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짝궁-함께하는 금융,상생하는 금융 7-①]첫 수주에서 IPO까지 아스트와 산은의 7년 동반자관계
"해외수주를 받고 설비투자가 필요해 거래하던 시중은행을 찾아갔지요. 그런데 회사 규모에 비해 대출금액이 너무 크다고 해서 거절을 당했습니다."
2006년 겨울, 김희원 ㈜아스트(경남 사천 소재) 대표는 우연히 산업은행 진주지점을 방문했다. 주거래은행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대출을 거절당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마침 길 건너편에 산업은행이 보였다. "어차피 사업계획서도 들고 있고 하니..." 국책은행이니 뭔가 다를까 싶은 마음 반, 은행이 다 그렇지 하는 마음 반이었다.

아스트는 2001년 항공우주산업(KAI)에서 독립한 민항기 부품 전문 기업이다. 초기 몇 년은 KAI에 스트링거(항공기 등뼈에 해당하는 골격재)를 납품하는 일을 주로 했다. 2006년은 아스트가 임가공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음으로 해외 직수출을 꾀했던 시기다. 세계적인 항공기 구조물 생산업체이자 보잉사의 1차 협력업체인 미국 스피리트 에어로시스템스(스피리트) 등에서 수주가 막 성사됐다. 문제는 투자자금이었다.
항공 산업은 특성 상 대규모 설비투자가 우선돼야 한다. "매출이 당장 일어나는 게 아니라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하는데 당시 우리 연 매출이 50억 원 정도였어요. 매출을 능가하는 자금을 빌려줄 은행은 없었죠. 산업은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시설 가동 후 제품을 생산, 판매해 현금을 회수하기까지의 1회전 운전기간이 아스트는 220일 가량 된다. 은행이 져야 할 부담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회사 성장 속도에 대출이 따라오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일주일 뒤 산은에서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 회사의 발전가능성을 봤다며 기존 대출 등을 모두 인수하고 70억 원을 지원해줬습니다. 이게 회사의 터닝포인트가 됐죠."
한번 맺은 인연은 꾸준히 이어졌다. 2008년 스피리트, STAIS사 등에 벌크헤드와 도어류를 본격 납품하기 위해 2공장을 신축할 때도 산은은 50억 원을 대출해줬다. 2009년에는 매출 증가에 따른 원재료 구입비 등 운영자금 20억 원이, 2010년에는 중국 셴양사에서 항공기 동체 외피 신규 수주를 받는 과정에서 25억 원이 추가로 지원됐다.

미국 스트리트에 보잉 737기의 '섹션48'(후방동체) 장기 계약이 성사됐던 2011년은 아스트의 두 번째 전환기라 할 수 있다. 개별 부품이 아닌 한 '섹션' 생산을 맡은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비행기 제일 뒷부분에 수평과 수직 안정판이 부착되는 섹션48은 조립이 가장 복잡한 부분이기도 하다. 당시 산은은 공장증축 등 시설자금 65억원, 운영자금 30억원 등 100억 원 가까이의 대출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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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부산,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는 비행기 있지요, 보잉700, 800 이렇게 숫자가 올라갈수록 멀리 가는 모델인데 보잉737이 우리 회사의 주력입니다. 20만 가지 부품이 들어가는데 스피리트가 처음에는 간단한 부품만 줬어요. 신뢰관계가 쌓이면서 2011년에 섹션 48을 납품계약을 맺게 됐습니다. 보잉사가 한 달에 42대의 737기를 만드는데 이중 10대분의 섹션48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것입니다."
아스트는 지난해 12월 첫 섹션48 1호기를 공급했으며, 현재 월 4대분을 생산 중이다. 내년 10대분을 생산해 공급한 뒤, 장기적으로 월 20대까지 공급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섹션48 하나의 크기는 미니버스 규모, 가격은 약 4억1000만원이다. 20대면 한 달에 80억여 원, 연간 약 1000억 원 가량의 매출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뿐이 아니다. 아스트는 보잉사가 만드는 보잉737의 격벽 전부를 도맡아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동체 겉을 싸는 껍질(skin)을 가공하는 기술도 갖고 있다. 스피리트가 전 세계 협력사 중 13개 업체에만 주는 '플래티넘 서플라이어 어워드'를 수상할 정도의 실력이다.
"아스트는 2007년부터 해외 시장을 개척하면서 연평균 40%씩 매년 성장해왔는데, 그 과정을 보면 이듬해 매출이 뛰기 위해서는 그 전해에 시설을 갖추고 투자를 하는 일이 필요했어요. 이럴 때마다 산은이 사전에 잘 지원을 해서 매출이 쭉쭉 늘었습니다. 지난해 737을 개발해 올해 본격 납품을 할 때도 산은의 지원을 받아서 생산이 안정궤도에 올랐죠."
2006년 150억 원이던 매출은 2012년 450억 원, 올해 630억 원 등으로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섹션48 생산 물량 증가에 대비해 기업공개(IPO)도 계획했다. "월 20대를 만들려면 지금의 부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증시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한 뒤 1,2 공장을 합쳐 생산설비를 늘릴 예정입니다."
김 대표는 섹션48에 이어 주요 항공기 업체를 대상으로 전체 동체를 수출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화물기개조와 대형항공기 동체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설비증설, 인력 충원을 통해 세계적 강소기업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전문화된 영역에서 세계적 지명도를 가진, 그런 기업이죠."

산은도 지난 2012년 아스트를 KDB글로벌 스타 기업으로 선정하며 세계화에 힘을 보탰다. 산은의 글로벌 스타 프로그램은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력과 사업성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육성하는 제도다.
산은의 지원이 '성장의 마중물'이 되면서 지난해부터 매출이 대출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다른 은행들의 대출 제의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2007년 산은이 아스트에 실시한 10억 원 규모 직접투자도 다른 투자자들의 참여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2011년부터 한국투자파트너스, 대기업 신성장동력 펀드 등도 투자에 참여하면서 산은 지분율은 13.9%에서 7.4%로 낮아졌다.
박성수 산은 진주지점장은 "항공 업종 자체가 투자규모가 크고 매출이 뒤에 일어나는 산업"이라며 "아스트 투자는 굉장히 파격적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산은은 아스트에 대한 앵커 인베스터(초기 투자를 통해 다른 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투자자)가 됐고, 꾸준한 성장을 도왔다"고 말했다.
산은 진주지점은 아스트에 이어 주변의 항공 산업 분야 회사들도 전략적으로 지원 중이다. 진주, 사천시는 KAI를 중심으로 항공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된 곳으로 진주지점은 이중 12곳의 항공 산업 관련 회사와 관계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