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민원인에 '행패' 표현 공무원 명예훼손?

10년 민원인에 '행패' 표현 공무원 명예훼손?

이창명 기자
2013.11.05 08:11

法 "'행패'라는 표현은 주관적 의견 표명 아닌 사실의 적시 명예훼손 가능"

2004년 서울 모 구청 감사관실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진모씨(당시 50)는 관할 지역 A아파트 제2경로당 노인회장인 박모씨가 제기한 민원처리와 관련된 항의성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진씨에 대한 박씨의 항의성 전화는 10년 가까이 이어졌다.

박씨는 진씨가 근무지를 옮긴 뒤에도 쫓아갔다. 박씨는 이모씨, 조모씨와 함께 지난해 11월23일 오전 11시쯤 서울 성동구의 한 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진씨를 찾아갔다. 이들은 진씨에게 "노인정 회계가 무엇이 잘못 되었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진씨는 이들에게 "왜 10년 동안 나에게 이러느냐"며 "박씨가 저뿐만 아니라 구청직원에게도 행패를 부린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진씨는 박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진씨는 법원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박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원은 진씨의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조우연 판사는 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진씨에 대해 선고를 유예한다고 5일 밝혔다. 선고유예란 죄는 성립되는 대신 처벌은 하지 않는 법적 처분이다.

조 판사는 "이 사건에서 쓰인 '행패'라는 표현은 과거의 구체적인 사실에 관한 것으로 입증이 가능한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며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또는 평가를 저하시켜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 판사는 "진씨가 재범의 우려가 없고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다"며 "또 공무원으로 30년 이상 성실하게 복무한 점, 박씨 등이 10년에 걸친 지속적인 민원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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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이창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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