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예산낭비 8.3조 추정…경제성 검토도 안해

'4대강' 예산낭비 8.3조 추정…경제성 검토도 안해

정영일, 박상빈 기자
2013.10.21 06:04

[혈세가샌다④]전문가들 "8억㎥가 남는 물…숨어있는 예산도 문제"

[편집자주] 노인기초연금으로 촉발된 복지예산이 논란이 되고 있다. 주머니는 한정돼 있고 쓸 곳은 많은 정부 예산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무분별한 복지예산 증가는 국가 재정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예산 논란에 앞서 '새는 세금'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혈세가 샌다' 시리즈를 마련했다. 마른 수건에서 세원을 포착하기 보다 이미 젖을 대로 젖은 낭비세금을 줄여 복지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는지 돌아보자는 취지다.
세종지구 내 녹조가 가득한 마리나요트 선착장.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전날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 4대강 사업 금강 현장을 항공 촬영한 사진을 22일 공개했다.(대전충남녹색연합) 2013.8.22/사진=뉴스1
세종지구 내 녹조가 가득한 마리나요트 선착장.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전날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 4대강 사업 금강 현장을 항공 촬영한 사진을 22일 공개했다.(대전충남녹색연합) 2013.8.22/사진=뉴스1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재정적 측면에서도 '재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두고 필요이상으로 사업을 크게 진행해 8조원 이상의 국고가 낭비됐다는 지적이다.

절차적 문제도 크다는 분석이다. 재정 지출을 위한 경제성 검토는 아예 진행되지도 않았다. 수십조에 달하는 혈세가 투자되는데도 어떤 경제적 효과가 있을지 검토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깜깜이' 투자였다는 주장이다.

◇치수사업으로 둔갑한 대운하…8억㎥가 남는 물

감사원은 지난 7월 발표한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에서 당초 목표로 했던 치수사업 뿐만 아니라 대운하 사업도 염두에 뒀기 때문에 불필요한 사업 규모 확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2009년 66월 4대강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여건변화에 따른 추후 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준설량의 기존 2.2억㎥에서 5.7억㎥로 늘렸다는 것이다.

또 보 역시 당초 안에는 소형 4개만을 설치한다는 계획에서 중대형 보 16개를 설치해 낙동강 최소수심이 6.0m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당초 MB정부가 추진했던 대운하안의 최소 수심이 6.1m였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정하고 있는 2016년 기준 우리나라 물부족량이 1.6억㎥인데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용수가 9.8억㎥"라며 "8억㎥ 이상의 용수를 특별한 목적도 없이 마련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4대강 사업중단광주전남행동과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은 27일 전남 나주 승촌보하류에서 오병윤 민주통합당의원과 함께 영산강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2013.8.27/사진=뉴스1
4대강 사업중단광주전남행동과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은 27일 전남 나주 승촌보하류에서 오병윤 민주통합당의원과 함께 영산강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2013.8.27/사진=뉴스1

◇혈세 8.3조원 낭비…"숨어있는 예산도 많아"

사업 규모가 커지며 쓸모없이 낭비된 재정도 8조원을 넘는다. 감사원은 7월 감사결과에서 별도의 낭비된 재정을 계산하지는 않았다. 감사원 감사는 재정적 측면을 다루는 감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정확하게 낭비된 재정을 계산해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단순하게나마 낭비된 재정의 전체규모를 추정하는 방법은 있다. 정부가 당초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잡아놨던 예산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2008년 12월 균형위를 통해 4대강에서 2.2억㎥의 모래를 퍼내고 소형 보 4개를 설치하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사업이 확장되기 전의 계획으로, 치수와 용수확보 목적에 비교적 충실하다는 평가다.

이 프로젝트의 총 사업비는 13.9조원이다. 정부에서 말하는 총 4대강 사업비 22.2조원보다 8.3조원 적다. 거꾸로 말하면 4대강 프로젝트에서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두고 부풀려진 공사에 들어간 비용이 8.3조원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4대강변의 자전거 도로나 수변공간 사업 등 숨어있는 '4대강 사업' 예산도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질관리비용도 문제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수질개선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4.4조원에 달한다. 당초 2.1조~2.3조원 수준이던 수질개선사업은 4대강 사업 이후 급격히 늘어나 올해 4조원을 돌파했다. 이 추세로라면 박근혜 정부 5년간 수질관리비용만 20조원 이상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수십조 나랏돈 쓰면서 경제성 검토도 안해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보 건설과 준설에 대해서는 경제성 검토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국가예산이 500억원 이상 들어가는 대규모 개발사업은 예비타당성 분석이 필수다.

MB정부는 그러나 4대강 사업 시행을 앞두고 '국가 예산법'을 개정해 재해예방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또 홍수 예방 등 편익을 수치로 계산할 수 없다며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홍수 예방 편익의 계산은 가능하며 경인운하와 한반도 대운하 등의 국책 사업의 경제성 검토가 논란이 됐을 당시에도 홍수예방 편익이 분석과정에 포함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전문가들이 실시한 분석에서는 경제성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가 4대강 사업취소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의 B/C(편익/비용)비율은 0.11~0.26수준이다.

사업으로 발생하는 편익이 들어가는 비용의 10~2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B/C비율이 1을 넘어야 해당사업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시민단체들은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한 것을 피하기 위해 MB정부가 예산법을 개정한 것 아니나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홍종호 교수는 "정보와 능력의 한계로 많은 전제와 인용을 기반으로 분석한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4대강 사업의 경제성 검토를 마땅히 했어야 하고 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하지 않을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