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워크숍 특강서 SW교육 강화·'착한 마피아'의 창업투자 등 소개

31일 경기도 하남시 한국산업은행연수원.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일제히 대형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주목했다. 이들은 간간이 메모를 하며 연단에 선 한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창조경제 전도사'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이다.
윤 차관은 KT 상무 출신으로, 이스라엘의 창업경제를 다룬 '창업국가'(원제: Start-Up Nation)를 국내에 소개한 창조경제 이론가다. 그가 '공자님 말씀' 같은 상투적인 강연이 아니라 흥미진진하고 사례가 풍부한 강연을 펼치자 의원들의 집중도는 여느 때보다 높았다.
윤 차관은 이날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 워크숍 특강에서 "우리 학생들이 영어뿐 아니라 21세기의 언어인 컴퓨터언어를 배워야 한다"며 "게임을 즐기는 데 중독된 아이들이 (소프트웨어를 다루면) 게임을 개발하는 아이들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창조경제를 위한 미래부의 정책과제를 소개하면서 일선 학교의 소프트웨어(SW)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하드웨어 위주를 넘어 소프트웨어 주도사회(Software Oriented Society)로 가야 한다"며 "현재 초등학교 4학년 정도 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넷에서 컴퓨터 언어를 스스로 체득할 수 있게 하는 툴(tool)을 올 연말쯤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는) 박근혜정부가 끝날 때쯤이면 4만명 정도가 컴퓨터언어에 익숙해져서, 소프트웨어로 세계를 지배하는 아이들이 그 중 한 두 명만이라도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창조경제는 저절로 굴러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인구 750만명, 재외국민 750만명 정도의 작은 나라지만 특허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세계 3위이고, 인구 800명당 1명이 창업에 성공하는 등 대표적 창조경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윤 차관은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자원은 없지만 두뇌가 있어야 하는데 그 대표적 나라가 이스라엘"이라고 말했다.
이어 "겁 없이 방아쇠를 당겼을 때 이노베이션(혁신)을 할 수 있다"며 "총과 총알은 필요조건일 뿐, 젊은이들이 겁 없이 방아쇠를 당겨야 총알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쇳덩이로 녹슬어 갈 것"이라고 비유했다.
독자들의 PICK!
이스라엘 창업경제의 핵심정신으로 여겨지는 '후츠파'(CHUTZPAH) 정신에 대해선 "뻔뻔하고 당돌함을 의미한다"며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며 누워 있는 학생들에게 '후츠파로 일어서라' 하고 일으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베스트셀러 제목이다.
윤 차관은 이어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융자보다는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착한 마피아'를 소개했다. 이스라엘 청년 9명이 전자결제시스템 '페이팔'을 만들어 막대한 부를 얻었고, 그 가운데 4명은 뒤이어 동영상 웹사이트 유튜브를 개발했다. 이들이 벌어들인 부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스라엘의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데 쓰고 있어 '페이팔 마피아' 또는 '착한 마피아'로 불린다는 것이다.
그는 "실패해도 용인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말"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에선 창업 융자가 90%이고 10%가 투자인데, 융자라는 풀(수영장)로 뛰어들어 실패하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이 수영장에서 99%를 투자로, 1%만 융자로 가져간다"며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투자이고,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차관은 "창조경제의 75%는 창업경제이고, 창업경제의 90%는 투자 풀을 얼마나 넓혀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거듭 말했다.
구체적인 창조경제의 사례로는 네덜란드 헨드릭스(Hendrix)를 첫손에 꼽았다. 가축 사료회사에서 출발, 가축의 질병을 손쉽게 알아내는 진단키트를 개발한 데 이어 그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백신회사로까지 발전한 곳이다. 또 캐나다의 다이너마이트 회사 ICI는 폭발에 따른 지진파를 통해 땅속 지질을 분석해내는 노하우를 획득, 이를 바탕으로 지질탐사 분야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제품(사료)에서 서비스(질병진단), 이와 관련된 솔루션(백신)으로 영역을 발전시켰고 단순한 제품생산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시장과 수익을 창출한 점이다.
이와 관련 윤 차관은 "1만달러짜리 자동차에 한국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심어 주인을 알아보고 반응하는 자동차로 만들면 차값이 2만달러로 뛸 수 있다"며 "숟가락에 센서를 부착해 음식의 염분 농도를 알아낼 수 있고, 신발에 칩을 달아 운동량과 위치를 파악하게 하면 50달러짜리 신발이 250달러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