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밥 해주고 월급 받는중"…N포 세대→'전업자녀' 유행 중

"부모님 밥 해주고 월급 받는중"…N포 세대→'전업자녀' 유행 중

전형주 기자
2026.06.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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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자녀'는 중국의 '취안즈얼뉘(全職兒女·전직자녀)'에서 유래한 신조어로, 직장이 없는 자녀가 집안일을 전담하는 대신 부모에게 월급을 받는 것을 뜻한다. 2023년 중국이 최악의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면서 SNS(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했고, 이후 한국으로 유입됐다. 단순히 부모에게 의존했던 캥거루족·니트족과 비슷해 보이지만,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제 나름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업자녀'는 중국의 '취안즈얼뉘(全職兒女·전직자녀)'에서 유래한 신조어로, 직장이 없는 자녀가 집안일을 전담하는 대신 부모에게 월급을 받는 것을 뜻한다. 2023년 중국이 최악의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면서 SNS(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했고, 이후 한국으로 유입됐다. 단순히 부모에게 의존했던 캥거루족·니트족과 비슷해 보이지만,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제 나름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지난해 회사를 그만둔 A씨(32)는 최근 서울을 떠나 강원도 고향집으로 내려갔다. 오랫동안 직장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그는 부모를 대신해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부모 배웅을 하고, 오후부터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을 한다. 부모 대신 택배를 받거나 생필품을 주문하는 등 잡무를 보기도 한다. A씨는 당분간 서울로 다시 올라갈 계획이 없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월세 가격을 보고 있으면 다시 자취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 얼마 전 대학교를 졸업한 B씨(25)는 별다른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좋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 공무원 임용 시험을 알아보고 있다"며 "취업 전까지는 부모님 집에서 집안일과 반려견 산책을 하며 지낼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여년간 청년세대를 부르는 이름은 계속 변화해왔다. 1990년대 X세대가 있었고, 2000년대 들어 88만원 세대와 니트족(NEET·일하지 않거나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 N포세대가 등장했다. 요즘엔 '전업자녀'가 유행이다.

시사상식사전(박문각)에 따르면 '전업자녀'는 중국의 '취안즈얼뉘'(全職兒女·전직자녀)에서 유래한 신조어로 직장이 없는 자녀가 집안일을 전담하는 대신 부모에게 월급을 받는 것을 뜻한다. 2023년 중국이 최악의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면서 SNS(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했고 이후 한국으로 유입됐다. 단순히 부모에게 의존했던 캥거루족·니트족과 비슷하지만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맡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높아진 독립의 벽…"첫 취업까지 11.3개월"

전업자녀가 늘어난 배경으로 취업난과 주거난 등이 꼽힌다. 국가데이터처가 11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25만5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도 25개월 연속 하락해 43.8%로 떨어졌다. 고령층 고용률(60세 이상 47.2%)보다 낮다. /사진=뉴시스
전업자녀가 늘어난 배경으로 취업난과 주거난 등이 꼽힌다. 국가데이터처가 11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25만5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도 25개월 연속 하락해 43.8%로 떨어졌다. 고령층 고용률(60세 이상 47.2%)보다 낮다. /사진=뉴시스

전업자녀가 늘어난 배경으로 취업난과 주거난 등이 꼽힌다. 국가데이터처가 11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25만5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도 25개월 연속 하락해 43.8%로 떨어졌다. 고령층 고용률(60세 이상 47.2%)보다 낮다.

최종학교를 졸업한 뒤 1년 이상 일자리를 못 찾은 청년인구 비중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종학교를 졸업한 청년이 첫 취업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3개월이다. 1년 이상 걸린다고 응답한 청년은 31.3%에 달했다.

취업난이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을 막는다면 고물가·주거난은 물리적 독립을 막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54.4%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독립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연구원이 출생 세대별로 35세 시점의 부모와 동거 비율을 분석한 결과, 전국 기준 1971~1975년생은 18.6%, 1976~1980년생은 26.2%, 1981~1986년생은 32.1%로 나타났다.

전업자녀 상당수는 '쉬었음' 인구(특별한 사유나 교육·훈련 없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 속할 가능성이 큰데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쉬었음' 인구는 64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6년 5월과 비교하면 23만5000명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의 '쉬었음' 비중이 6.6%로 가장 높았다. 다만 '전업자녀'는 공식 통계로 집계되지 않는 신조어인 만큼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는다.

엘리트 전업자녀들은 '일과표'까지 있다
유튜브와 SNS에도 최근 전업자녀 브이로그(V-log·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가 다수 올라온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와 SNS에도 최근 전업자녀 브이로그(V-log·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가 다수 올라온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와 SNS에도 최근 전업자녀 브이로그(V-log·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가 다수 올라온다.

유튜버 강모씨(26)는 2024년 8월부터 6개월간 '전업자녀 생존기'라는 제목의 브이로그를 19편 연재했다. 영상에서 강씨는 요리와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을 수행했다. 그는 "전업자녀에도 등급이 있다. 엘리트 전업자녀가 되려면 일과표를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전업자녀도 적지 않다. 결혼·출산 생각이 없다는 C씨(31)는 최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집에서 주는 용돈만으로는 생활이 어렵다. 결혼할 생각도 없고, 이대로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살아도 먹고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일본 '5080' 현상, 남 일 아니다"
전문가들은 '전업자녀' 현상을 취업난과 주거난, 강력한 가족 중심주의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설명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양은 신자유주의적 노동 유연화로 취업난·주거난에 대응하는데, 한국은 가족주의 전략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며 "고성장기 부를 축적한 베이비붐 세대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고, 자녀는 부모 지원으로 취업을 준비하며 서로 상생하는 경제적 생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전업자녀' 현상을 취업난과 주거난, 강력한 가족 중심주의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설명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양은 신자유주의적 노동 유연화로 취업난·주거난에 대응하는데, 한국은 가족주의 전략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며 "고성장기 부를 축적한 베이비붐 세대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고, 자녀는 부모 지원으로 취업을 준비하며 서로 상생하는 경제적 생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전업자녀' 현상을 취업난과 주거난, 강력한 가족 중심주의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설명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양은 신자유주의적 노동 유연화로 취업난·주거난에 대응하는데, 한국은 가족이 경제적 부담을 함께 떠안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고성장기 부를 축적한 베이비붐 세대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고, 자녀는 부모 지원으로 취업을 준비하며 서로 상생하는 경제적 생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백수', '캥거루족'과 달리 집안일 수행을 강조한 '전업자녀' 표현에 대해서는 "맞벌이 부모가 많아지면서 자녀들이 이전보다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수행하게 됐고, 이것이 신조어 등장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일본에는 5080현상이라는 말도 있다. 청년기 쉬었음이 50대까지 계속돼 80대 노부모가 노령연금으로 50대 자녀를 부양하는 현상"이라며 "일본이 우리보다 약 30년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우리도 자칫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 독립 장벽이 너무 높아졌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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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주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전형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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