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청, "성소수자 단체 현수막 안돼"…SNS 논란

마포구청, "성소수자 단체 현수막 안돼"…SNS 논란

양정민 기자
2012.12.05 13:56
마포구 지역 성소수자 모임 '마포레인보우 주민연대(마레연)'이 5일부터 게시 예정이었던 현수막 시안 (사진=마레연)
마포구 지역 성소수자 모임 '마포레인보우 주민연대(마레연)'이 5일부터 게시 예정이었던 현수막 시안 (사진=마레연)

성소수자 모임이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려다 구청의 제지를 받으면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마포구 지역 성소수자 모임 '마포레인보우 주민연대(마레연)'는 지난달 서교동과 합정동, 창전동 등 3곳에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한 현수막을 게시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현수막 제작에 참여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대표는 "지난해에는 버스 내부에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를 게재한 데 이어, 올해는 외부에 현수막을 걸어 전체 구민들과 성소수자 문제를 얘기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곧 소셜펀딩 방식으로 현수막 제작 및 게시 비용 100여만원이 모금됐다.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의 머리글자),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 "지금 이 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입니다"라는 문구의 시안도 마련했다.

마포구 지역 성소수자 모임 '마포레인보우 주민연대(마레연)'이 지난해 마포구내 마을버스에 게재한 광고 (사진=마레연)
마포구 지역 성소수자 모임 '마포레인보우 주민연대(마레연)'이 지난해 마포구내 마을버스에 게재한 광고 (사진=마레연)

"미풍양속 훼손" vs "성소수자 혐오"

그러나 게시 예정일(5일)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현수막 제작업체는 "마포구청 내부 검토 결과 4일까지 내용을 수정하지 않으면 광고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 대표는 "구청 담당 공무원은 현수막 내용 중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조목조목 짚어내지 못한 채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라는 말만 수 차례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마레연 회원 '오김(활동명)'씨는 "'첫 번째 현수막 시안 속 사람 그림이 상의를 벗고 있는 것처럼 보여 청소년에 유해할 수 있다', '(현수막 내용 때문에) 민원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그림과 문구를 수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SNS에 알려지면서 네티즌 항의가 이어지자, 마포구청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마레연의 현수막이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5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청소년 보호ㆍ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것"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마포구청은 "광고물팀 내부 검토 결과 (마레연에) 내용 보정 및 순화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마포구청 담당 공무원은 5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지난 5월 이모씨가 서울시내 11개 자치구에 성소수자에 관한 현수막 게재를 요청했을 때, 마포구는 협의 끝에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서울시민 중 누군가는 성소수자입니다. 모든 국민은 성적지향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갖습니다'라는 문구로 게재를 허용했다"며 "마포구가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공무원은 "현수막 문구 중 '열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라는 표현이 과장된 측면이 있고, 상반신을 탈의한 듯한 그림이 청소년들이 보기에 안 좋을 수 있어 전체적인 문안을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순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라며 "게시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관청에서 관리하는 공공게시물인만큼 다양한 시각을 감안해 내부 검토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고 전했다.

마포구청은 오는 10일 열리는 광고물 관리 및 디자인 심의위원회에서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수막 내용 수정 여부를 다시 협의할 예정이다.

한편 마레연 측은 구청의 현수막 수정 요구를 전면 거부한 채 질의서 및 항의서한 전달, 구청장 사과 요구 등의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성소수자 혐오는 성소수자가 우리 곁에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다는 이론이 있다. 이번 현수막 수정 요구도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라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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