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 봐야 하나" 두려운 화장실 女청소원…女청소원도 불편

"볼일 봐야 하나" 두려운 화장실 女청소원…女청소원도 불편

이보라 기자
2015.09.10 14:21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사진=이미지비트
/사진=이미지비트

#이모씨(58)는 10일 강원도 원주의 한 고속버스터미널 공중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자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아주머니가 들어와 화장실 이곳 저곳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이씨의 머리 속은 고민으로 가득 찼다. "볼 일을 봐야 하나, 참아야 하나. 급한데… 좀 피해주시면 안 되나?" 아주머니의 손길은 점차 이씨의 주변까지 뻗쳤다. 아주머니는 나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결국 이씨는 불안하고 찝찝한 마음으로 소변을 봐야했다. 이씨는 "화장실을 사용할 때는 남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공개하기 어려운데 이성인 아주머니가 들어와 청소를 하니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이씨를 비롯한 대한민국 남성 대다수가 한 번쯤 겪는 일이다. 지하철, 병원, 대학교, 회사 등 대부분의 공중화장실에서는 매일 여성 청소원과 남성 이용자 간의 민망한 풍경이 펼쳐진다. 남자 공중화장실 청소를 대부분 여성이 맡고 있어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중화장실을 관리하는 여성 청소원은 보통 1시간에서 수 시간 간격으로 남자 화장실을 청소한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남성들과 하루에도 수 차례 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장인 오모씨(33)는 "공중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대걸레를 발 부근까지 들이밀었다"며 "소변을 보는 데 방해가 됐고 아주머니가 내 몸을 쳐다보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됐다"고 10일 밝혔다.

도모씨(26)도 "소변이 급한 상황에서도 여성 청소원이 화장실 안에 있으면 긴장돼 볼일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불편하기는 여성 청소원들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남성들로부터 욕을 먹을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연세대에서 3년 동안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박모씨(63)는 "아무래도 불편한 건 사실이다. 남성들도 불편해한다"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60살 넘어서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니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지하철 9호선 동작역 화장실을 관리하고 있는 경력 7년차 여성 청소원은 지난 8월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우리(청소원)가 거의 여자라서 남자화장실 청소를 할 때 가장 힘들다"며 "어떤 남자 분들은 '왜 여자가 들어오느냐'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어 무서워서 여자화장실로 숨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남자화장실 이용자와 여성 청소원 간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2012년부터 여성 청소원이 지하철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청소할 때 화장실 문 주변에 '여성 미화원이 청소 중입니다'라는 노란 표지판을 세워두도록 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공중화장실이 청소 또는 관리중이면 '청소중'과 같은 안내표지를 달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법안이 제출됐다.

법안 발의자인 이원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중화장실 관리인은 청소 등 공중화장실을 관리하는 경우 입구에 안내표지판을 설치, 출입자제를 유도하고 화장실 관리자와 이용자 편의를 도모하려는 것"이라며 "대부분 이러한 안내 없이 청소 중에도 남성 이용자가 화장실을 사용하게 돼 (여성)관리인 및 남성 이용자 모두가 불편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