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9번 이사한 비운의 '지광국사탑', 해체 현장 가보니…

일제강점기 9번 이사한 비운의 '지광국사탑', 해체 현장 가보니…

김유진 기자
2016.03.2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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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22일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해체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2시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해체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2시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해체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밀반출됐다가 조선총독부에 의해 고향 강원 원주가 아닌 서울 경복궁에 자리를 잡게 된 비운의 탑. 위치를 9번이나 옮기고 6.25 전쟁 당시 폭탄 피해를 입어 1만여 조각으로 파손되는 등, 온갖 풍파에 시달렸던 지광국사탑이 5년간의 수리복원 과정에 들어갔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2일 오후 2시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해체 보고식을 가졌다. 이날 식에서 연구소는 부서졌다가 경복궁으로 오면서 임시 부착됐던 탑 상단부만을 상징적으로 해체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 이영훈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 최맹식 국립문화재연구소장 등 관련 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체식이 진행됐다. 줄이 연결된 크레인이 움직이자 탑 상단부에 있는 덮개돌이 번쩍 들어 올려졌다.

이 덮개돌을 비롯해 총 31t에 이르는 지광국사탑의 조각들은 훼손 방지를 위해 완충재를 채운 커다란 상자에 담긴 뒤 오는 4월 9일 대전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석조 보존처리실로 이동한다. 문화재와 미술품 등을 옮길 때 사용하는 무진동 차량 12대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서울에서 대전으로 향한다.

이후 오는 2019년까지 5년 동안 총 사업비 13억8000만 원을 들여 복원작업이 진행된다. 석탑을 해체한 뒤 세척하고, 시멘트 등 복원을 위해 첨가된 부재들을 원자재와 최대한 가까운 성분들로 대체한다. 고향인 원주로 돌아갈 지, 아니면 다시 고궁박물관 앞으로 돌아올지 등 거취에 대한 문제는 복원이 완료된 이후 결정될 전망이다.

이규식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장은 "지광국사탑은 지난 2013년도 석조문화재 보존관리용역에서 풍화훼손도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을 정도로 매우 취약한 구성을 보인다"며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고 역사적 형태 및 과학적 고증에 따라 탑을 복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나선화 문화재청장(가운데)을 비롯해 문화재 관련자 10여 명이 지광국사탑 해체식에 참여해 테잎을 끊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나선화 문화재청장(가운데)을 비롯해 문화재 관련자 10여 명이 지광국사탑 해체식에 참여해 테잎을 끊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이날 해체식에 앞서 열린 해체보고식에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지광국사탑은 우리나라 탑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특이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며 “중앙아시아적인 요소를 담고 있고, 사리컵이 이란 골란 지방에서 나오는 형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탑은 우리나라의 문화영역이 얼마나 넓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 어려운 시기 역사를 다 안고 있어서 더욱 중요하다”며 “일제강점기 아홉 군데를 돌아다니는 아픔을 겪은 이 탑을 하나로 모아 복원하는 역사적인 시점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나 청장은 최근 일본에 약탈당한 것으로 알려졌었으나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로 인해 논란을 빚었던 사자상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덧붙였다. 지광국사탑 네 귀퉁이에 원래 붙어있던 사자상은 유실 등의 우려로 인해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있었다.

그는 “이번 탑 보존 작업은 소장 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협업을 통해 진행한다”며 “문화재는 어떤 기관이 소유하든 우리의 것이며 우리는 모든 지식과 기술, 전문성을 동원해 제대로 복원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최맹식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반영해 가능한 한 안전하게 수리,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번 작업이 추후 과학적 지침이 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는 일도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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