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하나은행, 중국서 한국계 1위..현지 은행과 본격 경쟁

중국하나은행, 중국서 한국계 1위..현지 은행과 본격 경쟁

(베이징)중국=이학렬 기자
2016.06.07 04:45

[금융강국코리아 2016 ②-1]외국계 은행 있는 '진롱다제'서 '창안다제'로…중국 현지은행과 경쟁 의지

[편집자주] 국내 은행이 해외에 뿌린 씨앗이 자라나 열매를 맺고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은행은 해외에서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순이익 비중이 전체의 20%에 육박했다.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는 지난해 말 기준 167개에 이르고 자산 규모는 992억달러에 달한다. 해외 사업이 투자의 단계를 거쳐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캐시카우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보험, 카드, 캐피탈 등 2금융권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머니투데이는 가시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 현장을 직접 찾아가 금융강국 코리아의 활약상을 생생히 전달한다. 

천안문광장과 자금성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국 베이징 중심거리 창안다제(長安大街). 공상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등 중국 4대 은행은 물론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국유기업의 본점과 베이징 분점이 모여있는 곳이다. 시진핑 주석의 공관을 비롯, 중국 고관대작들도 창안다제를 중심으로 모여산다.

이곳에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이하 중국하나은행) 본점이 자리한다. 외국계 기업으론 유일하다. 지난해 9월에 열린 중국 전승절(戰勝節) 70주년 기념 열병식 같은 국가행사가 열리면 주변 모든 건물을 폐쇄해야 하는데 외국계 기업은 관리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임대료를 많이 줘도 쉽게 입점하기 힘든 곳이다.

중국 베이징 창안다제에 위치한 중국하나은행 본점. / 사진=이학렬 기자
중국 베이징 창안다제에 위치한 중국하나은행 본점. / 사진=이학렬 기자

중국하나은행이 창안다제에 있는 중국인민재산보험(PICC)타워에 입주한 것은 올 2월. 이전까지 중국하나은행은 베이징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진롱다제(金融大街)에 자리했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CBRC)와 도이치뱅크, 모간스탠리, UBS 등 외국계 은행이 몰려있는 진롱다제에서 창안다제로 이사한 것은 중국 내 외국계 은행과 경쟁하지 않고 중국 현지은행과 경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성규 중국하나은행장은 “창안다제에 본점이 자리한다는 사실만으로 직원들의 자긍심이 대단하다”며 “중국 본토 은행들과 제대로 겨뤄보겠다”고 말했다. 중국하나은행 본점 주소가 ‘88번지’라는 점도 눈에 띈다. 중국에서 숫자 8은 ‘돈을 벌다’는 의미의 ‘파차이’(發財)에서 ‘파’(發)와 발음이 비슷해 중국 사람이 유독 좋아하는 숫자다. 2007년 중국에 법인을 설립한 후 처음으로 본점이 이전한 곳이 ‘행운의 장소’인 셈이다. 중국하나은행은 10년 안에 중국 외국계 은행 톱5를 노린다.

◇중국하나은행, 한국계 은행 중 중국 1위…현지 주거래기업만 50곳 넘어

옛 외환은행은 한·중 국교가 수립된 1992년 중국 베이징에 대표사무소를 설치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첫 중국 진출이었다. 옛 하나은행도 적극적으로 중국 진출을 모색하다 1996년 중국 상하이에 대표사무소를 설치했다. 현지법인 전환은 옛 하나은행이 빨랐다. 중국하나은행은 2007년 12월에 설립됐고 중국외환은행은 2010년 5월에 진출했다.

