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조항으로 표현의 자유 위축"…네티즌, 아청법 개정안 반발

"애매한 조항으로 표현의 자유 위축"…네티즌, 아청법 개정안 반발

양정민 기자
2012.11.21 09:55
국회 아동ㆍ여성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 이미경 위원장(가운데)과 새누리당 김희정(왼쪽), 민주통합당 남인순 간사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활동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뉴스1(news1.kr)=박정호 기자
국회 아동ㆍ여성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 이미경 위원장(가운데)과 새누리당 김희정(왼쪽), 민주통합당 남인순 간사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활동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뉴스1(news1.kr)=박정호 기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안이 지난 19일 국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네티즌과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애매한 법 조항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 개정안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문구 추가

개정 이전부터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아청법 2조 5항의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아음물) 정의 중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라는 구절이었다. '인식'의 기준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과 가상 인물이 등장하는 게임, 만화 등 '표현물'을 동등하게 규제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14일 실제 아동·청소년이 출연하는 것만을 아음물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국회 아동·여성대상 성폭력대책 특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위원장 김희정)에서 최 의원과 유승희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여야 의원들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2조 5항을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라는 문구로 바꾼 개정안이 통과됐다. 성인 배우가 교복차림으로 연기하더라도 아음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법률로 명시한 셈이다. 그러나 '명백하게 인식'된다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데다, 표현물 규제는 여전히 남아있어 네티즌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만화가 박성용씨가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restol17)에 게시한 아청법 반대 만화 중 일부
만화가 박성용씨가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restol17)에 게시한 아청법 반대 만화 중 일부

게임 관련 행사 기획업무를 하는 김윤상 와일드카드 컨설팅 대표는 아청법 개정안과 스마트폰 셧다운제 등을 '게임문화 탄압'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트위터(@lifedefrager)를 통해 지난 18일부터 반대 서명운동에 나섰다.

김 대표가 지난 18일 "2주 내에 아청법 등 게임 규제에 반대하는 모임을 열겠다"고 올린 트윗은 이틀 여만에 1000건 이상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서명운동에는 6500명 이상의 네티즌이 참여했다. 이들 중에는 게임 개발자, 게임 디자이너 등 관련 업계 종사자도 있지만 대부분이 자신을 평범한 학생 또는 성인이라고 밝혔다.

서명운동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당장 성범죄 위험에 노출된 어린이를 보호해야 할 공권력이 콘텐츠를 검열하고 관련 산업을 위축시키는 데 쓰이고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야동을 볼 권리'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현실의 어린이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다음달 1일 아청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네티즌들과 함께 컨퍼런스를 열어 의견을 모으고 이를 대선후보 캠프에 질의서 형식으로 전달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들과 별도로 게이머 모임인 '게임자유본부' 역시 서명운동과 함께 컨퍼런스 개최를 준비 중이다.

아청법 개정 촉구, 스마트폰 셧다운 등 게임 문화 탄압에 대한 서명운동 페이지 캡쳐화면
아청법 개정 촉구, 스마트폰 셧다운 등 게임 문화 탄압에 대한 서명운동 페이지 캡쳐화면

인터넷 카페 '파일공유(웹하드/P2P) 음란물, 저작권 단속관련 네티즌 대책토론'은 헌법소원 제기에 나섰다. 이 카페 회원들은 "아청법 2조 5항이 애매모호한 조항으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년과 여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한다"며 헌법소원 비용을 모금 중이다. 모금 시작 8일여만인 지난 20일 기준으로 350만원 가량의 금액이 모였다.

이밖에도 남성연대(대표 성재기)는 현행 아청법 시행을 6개월 이상 보류한 뒤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검증단을 구성해 재개정하자는 요구안을 발표한 상태다.

이처럼 네티즌들의 반대 여론이 들끓자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unbeatenpath)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에서도 실존아동과 무관한 아동 '캐릭터'만이 등장하는 영상은 실제 음란한가를 따져 일반 음란물 규제만을 적용한다"며 "아청법 2조 5호의 '아동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이라는 문구를 '실존 아동으로 식별될 수 있는' 정도로 바꾸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같은 반대 움직임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아청법 개정안은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이라는 문구를 넣어 억울한 피해자를 줄이자는 취지"라며 "표현의 자유를 막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미성년자 캐릭터가 성적 행위를 하는 표현물(아음물)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네티즌들이 우려하는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의 기준은 앞으로 구체적인 시행령 등을 통해 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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