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예상대로 싱거웠다. 이변이 없는 한 이 후보자는 8일 전후로 방송통신위원장에 정식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좀 냉정하게 보면 공직 진출자의 도덕성은 기본이다. 보여줘야 할 것은 능력이다. 좀 더 솔직하자면 '잘 할 수 있을까' 내지는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이 후보자에 대한 업계의 선입견을 깨는 일이다. 청문회만 놓고 보면 실망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오랫동안 공직에서 떨어져있었으니 이해도 가지만, 이 후보자의 답변은 예상한 것보다 자신감이 없었다는 평가다.
청와대가 새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이 전 정보통신부 차관을 낙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에서 나온 우려를 당사자도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언짢을 수 있지만 그 또한 이해해야 한다. 이 후보자의 '실력'을 폄훼해서라기보다 방통위가 보여준 지난 4년여 간의 역할 때문이다. 그리고 임기가 2년 보장됐음에도 차기정부의 정부직제 개편에 따라 그 임기는 1년으로 단축될 수도 있다는 현실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정치적 회오리 속에서 혼란을 겪었다. '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종편PP)' 선정 등 특정 정책에 함몰돼 사실상 방통위 출범 이후 해야 할 여러 법제도 정비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야말로 이 후보자가 위원장이 된 후 풀어야 할 과제를 제시해준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규제기관의 엄중함을 회복하는 일이다.
방통위 사무국 직원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 있다. 바로 "14층은 우리가 정리하겠소"라든가 "회장님의 뜻이오"라는 말이다.
낯부끄러운 일이지만 방송-통신영역을 가리지 않고 시시때때로 등장한 이같은 발언은 규제기관으로서 방통위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강직함과 도덕성으로 무장한 이 후보자의 등장에 방통위 안팎에서 "추락한 방통위의 위엄을 세워야 한다"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는 이유다.
두 번째는 방송산업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점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는 방송정책을 잘 모르니 정책 결정을 미루거나 직접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아예 일각에선 "정치이슈인 방송은 가급적 건드리지 말고 가라"는 제언도 나온다. 하지만 거꾸로 통신보다 방송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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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은 일정 합의된 룰이 작동된다.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 조성에 대한 정책 논의도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 그에 비해 방송은 변화된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구태의연한 틀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유료방송임에도 여전히 다른 법에 근거해 IPTV(인터넷 TV)와 케이블TV를 규제한다. 방통위는 출범 4년이 돼도 '동일 역무 동일 규제'라는 기본 규제철학조차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다. 스마트TV는 아예 무법상태다. 가히 '아수라장' 수준인 방송산업 정책을 어떤 정책에 양보할 수 있겠는가.
이 후보자가 방송정책과 정면으로 부닥쳐야 하는 이유는 세 번째 과제로 연결된다. 방통위원장으로서 이후 정부 조직개편의 방향에서 통찰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정보통신 업무를 일괄 모아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통부 부활'만이 능사가 아니다. 모바일, 방송·통신 융합, 다양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지식정보사회 구현을 위해 방송을 제외할 필요도 없거니와 어떤 형태의 조직에서 관련 정책과 규제를 담당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를 열린 시각으로 고민해야 한다. 방통위 존폐나 새로운 정부조직 출현은 그 연장선에서 논의될 일이고, 수장으로서 이 후보도 이에 대한 답을 내야 한다.
방송·통신산업 진흥과 규제를 관장하는 위원장으로서 규제기관의 명을 세우고, 미래에 대한 답을 준비하는 일. 응당 해야 할 일을 비켜가지 않는 모습. 임기가 얼마든 방송·통신산업 미래의 한 축이 신임 위원장에게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