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가구 사는데 도서관 하나 없어요"

"3만가구 사는데 도서관 하나 없어요"

배규민 기자
2015.1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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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공공시설 갈등' 강남공공주택지구 가보니]도서관 대신 기숙사, 학교 인근은 정비소 주민들 반발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공공주택지구(강남보금자리지구). 자곡동 ‘래미안강남힐즈’ 건너편으로 상가공사가 한창이다. 평일 오후 시간이어서인지 공사소음 외엔 조용했다. 곳곳에 걸린 현수막이 아니라면 그저 평범한 주택가의 모습이었다.

현수막에는 ‘어린 새싹 학교 앞에 정비시설 어림없다’ ‘6700억원 개발이익을 올린 LH는 도서관 건립으로 환원하라’ ‘경남학생 우대하고 세곡동 학생 홀대하는 강남구청은 각성하라’ 등이 적혀 있었다.

강남공공주택지구는 이명박정부 시절 핵심 주거복지정책 중 하나인 ‘보금자리주택’의 첫 번째 사업지다. 2009년 6월 자곡·세곡·율현동 일대가 강남지구로 선정된 후 올 6월 ‘LH강남힐스테이트’까지 완공되면서 아파트 입주는 거의 마무리됐다. 내년 4월 입주예정인 타운하우스 ‘강남효성해링턴코트’(199가구)가 마지막 단지다.

노인복지시설인 '서울시니스타워' 옆 자동차 부지에 아우디 정비소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사진=배규민 기자
노인복지시설인 '서울시니스타워' 옆 자동차 부지에 아우디 정비소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사진=배규민 기자

하지만 도서관, 주민문화센터 등의 시설들이 갖춰지지 않아 입주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지자체의 재원부족을 이유로 부지가 그대로 방치되거나 기존과 다른 시설물 유치가 추진돼서다.

‘래미안강남힐즈’ 건너편인 상가부지 뒤로 세곡근린공원을 접한 블록들은 각각 공공청사, 주차장, 복지시설, 도서관 부지다. 현재 이중 복지시설 부지에만 노인복지주택인 ‘서울시니어스타워’가 들어서 있다.

‘서울시니어스타워’를 바라보면 오른쪽 옆 빈터에 ‘아우디 정비소 결사반대’ 등의 현수막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부지는 아우디코리아의 공식 딜러사 ㈜위본이 2013년 10월 땅을 낙찰받은 곳이다. 아직 대금납부 중으로 2016년 10월까지 잔금을 치르면 소유권이 이전된다.

위본 관계자는 “자곡동 주차장 부지는 주변에 아직 상가 등이 들어서고 있어 활용계획 등은 정하지 않고 땅만 소유한 상태”라며 “상황에 따라선 개발하지 않고 그냥 매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우디코리아의 또다른 공식 딜러사 참존서비스는 올 6월 보유한 세곡동 606번지 주차장 부지를 개인에게 55억원에 매각했다. 세곡동 주차장 부지 역시 인근 주민들이 정비소 설립에 반대 목소리가 컸던 곳이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아우디 계열사 위본모터스가 2012년 서초구 내곡보금자리지구에 정비공장 설립을 추진하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법적 싸움까지 이어진 전례가 있어서다. 대법원은 올 7월 주민들의 손을 들어 아우디 정비공장 허가 취소를 확정했다. 아우디와 주민간 갈등이 불거진 지 3년 만이다.

서울 강남구 자곡초등학교 앞. 자곡동 도서관 부지에 경남도 기숙사 설립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배규민 기자
서울 강남구 자곡초등학교 앞. 자곡동 도서관 부지에 경남도 기숙사 설립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배규민 기자

자곡동 자동차 부지의 경우 바로 옆에 노인주택시설이 있고 인근에 자곡초등학교 등이 위치한다. 노인주택시설 왼쪽 공터에는 차량 서너 대가 세워져 있고 풀이 무성했다.

이곳은 강남보금자리 주민들을 위해 도서관 부지로 지정된 곳이다. 강남구청이 재원부족을 이유로 도서관 건립을 늦추는 동안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7월 취임 1주년을 맞아 이곳에 경남 출신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건립을 추진키로 하면서 주민들과 강남구청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주민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강남구청은 경남도의 제안에 긍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경남도가 기숙사 1층에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약 924㎡ 규모의 도서관 건립을 제안한 것이다. 강남구청 입장에선 부지 매입과 도서관 건립 비용 없이 도서관을 조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9월까지도 경남도의 제안을 검토 중이라던 강남구청은 최근 들어선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주차장 부지 바로 옆에는 공공청사 부지가 있다. 지역자치센터, 보건소, 우체국, 지구대 등이 들어설 수 있지만 아직은 비어 있다. 강남구는 올 3월 LH로부터 이 부지를 62억7609만원에 매입했다.

강남보금자리지구에서 만난 주민들의 불만은 높았다. 배희봉 강남세곡공공도서관추진위원장(강남세곡LH e편한세상 입주민)은 “계획대로만 해주길 바라는 것이지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약 3만가구가 있는데 도서관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자곡동 ‘강남브리즈힐’ 한 입주민은 “공공성이 있는 도서관 등은 개발이익을 거둔 LH가 기부채납해서 해당 지자체가 건축비만 부담하는 게 맞다”며 “공공성이 있는 부지 자체를 유상으로 매각하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부지 매입에 부담을 느껴 그대로 방치되거나 아예 다른 용도로 전환해 매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신도시는 개발이익을 활용해 건물을 지어 기부채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강남보금자리지구는 신도시급이 아니고 애초 개발계획 수립시 도서관 부지로 정해져 있어 강남구에 매각하기로 한 부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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