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임대주택·4대강·아라뱃길 등 MB정부 국책사업 조정검토 대상으로 지적
정부가 10일 발표한 '공공기관 부채정보 공개 확대'는 공공기관 부채가 양과 질 측면에서 심각한 수준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특히 이명박정부가 집권한 최근 5년간 SOC(사회간접자본) 부문을 중심으로 부채가 급증했다. 이자를 내야 하는 부채가 대부분이다. 어떤 형태로든 대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조세제정연구원은 정책토론회를 통해 정부가 발주한 공공기관 사업을 대거 정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금자리사업, 4대강 살리기, 아라뱃길 등 조정대상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현실화된다면 공공기관 부채는 물론 세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굵직한 국책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양도 질도 심각한 공공기관 부채=정부가 부채현황을 우선 공개한 12개 공공기관은 가스공사, 석유공사, 한전, 석탄공사, 광물자원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코레일, LH(토지주택공사), 철도시설공단, 예보, 한국장학재단 등이다. 예보와 한국장학재단은 업무수행이 부채를 자연발생시키는 구조지만 부채총량 공개원칙에 따라 우선 공개됐다.
이들의 부채규모는 작년 말 기준 412조3000억원으로 295개 공공기관 부채 493조4000억원의 83.6%에 달한다. 최근 5년간 금융부채 증가분의 92.3%를 차지했다.

공공기관 부채비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차츰 낮아지는 경향이었다. 예보와 장학재단을 제외한 10개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은 1997년 170.7%에서 2000년 124.7%, 2003년 103.4%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6년 108.8%를 시작으로 치솟아 이명박정부 출범 이듬해인 2009년 171.8%, 작년엔 245.3%까지 수직 상승했다.
기관별로는 LH 부채가 138조1000억원(33.5%), 한전이 95조1000억원(23.1%)으로 12개 기관 부채의 56.6%를 차지했다. 부채증가규모 면에서도 LH와 한전이 '투톱'이다. 지난 15년 간 LH는 123조4000억원, 한전은 64조7000억원씩 각각 부채를 늘렸다.
양도 문제지만 질도 문제다. 전체 부채 중 이자가 발생하는 금융부채가 70.4%에 달했다. 당연히 차입금 의존도도 높아졌다. 10개 기관 평균이 50%에 달한다. 석탄공사 등을 중심으로 단기금융부채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석탄공사는 특히 3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비율이 99.9%나 된다.
◆SOC 부채 2004년부터 급증=분야별로는 SOC부문 부채 증가가 두드러진다. 2004년부터 부채가 급증했다. 반면 에너지 부문은 2008년부터 부채가 증가세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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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신도시개발과 국민임대주택 건설, 세종 및 지방 혁신도시 개발작업을 시작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부채가 빠르게 늘었다. 보금자리주택 건설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철도시설공단은 경부고속철도 투자로 대거 부채를 떠안은데다 이후에도 건설투자와 이자비용으로 부채 증가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은 매년 4000억~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고스란히 부채가 됐다. 수공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부담을 그대로 떠안았다. 경인 아라뱃길 사업까지 추진하면서 2008년 이후 부채가 9조원 넘게 늘었다. 도공도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투자비를 확대하면서 부채가 크게 늘었다.

에너지공공기관 중에는 한전이 발전소와 송변전설비 투자비 지출, 전기요금 인상 억제 등으로 영업적자를 내며 부채가 2008년 이후 56조4000억원이나 늘었다. 석유공사도 이 기간 부채가 14조3000억원 늘었다. 해외 석유개발기업 합병과 자산인수를 위해 외화를 차입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도 해외자원개발 투자 확대 등의 이유로 부채가 늘었고 광물자원공사도 자원개발 직접 투자에 나서면서 외화 부채를 중심으로 부채가 늘었다. 석탄공사는 구조 자체가 적자구조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예보는 외환위기 이후 예보채 발행으로 급증했던 부채가 2007년까지 대부분 만기도래하면서 부채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따른 자금지원으로 예보채가 추가 발행되면서 부채가 다시 급증했다. 장학재단은 학자금 대출재원 등에서 부채가 발생했다.
◆조세硏 "이대론 이자도 못 내…보금자리·4대강 등 접어야"=조세연구원은 이들 공공기관이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박진 조세연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예보와 장학재단을 제외한 10개 공공기관의 영업이익 합계가 4조3000억원(2012년 기준)으로 이자비용 7조3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공공기관이 이대로는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빚을 내야 하는 구조"라며 "게다가 이들의 영업이익은 2002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이자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5개 기관이 '부실'을 의미하는 1배 미만인 상태다.
비공공요금 사업에 대해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소장은 "현행 사업방식을 유지하면서 사업규모를 다소 축소하는 정도로는 부채문재를 해결할 수 없다"며 "비공공요금 사업에 대해 근본적인 사업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이 사업조정 검토대상으로 지적한 사업은 △보금자리 △임대주택 △혁신도시(이상 LH) △해외자원개발(석유, 가스, 광물공사) △무연탄생산판매(석탄공사) △단지사업 △4대강 살리기 △경인아라뱃길(이상 수공) △도로사업(도공) △철도운송사업(코레일) 등이다.
정부는 부채 감소를 위한 자구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공기관 합리화방안을 11일 발표키로 했다. 최광해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공공기관 부채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정부도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각 공공기관의 자구책을 중심으로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부채문제와 방면경영 해소를 위한 기관장의 역할과 노력을 적극적으로 평가해, 부진한 기관장은 임기와 관계없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강력한 시정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