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확한 자료에 근거한 최고금리 인하, 시장 왜곡한다

부정확한 자료에 근거한 최고금리 인하, 시장 왜곡한다

김대규 서울디지털대 법무행정학과 교수
입력 2016.12.15 06:05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16.12.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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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대출 최고금리 인하 반대

지난해 모 방송사에서 각국의 최저임금을 비교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한국의 명목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이었다. 최저 시급이 1만2000원 안팎인 독일과 프랑스, 8000~9000원 안팎인 일본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나지만 생필품 구매력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차이가 더 벌어지는 만큼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노사정위원회의 임금보고서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연간 환산 최저임금은 1만2038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4위로 중위권이었다.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국의 최저임금 순위는 10위로 12위인 일본보다 약간 높게 나왔다. 방송사와 노사정위원회의 평가는 기준이 되는 연도도 달랐지만 무엇보다 서구와 달리 각종 상여금과 수당을 시급과 별도로 지급하는 한국의 관행을 고려했는가에서 큰 격차가 벌어졌다.

명목 임금에 대한 직접 비교는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 법정 최고금리에 대한 직접 비교도 마찬가지다. 비교 근거가 부정확하거나 등가 비교가 어려운 외국의 명목상 상한금리와 평면적으로 비교해 한국의 법정 상한금리를 그에 맞추자는 주장은 합리적인 토론을 어렵게 만든다.

지난 3월에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금리는 2년만에 연 27.9%로 7%포인트 낮아졌다. 그런데 법 시행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법정 최고금리를 7.9%포인트 가량 다시 인하해 주요 선진국 수준인 연 20%에 맞추자는 대부업법 개정안 발의가 국회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찬열 의원(전 더불어민주당·현 무소속)이 지난 6월에 대표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출 최고금리는 미국이 주에 따라 연 8∼18%, 일본 20%, 대만 20%로 한국보다 낮다. 같은 당 제윤경 의원이 이달초 발의한 개정안에서는 독일과 프랑스,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연 20% 미만의 법정 상한금리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사실관계를 바로 잡자면 싱가포르는 지난해 대부업법을 개정해 은행이 아닌 인가받은 대부업자에 대해서는 연 20%가 아닌 월 4%, 연 48%를 법정 상한금리로 정했다. 한국에선 상한금리에 대부업자가 받는 모든 이자와 수수료가 포함되지만 싱가포르의 연 48% 상한금리에는 지연이자율과 법정비용, 대출수수료가 제외된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인 상한금리 규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모든 주들이 연 8∼18%의 상한금리를 법률로 일괄 강제하는 것도 아니다. 15개주와 워싱턴 D.C에서만 연 10~40%대 법정 상한금리를 설정하고 있으나 나머지 주에는 상한금리 규제가 없다.

금리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는 주에서도 대출의 종류에 따라 예외를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연 20% 미만의 상한금리를 적용하지만 초단기소액대출(페이데이론)에 대해서는 연 456%까지 이자를 허용한다. 일부 지역에서 청교도 정신에 따라 폭리 금지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다수 지역에서는 고금리 소액대출을 온라인으로 허용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에서 연 600% 내외의 고금리 페이데이론 금융사업이 전국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독일은 1967년 4월에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소액대부 및 할부신용거래에 관한 상한금리 시행령’을 폐지했다. 시행령 제정의 근거 법률인 독일 신용조직법(KWG) 제23조의 관련 내용도 1984년에 삭제했다. 따라서 독일의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 미만이라는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 국회에 제출된 대부업법 개정안에 독일이 금리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제시된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독일에서는 단기 소액대부의 전형인 전당업 대출의 경우 수수료와 이자를 포함한 실질적인 금리가 연 40~50%에 달하는 것이 보통이다.

프랑스에서는 소비자신용계약에 한해 상한금리가 있다. 하지만 명목 금리일 뿐이다. 프랑스에서 1524유로(한화로 200만원 내외)의 소액 신용대출의 경우 2010년 3분기 기준 법정 상한금리는 연 21.15%였다. 이를 한국처럼 수수료와 연체비용, 위약금, 회전신용(리볼빙)에 따른 가산금리, 보험료까지 포함한 대출회사가 받는 실질적인 총비용으로 환산하면 연 29%가 넘는다. 선진국 수준에 맞춰 법률을 개정하려면 근거가 정확해야 하지만 지금 국회에 발의된 대부업법 개정안에는 사실과 다르거나 단순 비교가 어려운 나라의 사례가 주로 실려 있다.

법정 상한금리 인하가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여줄 것이란 가정이 실제 현실에선 맞지 않을 수 있다. 일단 소득이 부채의 증가 속도를 능가하지 않는 한 법정 상한금리가 극단적으로 낮아져도 부채 총량은 줄지 않는다. 오히려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사업자는 연체 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거나 아예 시장 철수를 결정해 서민 대출자금의 공급 부족을 유발할 수 있다. 법정 상한금리가 인하되면서 실제로 대부업체 이용자는 줄고 이용자의 신용등급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한 서민은 결국 불법 사금융으로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대규 서울디지털대 교수
김대규 서울디지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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