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제도 변경은 한·미 '꽃놀이패'(?)

약가제도 변경은 한·미 '꽃놀이패'(?)

여한구 기자
2006.07.27 11:29

이면합의설 솔솔…복지부, "말도 안돼"

한·미FTA의 최대 '딜 브레이커'(협상 장애물)로 부상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양국의 '꽃놀이패' 인가.

현재 거의 모든 의약품이 자동적으로 건강보험에 등재되는 '네거티브 방식'을 바꿔 가격 대비 효능이 우수한 약품만 선별적으로 포함시키는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로의 전환이 골자인 이 방안 추진을 놓고 갖가지 억측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이 방안이 담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26일 60일의 일정으로 입법예고 했었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복지부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도 변경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지난 10~14일 서울에서 열린 FTA 2차 협상에서 '보험약가 제도 변경 중단'을 요구하며 협상을 중단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었다.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해 "미국이 테이블을 엎어버렸다"고 직설적으로 비난하면서 FTA와 무관하게 일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등 한미 정부간 갈등을 노출시켰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양국이 포지티브 리스트를 도입하는데 이면 합의했다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14일 비공식 협상에서 미국이 포지티브 방식을 수용하는 대신 약가결정 과정에서 다국적제약사의 참여를 보장받았다는 얘기도 정부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내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FTA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릴 카드로 쓰기 위해 이를 숨겼다는 분석이다. 물론 복지부는 "전혀 사실무근으로 완전한 소설"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그럼에도 FTA 반대파에서는 양국의 사전 각본에 의한 '역할 분담'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경제학부 교수는 "2차 협상이 파행으로 결론난 것은 의도되고, 계산된 것으로, 의약품은 협상 장애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매체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FTA 통상교섭본부 핵심에서 "포지티브 리스트제 전환은 우리 뜻대로 될 것"이라고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해 보인다.

웬디 커틀러 미국 협상대표가 의약품 분야가 포함된 4대 선결조건에 대해서 "해결해 주기로 한 한국정부에 감사하다"고 밝힌 것도 연결시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FTA 반대파에서는 미국과 호주간에 이뤄졌던 FTA 협상을 비슷한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호주에 대해서도 선별등재 방식 전환을 반대했지만 결국 이를 수용하는 대신 특허기간 연장과 약가 결정과정에서 자국 제약사가 참여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이의기구 설치를 얻어낸바 있다. '선별등재'라는 틀은 양국의 합의가 어려운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복지부도 입법예고 기간을 30일에서 60일로 연장하면서 "입법예고 기간에 미국측 요구를 반영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복지부는 약가제도 변경안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FTA 협상의 핵심부서인 외교부와 긴밀하게 논의를 거치기도 했다.

이런 정황상 복지부 안팎에서는 통상 협상의 특성상 확인할수는 없지만 한국은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반대파에 심어줄 수 있고, 미국은 실리를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짜고치는 고스톱'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27일에는 한나라당이 이례적으로 정책성명을 내고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만 지켜내면 국민의 과도한 약가부담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켜서는 안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극심한 찬반 진통이 이어지고 있는 한·미FTA는 이래 저래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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