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50대男, 30년 번돈 '여기' 몰빵했다가

정년퇴직 50대男, 30년 번돈 '여기' 몰빵했다가

송학주 기자
2013.05.02 05:55

공급과잉 도시형생활주택 '분양가·임대료↑, 수익률↓'

서울 강서구 신월동 인근 도로가에 도시형생활주택 분양광고가 붙어있다./사진=송학주 기자
서울 강서구 신월동 인근 도로가에 도시형생활주택 분양광고가 붙어있다./사진=송학주 기자

#서울 강서구 신월동에 사는 박모(57)씨는 지난해 도시형생활주택 3채를 분양받았다. 30년간 다니던 은행에서 정년퇴직한 후 받은 퇴직금의 투자처를 고민하다 최근 인기가 높은 오피스텔 등 수익형부동산에 관심이 갔다.

'1·2인 가구 증가로 소형주택 인기'라는 보도와 '도시형생활주택 수익률 10% 보장'이란 분양 현수막이 박씨의 고민을 해결해줬다. "주변 직장인들과 대학가 수요까지 감안한다면 공실은 절대 없다"는 분양 관계자의 말에 솔깃했다. 여기에 '2~3년 뒤엔 웃돈이 붙어 거래될 것'이란 말에 덜컥 계약했다.

하지만 현재 3채 중 2채가 세입자를 채우지 못해 빈집으로 남아 있다. 그나마 세입자가 들어온 1채도 분양업자가 애초에 약속한 월세 60만원이 아니라 45만원에 계약했다. 인근에 우후죽순 생겨난 도시형생활주택과 원룸·고시텔이 문제였다. 집값도 웃돈은커녕 분양가보다 20% 이상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다.

박씨는 "한 번의 실수로 평생을 힘들게 모아 번 돈의 반을 날렸다"면서 "당시 분양상담사를 찾아 '물어내라'고 따지고 싶지만 어디 갔는지 찾을 수도 없다"며 "가격만 맞는다면 더 늦기 전에 팔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과잉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늘어나는 소형주택에 비해 시장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박씨의 경우처럼 공실이 늘면서 일부지역은 눈물을 머금고 임대료를 내릴 수밖에 없다.

 요즘 인터넷카페의 부동산 직거래 게시판에는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주택을 통으로 매매한다거나 반값으로 처리한다는 광고성 문구가 하루에도 수십개씩 올라온다.

인터넷에 올라온 천안의 한 도시형생활주택 광고./사진제공=인터넷광고 캡처
인터넷에 올라온 천안의 한 도시형생활주택 광고./사진제공=인터넷광고 캡처

 ◇너도나도 짓다보니 빈집만 수두룩…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형생활주택의 인허가 건수는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2009년에 비해 73배 가량 늘었지만, 평균 입주율은 지난해 말 현재 53%에 그치고 수도권은 50.5%에 머물러 있다. 절반 가량의 도시형생활주택이 공실로 남아 있는 셈이다.

 강서구 신월동 인근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대란의 주범은 사실 3~4인가구가 주로 찾는 60~85㎡ 주택임에도 초소형만 잔뜩 공급하다보니 수요가 따라주질 못했다"며 "대학생이나 직장인 등 1인가구도 1억원 전후의 높은 분양가와 임대료 때문에 도시형생활주택 수요가 더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실이 늘면서 임대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다보니 건물 전체를 매각하는 '통매각' 물건들도 점점 늘어나는 모습이다. 실제로 '수익률 39% 보장'이란 인터넷 광고로 유명세를 떨친 충남 천안의 한 도시형생활주택은 지난해 7억원 선에 매물로 나왔지만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매시장에서도 도시형생활주택 물건이 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매가 진행된 서울 소재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주택은 총 25건으로, 지난해 4분기(13건)보다 2배나 늘었다.

 부동산태인 관계자는 "최근들어 경매시장에서 소형 임대주택 물건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지었으나 분양이 안되고 대출금 연체가 이어지면서 경매시장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높은 분양가와 임대료 해결책은?…'토지임대부 임대주택'

 이같은 현상은 면적은 점점 줄어드는데 분양가는 점점 높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도시형생활주택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2213만원(2012년 5월 기준)으로 1년전(1697만원)보다 30.4%나 급등했다. 일반 고급아파트 분양가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비싼 분양가 탓에 임대료도 꽤 높다. 지난해 분양한 서울 신촌 부근 도시형생활주택 의 경우 적정 임대료로 보증금 1000만원에 월 80만~100만원대를 제시했다. 이 정도 임대료를 받아도 연 5% 정도의 투자수익률밖에 거둘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대지를 장기간 빌려 임대주택을 짓고 저렴한 가격으로 월세를 공급하는 '토지임대부 임대주택'도 가시화되고 있다.

 김윤만 우리레오PMC 대표이사는 "임대주택을 지을 때 땅을 매입하면 비용이 크게 늘어나 사실상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이 불가능하다"며 "토지를 장기간 빌리는 대신 토지소유주에게 매달 수익을 주는 형태로 임대주택을 지으면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일시에 몰린 탓에 토지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집중돼 집값 하락에도 땅값만 상승시켰다"며 "결국 토지 매입비용을 늘려 분양가 상승에 따른 월세가격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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