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 성모씨(25)는 지난 2년 동안 읽은 책이 두 권에 불과하다. 학기 중 전공과목 교재를 읽었지만 완독한 경우는 거의 없다. 성씨는 "학점관리, 취업준비뿐 아니라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대학생과 책 사이의 벌어진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학생활 내내 등록금 마련과 취업 준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학생들의 독서 기피현상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대학생 2011년 대출건수 1인당 0.8회…초등학생의 1/25
지난 5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들의 대출 건수는 1인당 0.8회로 집계됐다. 한 해 동안 책 한 권 빌리지 않는 대학생이 대다수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비해 초등학생의 대출건수는 20회로 대학생보다 25배 높았다.
사실 대학생들의 도서대출 여건은 그 어떤 세대보다 잘 구축돼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재학생 1인당 소장 도서수가 50권을 넘는 대학은 90여곳에 달한다.
국내 대학도서관 가운데 가장 많은 책을 보유한 서울대(443만8503권)의 경우 1인당 소장 도서수가 158.4권에 달한다. 일부 사이버대학을 제외하면 대부분 10권 이상이다. 여기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서관을 감안하면 대학생들의 도서대출 여건을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
◆대학생 "취업준비, 아르바이트도 벅차, 독서는 무슨…"
그러나 스펙쌓기와 아르바이트에 매몰된 대학생들이 독서에 시간을 투자할 여력을 갖긴 힘든 상황이다. 성씨는 "독서가 인생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당장 취업을 위해서는 독서보다 학점을 잘 받고, 높은 토익점수를 따는데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펙쌓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현실 또한 독서를 기피하는 이유다. 대학생 안모씨(27)는 "한 달 내내 일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백만원 안팎"이라며 "때문에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안씨는 "학기 중만이라도 학업과 독서에 집중할 수 있으려면 방학 동안 번 돈으로 한 학기 등록금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기기의 확산이 독서를 기피하게 만들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생 표모씨(26)는 "서평 과제를 내지 않는 이상 스스로 책을 읽는 친구들을 보기 힘들다"며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정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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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제도 전반의 문제, 대학들 독서독려 캠페인 확대해야
안수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독서 기피현상은 '사유정지'라는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 사무처장은 "교육제도의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상 대학생의 독서기피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며 "현재 대학은 기업형 인간을 양산하는 식으로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입학 전에는 입시에, 입학 후에는 취업에 매달리는 교육제도 전반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대학교육에 독서를 통해 시민적 자질을 기를 수 있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현재 여러 대학에서 추진하는 있는 독서 독려 캠페인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