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브 쇼크, MBK 신뢰 추락… 국민연금 "대응방식 문제 MBK에 불이익"
"MBK파트너스가 이번일(딜라이브 인수금융 부도위기)로 연기금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지고 활동범위도 제한받게 될 것입니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대주단 전체에서 MBK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봅니다."
512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의 고위관계자는 지난 1일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 투자건에 대한 의견을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PEF(사모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이번 투자실패가 고려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위탁운용사 선정과정에서 MBK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투자실패 대주단 피해 불가피…MBK 고통분담 안해=국민연금이 MBK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은 MBK가 GP(위탁운용사)로 나선 종합유선방송사 딜라이브(옛 씨앤엠) 투자와 대출(3600억원)로 큰 손실을 입을 처지에 처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금융권은 지난 2007년 MBK가 딜라이브를 인수한 이후 총 2조2000억원을 인수금융(대출)으로 제공했다. 이 인수금융의 만기가 이번 달이었지만 딜라이브의 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다만 대주단이 2조2000억원 중 8000억원을 채권에서 투자로 전환하고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채무조정안에 합의하면서 디폴트의 위기는 넘긴 상태다. 하지만 대출이 투자로 바뀌면서 딜라이브의 경영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대주단이 피해를 입을 위험도 높아졌다.
MBK가 채무조정안을 내놓으면서도 고통 분담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주단이 채무조정안 합의를 미루는 등 갈등이 적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대주단은 채무조정안에 합의했지만 MBK는 추가부담을 지지 않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딜라이브 투자로 손실이 발생했지만 관련법 상 GP인 MBK에게 대주단이 고통분담을 강제할 수 없다"면서도 "딜라이브에 대한 MBK 등 운용사의 투자결정과 대응방식은 향후 운용사의 트랙레코드(실적)가 될 것이고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MBK가 국민연금의 사모투자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대체투자 규모 22조원 중 7조8000억원을 사모펀드에 위탁하고 있다.
◇고통분담 안한 MBK 무책임 질타=국민연금 뿐 아니라 국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가 딜라이브 투자로 큰 손실을 입고 있다. MBK, 맥쿼리, 미래에셋PE등이 딜라이브를 인수할 때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행정공제회, 교직원공제회 등이 LP(유한책임출자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까지 딜라이브에 투입된 투자금 대부분을 손실로 상각 처리한 상태다. 연기금과 공제회마다 최근 몇 년간 딜라이브 투자금에 대한 공정가치평가를 통해 각각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손실로 반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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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들 사이에선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GP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기금 한 관계자는 "MBK와 맥쿼리, 미래에셋 등 GP가 별다른 논리도 만들지 못하고 딜라이브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고통을 LP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으로는 씨앤앰이 매각된다 하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딜라이브가 3조원 이상에 매각돼야 LP로 참여한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일부 원금 회수가 가능하지만 시장에서 딜라이브의 가치를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투자원금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연기금들은 MBK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연기금 한 관계자는 "MBK가 추가 자금출자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며 "투자자와 대주단만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 만큼 MBK에 대한 신뢰도 깨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MBK에 추가로 투자를 할 경우 감사원 감사나 국정감사 등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추락한 신뢰…자금유치에 영향 미칠까=연기금과 공제회 쪽에선 딜라이브 투자에 나선 GP에 대한 선긋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PE의 경우 지난해 진행된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의 위탁운용사 선정 경쟁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며 블라인드 펀드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PE가 딜라이브 투자 실패와 향후 미숙한 대응 조치 등 영향으로 지난해 연기금과 공제회의 펀드 출자 경쟁에서 점수를 잃은 것이란 관측이 대두된다"며 "MBK 역시 향후 국내 금융권과 연기금 등에서 자금 조달에 나설 경우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대주단에서도 MBK가 고통분담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대주단이 2조2000억원 중 30%가 넘는 80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건 워크아웃으로 봐야한다"며 "보통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하면 대주주의 고통분담을 요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MBK 등에 지분 추가출자 등을 요구했지만 MBK는 일관되게 이를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MBK의 태도는 대주단에 적잖은 실망감을 안긴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으로 MBK가 신디케이션론(다수 금융기관이 채권단을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대출하는 방식)이 필요할 때 이번 같은 무책임한 행태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내 기관이나 은행이 돈을 대주지 않을 경우 MBK는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투자수익률과 관련된 트랙레코드와 별개인 평판과 관련된 것"이라면서도 "딜라이브 투자에 실패했다는 레코드도 당연히 돈을 모집하는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딜라이브에 투자한 펀드들이 청산 중이기 때문에 GP들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