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른 과로나 스트레스로 사망에 이르렀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공사 작업 도중 건강이상으로 휴식을 취하다 숨진 심모씨의 부인 정모(50)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심씨는 2006년 5월 강원 춘천시 공사 현장에서 야간작업을 하다 오한 증세를 보여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이틀 동안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숙소에 방치됐던 심씨는 결국 혼수상태에 빠져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뇌출혈로 일주일 뒤 숨졌다. 정씨는 근로복지공단에 보상금과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 현장의 습도가 높았고 저산소 상태였던 점, 이틀 동안 방치되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학적 소견 등에 비춰 급격하게 변화된 환경 하에서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기존 질병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지만 2심 재판부는 "심씨가 불과 4시간 정도 밖에 일하지 않았고 30년간 건설현장에서 일한 숙련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