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다음달 국내주식 리밸런싱(자산 재분배)을 앞둔 가운데 이달 코스피가 9000을 넘은 구간마다 연기금이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국내 연기금 수급의 핵심으로 꼽혀 온 만큼 시장에서는 이같은 연기금 순매도에 국민연금 매도분이 상당 부분 포함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코스피시장에서 지난달 26일부터 이날(장 마감 직후 잠정집계분)까지 2조8156억원 규모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9000을 넘어선 이달 18일(9063.84) 연기금은 3921억원 규모를 순매도했고 9052.42로 마감한 19일 5277억원, 사상 최고치인 9114.55에 마감한 22일 1801억원어치를 각각 팔았다. 코스피가 9000을 넘어섰던 사흘간 모두 합쳐 1조999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최근 한달간 연기금 순매도분의 39%에 해당한다. 연기금은 16일부터 이날까지 하루(6월24일)를 제외하면 연속해서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날 하루 순매도액은 482억원이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개인은 50조5735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51조121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은 6353억원 순매도였다. 기관 중에서 금융투자가 5조604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연기금 등이 2조8156억원, 사모펀드가 2조3489억원을 각각 순매도했고 보험사(1조8400억원)까지 순매도하면서 기관 전체가 매도 우위로 기울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실에서 2026년도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주재하기 앞서 김성주(왼쪽)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6.05.28.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6/2026062617220820041_2.jpg)
국민연금은 올해 초 국내주식 비중이 운용 허용범위를 벗어나면 기계적으로 매도에 나서는 절차인 리밸런싱을 이달 말까지 유예했다. 다만 개별 종목의 주가와 업종 비중,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한 일반적 매매까지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적은 없다. 이에 따라 비중을 시장 여건에 맞춰 미세조정했을 가능성은 제기돼 왔다. 특히 코스피 9000 달성 무렵 연속적인 연기금발 매도세는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선행연습이란 해석도 제기됐다.
다만 국민연금은 리밸런싱의 재개 여부나 자산 비중을 실시간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3월말 기준 전체자산 규모는 1526조1000억원이고 국내주식은 320조9000억원으로 21% 비중으로 추산됐다. 3월 말 코스피지수 5052.46과 이날 코스피 종가를 대입하면 산술적으로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액이 534조2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달 전체 기금자산이 1900조원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국내주식 비중은 약 28.1%로 계산된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원칙적 목표비중인 20.8%까지 전량 되돌릴 경우 약 139조원어치 국내주식을 순매도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실제 의무 매도 규모와 남은 매도 압력은 국민연금의 비공개 전략에 따라 확인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기계적 매도 의무를 피해 재량껏 보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범위인 SAA(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SAA 상단은 비공개로 결정하면서 국민연금이 재량에 따라 보유 가능한 범위가 불확실해졌다.
시장에선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가능 비중이 SAA 상향 등에 따라 최대 28.8%까지 확대됐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아울러 수십조원대 매도 폭탄이 출회될 가능성도 거론돼 왔다. 다만 28.8%가 보유 가능한 최대치라면 이날 종가에 산술적으로 단순 대입한 보유분은 기준선을 밑돈 셈이어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출회될지 지켜봐야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 보유 가능 최대 비중에 대해 "SAA 범위를 비공개 처리한 상태"라며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자들의 PICK!
앞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23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리밸런싱을 다음달 재개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대형주 위주로 투자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수익만을 좇아 주식을 한꺼번에 던지는 민간 기관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며 "시장 충격 최소화 원칙에 따라 매우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