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민원에 쓰러진 공교육②

매년 특이(악성)민원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낮은 상황이다. 가장 강력한 조치는 교육감이 학부모를 대리고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고발까지 진행하는 사례가 소수인데다 형사처벌까지 수년이 걸려 그동안 교원과 같은 반 아이들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가 학부모로 인해 붕괴한 대표적인 사례는 전북 전주시의 미산초등학교다. 2024년 미산초의 5학년 담임이 6차례나 바뀌었다. 학부모 A씨가 '아이를 째려본다'는 이유 등으로 교사를 아동학대로 지속적으로 신고한 탓이다. 학부모 B씨도 이에 동조하며 공동 민원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아동들이 6학년으로 진학한 지난해 송욱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장이 자원해 담임을 맡았다. 송 교사가 담임을 맡은 후 3월 한 달간 아동학대 신고는 5차례, 경찰 출동은 9번, 민원은 40여건이 이뤄졌다. 아동학대 사유는 '아이가 교사가 옆에 있는 것을 무서워한다', '차 안에 앉아있는 아이에게 교사가 밖에서 말을 걸어 무서워했다'처럼 얼토당토 않은 이유였지만 송 교사는 전주시청 여성아동과의 조사를 받았다.. 송 교사는 "아이가 저만 보면 도망가거나 입모양으로 욕을 하기도 했다"며 "제대로 된 훈계나 훈육은 불가했다"고 말했다.
B씨의 자녀는 지난해 전학을 갔고, A씨의 자녀는 지난해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서 출석일수 부족으로 유급을 한 상태다. A씨의 자녀는 원한다면 6학년으로 다시 학교를 다닐 수 있지만, 현재까지 학교에 복귀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송 교사뿐만 아니라 A, B씨의 자녀와 함께 수업을 들었던 모든 아이들, 학부모가 피해자였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보이는 경찰차에 긴장감을 호소했다. 문제의 아이들이 지각을 하거나 제멋대로 나가는 통에 다른 학부모로부터 '규칙을 지키도록 해달라'는 또 다른 민원이 유발되기도 했다. A, B씨는 교감, 교장에게도 동시에 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민원을 넣어 학교를 '마비'시켰다.
학교와 교육청은 현행법상 할 수 있는 대응을 지속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는 2024년 A씨에 특별교육 30시간, B씨에 50시간을 이수하라고 명령했다. 2025년에는 A, B씨 모두에게 심리치료 15시간을 처분했다. 두 사람은 특별교육과 심리치료 모두 이수하지 않았다. 이 경우 교육청은 어긴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최대 300만원을 부과할 수 있지만 거소불명 등으로 교부·송달에 어려움이 있어 아직까지도 부과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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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은 2024년 A씨를 대상으로, 2025년에는 A, B씨를 대상으로 공무집행방해, 무고,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교육감이 형사고발을 했지만 아직까지 기소 여부조차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송 교사는 "특이사례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내가 정당한 활동을 했다고 증명해야 한다"며 "말을 모두 녹음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아동학대 신고가 되면 교사는 휴직을 하고 그 공백은 다른 학생들이 감당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국 초·중·고교 교사들의 질병휴직은 연간 2000명 수준이다.
교육부도 특이민원 학부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정 중이지만 즉각 대응이 어렵다보니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낮은 상황이다. 교육부는 지난 1월 '교원지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횟수와 관계없이 과태료 부과 금액을 3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중대한 사안의 경우 교보위가 '교육감의 대리고발'을 권고하기로 했다. 고발이 교육감의 '재량사안'으로 돼 있어 실제 고발 조치가 미미하다는 지적에서다.
교원단체들은 민원의 근거가 되는 '아동학대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측은 "기준이 불명확한 '정서적 아동학대'는 무고성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서학대와 방임은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과 같은 교육 관련 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