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 임대주택 '행복주택' 앞날은?

박근혜표 임대주택 '행복주택' 앞날은?

송학주 기자
2017.01.0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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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후'] 청년세대 '주거사다리'인가? 지난 정권의 애물단지로 전락하는가?

이달 입주자 모집에 나서는 서울 오류지구 행복주택 공사현장 모습. / 사진제공=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달 입주자 모집에 나서는 서울 오류지구 행복주택 공사현장 모습. / 사진제공=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에서, 그것도 집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강남 3구 송파구에서 방 2개짜리(전용면적 41㎡) 새 아파트를 월 임대료 35만원만 내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게다가 입주민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스터디룸, 주민카페, 청소년카페 등 공동 커뮤니티시설까지 갖췄다면 '금상첨화'다.

2015년 10월 첫 입주를 시작한 40가구 규모의 '삼전 행복주택' 얘기다. 박근혜 정부가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젊은 층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행복주택을 구상하고 계획을 발표한지 3년여 만의 첫 결실이었다. 다만 공급이 적어 41㎡형(8가구) 경쟁률은 161대1에 달했다.

당시 네 살짜리 아이를 둔 한 신혼부부는 "전셋집 구하기도 어렵고 직장이 근처여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신청했는데 당첨돼 너무 기쁘다"며 "시설이 좋지 않을 것이란 편견을 가졌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시설이 잘 돼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반값월세'로 출발한 행복주택, 주민 반대에 부딪혀 우여곡절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공약으로, 철도부지 위에 임대주택 20만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행복주택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수도권 철도부지 총 55곳에 주택용지를 조성한 후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부지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런 현실적인 어려움은 없다"며 "기술 발달로 소음이나 이런 것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행복주택은 철도부지 등 국·공유지를 활용, 토지매입비가 들지 않아 보증금과 월세를 시세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한다는 데서 출발했다. 이를 통해 치솟는 전·월세를 안정시켜 서민주거의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직주근접'을 내세워 직장과 가까운 도심권에 공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저렴한 임대료에 직장과도 가까우니 집을 구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너도나도 환영했다.

하지만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국토교통부가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오류지구 △가좌지구 △목동지구 △잠실지구 △송파지구 △공릉지구 △안산 고잔지구 등 7곳을 지정해 발표하자 지역주민들과 지자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목동이나 잠실·송파지구 등 서울에서 주거환경이 좋고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동네에서 반대 열기가 뜨거웠다.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집값 하락이나 자녀 교육환경에 대한 걱정이었다.

실제 2013년 6월에 열린 행복주택 공청회에 20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탁생행정을 그만둬라", "기존에 살고 있던 주민들의 행복을 먼저 보장하라", "국토부 공무원들은 물러가라"고 구호를 외치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져 진행이 불가능했다. 한 주민은 토론자로 참석한 국토부 공무원에게 "왜 하필 우리 동네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결국 시범지구 7곳 중 2곳(오류·가좌지구)만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행복주택 14만가구 확정…특화단지 속속 등장

이런 우여곡절 끝에 행복주택은 지난해 총 14만가구의 입지를 확정했다. 다만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위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라는 기본 취지만 유지한 채 '직주근접'은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심권에 공급하기엔 기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실제 행복주택이 가장 필요한 서울에서는 2만여가구에 불과하다. 게다가 일부 사업지만 구체적으로 밝혔을 뿐 1만가구에 이르는 나머지 입지는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 있다. 구체적인 입지를 밝히지 못하는 건 주민 반발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고무적인 것은 신혼부부·대학생 특화단지 등을 조성해 입주자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신혼부부 특화단지 10개소에는 신혼부부가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도록 단지 내에 국공립어린이집, 키즈카페, 소아과 등 육아에 특화된 서비스가 제공되며 자녀안심설계 등이 도입될 계획이다.

일부 행복주택에는 카셰어링 서비스나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서비스 등이 적용되기도 한다. 취업준비생, 대학원생, 예술인, 프리랜서, 산단 근로자 등 입주대상도 계속해서 넓혀지고 있다.

국토부는 이달 12일부터 5일간 대대적으로 전국 13곳 5293가구에 달하는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에 나선다. 특히 시범지구로 선정된 서울 오류지구(890가구)가 눈에 띈다.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1호선) 부지를 활용해 지어지는 단지다.

철로 위에 조성되는 인공지반(7583㎡, 축구장 1개 면적)에는 입주민과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원과 생활체육시설 등이 설치된다. 신혼부부 특화단지로, 전용 36㎡ 이상의 투룸형(모집물량의 40%)을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고 육아나눔터, 키즈카페, 장난감나라(무료 대여서비스), 어린이놀이터가 설치된다.

다만 올해부터는 입주자격이 까다로워진다. 그동안 행복주택을 비롯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경우 부동산과 자동차만 자산으로 책정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론 행복주택에 입주하려면 부동산, 자동차뿐 아니라 금융자산, 골프회원권 등을 포함한 총자산이 2억19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대학생·사회초년생은 각각 7500만원, 1억87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대학생은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청약경쟁률이 수십대 일에 이르는 등 행복주택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앞으로 적재적소에 수요맞춤형 행복주택을 더욱 확산시켜 청년층 주거안정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주택, 애물단지인가? 청년세대의 주거사다리인가?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퇴진 가능성이 커지면서 행복주택도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정이 마비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도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택정책이 바뀌는 것은 다반사였다. 이를테면 2007년 도입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은 최장 20년 동안 전세금을 시세의 80%, 2년 주기 재계약 시 보증금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정책이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새로운 주택정책이 나오면서 공급이 중단됐다.

'반값 아파트'로 유명한 보금자리주택 역시 이명박 정부가 2009년 무주택서민을 위해 도입했으나 2013년 정권교체와 함께 사업 계획이 변경됐다. 준공을 기다리며 전세를 전전하던 입주 대기자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행복주택 역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새 정권이 들어서면 아무래도 지난 정권의 색깔이 강한 주택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여전히 행복주택의 취지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다. 대학생들이 치솟는 월세를 벌기 위해 공부할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들이 집을 구하지 못해 직장에서 몇 시간씩 떨어진 곳에서 출퇴근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청년 주거빈곤의 절박함과 공공임대주택의 절실함이 눈앞에 있는 데도 청년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행복주택은 청년에 대한 투자 또는 시혜적인 복지가 아니라 마땅히 그동안 정책 대상이 되었어야 할 청년에 대한 보장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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