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많이 쓰는 제빵·제과 업계 비상…장기화되면 제품생산 차질 불가피

"요즘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계란을 구하려고 전국 양계장을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제빵 업체인 SPC그룹 구매 담당자들은 이달 초부터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평소 거래해온 양계장으로부터 계란을 공급받기 어려워지자 새로운 양계장 확보에 나섰다. 계란은 유통기한이 짧아 비축이 어려운데다 빵과 케이크에 쓰이는 계란 양이 워낙 많아 긴장 상태를 늦출 수 없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산란계(알을 낳는 닭) 농가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제빵·제과 등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산란용 닭을 대량 살처분하면서 대부분 제품에 주재료로 쓰이는 계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치솟는 계란 값도 문제지만 신선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계란찾아 삼만리"…식품업계 발동동=계란 수급에 가장 애를 먹고 있는 곳은 제빵업계다. 빵과 케이크, 샌드위치, 디저트 등 주요 제품에 모두 계란이 들어간다. 신선식품인 만큼 유통기한이 짧아 대량 비축도 불가능하다.
SPC그룹은 공장과 전국 가맹점에서 주로 '액란'(1차로 껍데기를 깬 형태,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 또는 혼합한 제품)을 사용하는데 1일 기준 유통 물량이 60~70여톤에 달한다. 액란은 72시간 안에 사용해야해 오래된 제품은 폐기해야 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다수 거래처로부터 계란을 공급받아 왔는데 AI 사태가 한 달을 넘어서면서 신선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평소 거래하던 농가나 도매상이 아닌 경우 안정적으로 물량을 보장받을 수 없고 가격도 비싸다"고 말했다.

제과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제빵업계에 비해 직접적인 피해는 덜하지만 AI 사태 장기화로 원료 수급 불안정, 원가 압박 등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장기 유통이 가능한 '전란액'(껍데기를 제거한 계란을 냉동, 가열 등으로 가공한 제품)과 '난분'(껍데기를 분리한 계란을 가루 형태로 건조한 제품) 등을 주로 사용하는데 원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전란액 가격이 지난달보다 3~4% 올랐는데 조만간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전란액 공급 업체들이 가격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계란 수입, 근본처방 아냐"…생산차질·가격인상 불가피=AI 여파로 계란 대란이 심화되자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20일 식품업계와 긴급 회의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현재 부족한 물량이 어느 정도 인지 통계조차 없는 현실인데도 관계 부처는 국내 계란 수급은 과잉공급 상태였고, 계란값 인상 속도가 우려보다 빠르지 않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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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계란 수입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A식품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항공편으로 생계란을 수입하겠다는데 근본 처방이 아니다"라며 "계란은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이고 물류·통관 비용까지 더해지면 비용이 만만치 않아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계란 대란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병아리를 입식해 계란을 낳는 닭으로 자랄 때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계란 부족 현상이 내년 봄·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B식품업체 관계자는 "계란 수급 불안이 계속되면 제품 생산량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원가 압박이 지속되면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