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뺨치는 지방 부동산 특구] (上) 대구 최고 중심가에 학군까지 '범어동'

"전세는 7억 초반, 월세는 150만원 안팎이지만 매물이 별로 없어요. 집값 조정이요? 대구가 공급과잉이다, 집값 떨어진다고들 하는데 범어동만큼은 다르죠."
낮 최고기온이 37도에 육박하던 지난 12일, 대구는 집 보러 다니는 발길마저 붙들어 맬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잠시만 서 있어도 구슬땀이 흐를 정도의 무더위에 행인은 발길을 재촉했고 달궈진 도로는 택시와 승용차로 붐볐다.
대구 수성구에서도 가장 중심가로 꼽히는 범어동네거리에 자리 잡은 부동산들은 손님 없이 에어컨에 의지해 전화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공급과잉과 가격거품 우려로 수치상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 중인 대구 아파트값에 대해 묻자 중개업자는 손사래부터 쳤다.
대구 외곽에 줄줄이 들어서는 대단지 아파트는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가격 조정 분위기가 감지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성구, 특히 범어동과 같이 비교하긴 어렵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이후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대구 전역의 아파트값이 오를 대로 올랐지만 소위 '급매'가 다량 풀리거나 전세가 남아도는 '역전세난' 현상은 대구 중심가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대구 사람들이 '랜드마크'로 꼽는 범어네거리 두산위브더제니스, 롯데캐슬 같은 단지는 분양가 대비 꽤 올랐지만 입지가 서울로 치면 강남이라고 할까요, 수요가 탄탄해서 전혀 걱정하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귀띔했다.
인근에 줄지어 늘어선 관공서, 금융회사, 병·의원, 법률회사 등에서 일하는 고위공무원이나 전문직 종사자, 기업 경영자 등이 가장 선호하는 거주지가 범어네거리 일대라는 것.
범어동 경신중·고등학교 등 대구에서 손꼽히는 학군과 학원가가 몰려 있는 SK뷰 단지와 대구여고 인근 단지들도 지어진 지는 꽤 된 낡은 아파트지만 매매, 전세는 물론 월세까지 거래가 비교적 활발했다. 높은 교육열이 수요를 받쳐주는 형태다.
범어동 중심가 아파트 시세는 서울 강북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고 강남3구에 못지 않을 정도다.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면적 171㎡는 12억원 중반~13억원 중반에 매매 호가가 형성돼 있다. 단지 내 가장 작은 평형인 134㎡는 9억원 초반이 시세다. 전세는 7억원 초반이다. 학군이 좋은 단지들도 30평대 아파트를 매입하려면 6억원 안팎은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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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기가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파트값은 상승폭은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소형에 대한 선호가 높은 수도권과 달리 이름 있는 아파트일수록 20~30평대 중소형은 없고 40평 이상 중대형 위주로 구성돼 있는 점은 특징적이다.

범어동으로 집중되는 수요를 반영하듯 범어네거리를 중심으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 공사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수건설이 짓는 '브라운스톤 범어 주거복합아파트'도 지난해 분양에서 일찌감치 '완판'됐다. 공사 현장에는 도심 난개발과 교통혼잡 우려 플래카드가 내걸릴 정도다.
수성동 3가에 살고 있는 주민 김모씨(58·여)는 "대구가 최근에 몇억씩 말도 안되게 올랐다고들 하지만 수성구는 구매력이나 생활 수준으로 보면 서울 웬만한 동네와 비할 바가 아니다"며 "강남에 입지, 학군이 받쳐주는 곳은 부동산 침체에도 크게 안 흔들리는 것처럼 범어동도 부침이 크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구 수성구를 벗어나 외곽으로 갈수록 가격조정에 대한 우려가 감지됐다. 지방일수록 중심가와 외곽의 생활·교통·교육인프라 격차가 크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수요가 높지 않은 곳은 실거주 매력도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급매'로 나온 매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범어동 3.3㎡당 아파트값은 지난해 3월말 평균 1234만원에서 올 6월말 1373만원으로 1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구 전체 3.3㎡당 아파트값은 지난해 3월말 평균 809만원에서 올 6월말 875만원으로 8.2% 상승하는 데 그쳤고 최근 2분기 연속 하락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