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두산-동대문상인 "여전히 동상이몽"

[르포]두산-동대문상인 "여전히 동상이몽"

조철희 기자
2015.10.05 03:10

"중국인 관광객 많이 오면 도움 될 것"…"동대문 전체 경기 살아날지 의문, 두산측 적극적 소통 필요"

두타 전경. /사진=조철희
두타 전경. /사진=조철희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아온다면 분명 좋은 일이겠죠. 하지만 우리 매장에 정말 도움이 될 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중공업 주력의 두산이 면세점 사업 도전 의사를 밝힌 지 한달째이자 서울세관에 시내면세점 특허신청서를 제출한 지 일주일째였던 지난 2일. 두산이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운 두산타워와 주변 동대문 상권에서 만난 상인들의 첫 반응은 대부분 기대감이었다.

점심을 지나고서야 쇼핑객들이 몰리기 시작하던 이날 오후 2시 두타(두산타워) 1층의 한 여성의류 매장. 고객들을 응대하느라 바쁘던 매장 운영자 A씨는 "여기에 면세점이 생기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들었다"며 "그러면 우리 매장에도 더 많은 손님들이 들러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타 지하 2층에서 소규모 남성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B씨도 "동대문에서 10년 넘게 옷가게를 하고 있는데 동대문 상권이 예전 같지 않은 지는 이미 오래됐다"며 "뭐라도 해야 할 상황이지만 마땅한 것이 없었는데 면세점이라도 생기면 좀 나아지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매장을 지키는 판매직원들도 전반적으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하 1층 캐주얼 의류 매장의 한 판매직원은 "요즘 동대문 두타의 화두는 면세점"이라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면세점이 들어오면 손님이 많이 올 것이고, 손님이 많이 오면 어쨌든 좋은 일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두타 매장 모습. /사진=조철희 기자
두타 매장 모습. /사진=조철희 기자

두산의 시내면세점 유치 도전에 대해 두타 상인들의 공통된 모습은 '기대감'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더 나누다 보면 '불안과 우려'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한 입점 상인은 "면세점이 결국 우리에게 큰 도움은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며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 물건도 사줄 사람인지 모르겠고, 결국 두산도 우리 이득을 위해 하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상인들이 대기업보다 잘 되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상인은 "우리 매장과 상관없는 곳에 면세점이 들어온다고 한 것 같은데 상인들 사이에서는 면세점이 잘 되면 나중에 우리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두산은 두타 내 기존 매장들을 제외한 오피스 공간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해 면세점을 연다는 계획이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도중 공간을 변경하거나 확장하는 것은 규정상 쉽게 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상인들은 구체적이고 정확한 계획과 내용을 몰랐다. 그러다 보니 불안감이 퍼져 있었다. 두산 측의 적극적인 설명과 소통을 요구하는 상인들이 적지 않았다.

두산이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주변 상권 상인들의 인식에서도 엿보였다. 두산은 이번 면세점 입찰의 최대 명분으로 동대문 상권 전체의 발전을 내걸었다.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운영 재단을 비롯해 두타 인근 상가 등 동대문 상권의 여러 곳과 긴밀한 협력 협의를 맺거나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둘러본 결과 주변 상권의 일선 상인들의 반응과는 거리감이 있었다.

두타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한 쇼핑몰에서 신발 매장을 운영하는 C씨는 "두타에 면세점이 생겨 동대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온다는데 환영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우리까지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타 방문 고객이 주변 쇼핑몰까지 오는 경우도 많지 않은데 면세점 고객이 우리 쇼핑몰까지 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쇼핑몰의 상인회 관계자는 "두산이 동대문 상권 전체를 위한다고 하는 것은 들었지만 아직 직접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다"며 "동대문 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면세점 하나로 이 넓은 상권 전체가 살아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두타 매장 모습. /사진=조철희 기자
두타 매장 모습. /사진=조철희 기자

두산과 동대문 상인들 간 기대는 괴리가 있지만 꿈과 기대 자체에 희망을 거는 이들도 있었다. 두산은 두타가 발굴, 육성한 신진 디자이너의 제품을 면세점에서 판매해 이들의 글로벌 판로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유망 신진 디자이너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입지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두타가 나름 애써준 것은 사실"이라며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두산이 면세점을 통해 우리 제품을 판매해준다면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반갑고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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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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