2014년 12월에는 중국하나은행과 중국외환은행이 합병하면서 한국계 은행의 위상을 높였다. 통합 후 중국하나은행은 중국에서 영업 중인 한국계 은행 중 처음으로 자기자본이 50억위안(약 9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점수는 30개고 총자산도 400억위안(약 7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다른 한국계 은행은 중국 내 순이익이 줄어든 반면 중국하나은행은 유일하게 순이익이 8400만위안(약 151억원)에서 1억1590만위안(약 208억원)으로 증가했다. 중국하나은행과 중국외환은행의 합병 과정에서 부실자산을 털어내면서 예대마진 구조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진출 초기부터 진행한 현지화가 없었다면 꾸준한 실적 개선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중국하나은행은 중국 내에서 외국계 은행의 진출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금융산업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조기진출했다. 초기 인지도를 높여 지역밀착 영업을 추진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둥베이삼성 지역에 지속적으로 진출했다. 현지화도 철저히 진행했다. 중국에 법인을 설립할 때부터 상임 부행장을 현지인으로 채용했고 지점장과 직원의 현지인 비중도 서서히 높여나갔다. 현재 중국하나은행의 현지인 비중은 96% 넘는다. 모든 문서와 업무처리도 중국어로 이뤄진다.

철저한 현지화로 현지고객도 많이 확보했다. 2007년말 법인 설립 당시 예금 및 대출부문에서 전무하던 중국 현지고객 비중이 현재는 예금부문 약 68.5%, 대출부문 73.1%에 이른다. 기업고객으론 중국의 4대 자산관리공사 중 하나인 화룽자산관리공사를 비롯, 가전회사 하이얼과 복상의약그룹 등을 확보했다. 중국하나은행이 주거래은행인 중국 현지기업도 52개사에 이른다.

◇중국 내 외국계 은행 11위에서 2025년까지 톱5 도약 목표

중국하나은행은 현재 11위 수준인 중국 내 외국계 은행 순위를 2025년에는 톱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HSBC, 씨티은행, 홍콩동아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 뒤이어 5위 자리를 차지한다는 포부다. 지난해 기준으로 338억위안(약 6조1000억원)인 총자산과 1억1590만위안(약 208억원)인 순이익을 2025년에는 각각 2520억위안(약 45조4000억원) 15억위안(약 2700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현재 전체의 절반 정도인 중국 현지고객을 90%까지 높이는 철저한 현지영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소매금융에선 현지화를 위해 내세울 무기도 확보했다. 중국 내 외국계 은행으론 최초로 비대면 신규거래가 가능한 모바일뱅크 ‘원큐뱅크’를 출시한 것이다. 중국하나은행은 ‘원큐뱅크’를 통해 중국 내 다른 은행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영업점 수를 보완할 방침이다. 마케팅 없이 진행된 ‘원큐뱅크’ 테스트기간에 확보한 고객 수는 지역지점의 고객 수보다 많았다.

영업점이 많은 중국 현지은행은 모바일뱅크가 영업점 고객과 수익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모바일뱅크를 강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중국하나은행은 영업점이 많지 않아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모바일뱅크로 현지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국하나은행은 ‘원큐뱅크’를 통해 MMF(머니마켓펀드)와 주식형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은 물론 한국계 은행 특화상품으로 의료관광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신성철 중국하나은행 개인영업부장은 “중국인들은 공과금도 ‘알리페이’로 내는 등 모바일이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했다”며 “영업점이 적어 오프라인 영업은 한계가 있지만 ‘원큐뱅크’는 이런 제약이 없어 현재 12만명인 개인손님의 수를 1년 안에 2배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고객을 늘리기 위해선 비교적 리스크가 덜한 지방정부나 정부 인프라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가 키우는 산업군도 대상이다. 예컨대 고속철도나 의료·교육관련 기업이다. 중국 부동산시장이 거품이란 지적도 있지만 현지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상업용 부동산을 중요한 수익원으로 판단하고 있다.

임영호 중국하나은행 부행장은 “중국 현지인 직원의 개인 ‘관시’(關係·연줄)를 통해 현지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중소기업보다 국유기업 중심으로 여신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직원들은 중국 현지 은행들과 비슷한 획일적인 서비스에서 벗어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중국하나은행 본점 영업부의 창구책임자 장쉬씨는 “고객들이 어려운 서비스를 원하는 경우 다른 은행들은 ‘안된다’고 하지만 중국하나은행은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며 “직원 수준도 높고 국제적 업무 능력도 뛰어나 빠르게 현지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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