다. 차라리 비과세·감면 등을 통해 세수를 확보하는 게 바람직 합니다. 세율을 올리면 타격이 큽니다. 어쩌면 기업들은 이미 법인세율이 과거 수준으로 원상복귀 됐다고 생각할 겁니다.

- 조세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수평적 형평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소득 종류별로 세 부담 차이가 너무 큽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소득 증가율 자체도 떨어진 상황에서 사람들이 전통적인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이외에 다른 소득을 추구합니다. 우리 경제와 소득 구조 자체가 많이 바뀌면서 세제가 그런 것들을 쫓아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은 대놓고 과세를 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안하면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소득 종류를 가리지 않고 합쳐서 파악하면 그런 수평적 불균형은 사라질 겁니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사진= 정진우 기자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사진= 정진우 기자

- 올해 세입여건 어떻게 보시나요?

▶ 올해 세수가 얼마나 부족한가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우리 세원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잘 포착해야 합니다. 정부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세금이 계속 줄어드는 요인을 분석해야 합니다. 과거엔 정부가 가만히 있어도 전반적으로 세금 부담률이 높았는데 지금은 반대로 더 작아졌습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요? 세원이 과세가 덜 되는 방향으로 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인 상황인지 아니면 세상이 변한건지, 세원이 바뀐건지 연구가 필요합니다. 세원이 바뀐거라면 돈이 움직이는 쪽으로 세제가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 인구감소 문제도 앞으로 세수문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 우리나라 인구추계 자료를 보면 1995년 기준으로 증가율을 나타내는 기울기가 꺾입니다. 2010년에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인구는 계속 증가하지만, 2030년쯤 총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노령인구 입니다.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때 노령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30%에 달합니다. 65세 이상 인구를 젊은 세대들이 떠 받쳐야하는 상황이 됩니다. 1990년대부터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서 그때부터 인구정책을 바꿨어야하는데, 10년 이상의 기간을 그냥 놓쳤습니다. 이로인해 미래 성장잠재율과 세수 부족 등 많은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이는거죠.

- 일본이 그런 과정을 겪은거 아닌가요?

▶ 맞습니다. 일본이 그렇습니다. 각종 분석 그래프를 보면 일본과 정확히 20년 격차를 두고 경제지표들이 따라가고 있습니다. 걱정스러운 건 일본처럼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잘 안되는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20년 전 일본의 성장률과 지금 우리 경제의 모습을 대입해보면 거의 일치합니다. 그 시기에 일본도 갑자기 확 주저앉은 때가 있습니다. 버블이 꺼져서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잘 안 되는 때였죠. 우리경제도 3%대 성장하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가라앉을까봐 걱정이 됩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등 여러 측면에서 일본을 닮아가고 있어 걱정입니다.

- 현재 우리 경제의 모습을 진단한다면...

▶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계속 하향조정하고 있습니다. 당초 4%대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이제 3%대로 조정했어요. 지난해 세월호 참사때도 성장률이 떨어진 다음 반등돼서 완전히 회복될 줄 알았는데 잃어버린 건 회복이 안됐습니다. 세수도 참 답답합니다. 올해 세수가 상당히 좋을 줄 알았는데 내리 3년 연속 세입결손이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추경을 비롯해 가용한 모든 정책을 동원해 경기를 살리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 우리나라 조세정책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 조세정책은 일반 경제정책과 다릅니다. 국가 전체를 보고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세제는 단기적으로 어느 한 정책으로 넣었다가 뺐다가 할 수 없어요. 방향과 목적에 맞춰 대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메시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너무 지엽적인 문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큰 방향에서 봐야합니다. 예를 들어 종교인 과세 문제만 부각시킬 게 아니라 지금 세금을 안내고 있는 면세 부문도 신경써서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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