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칼바람에 사라지는 학과들②]각종 부작용 우려되는 구조개혁 정책
"교육부의 무책임한 구조개혁 정책 탓에 고등교육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교육현장을 무너뜨리는 이런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정원 감축을 중심으로 한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방적 학과 통폐합 사태 역시 교육부의 정책 탓에 일어난 것이라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대상은 결국 지방대·비인기학과
교육부는 지난 1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해 5등급으로 분류한 뒤 2023년까지 정원 16만명을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하위 2개 등급으로 분류된 대학들은 평균 이상 수준의 정원 감축이 강제되며, 정부 재정지원사업 참여가 제한된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2018학년도부터 대학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초과할 것이기 때문에 정원 감축을 중심으로 한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학 관계자들은 구조개혁 정책이 소규모 대학 및 지방대, 비인기 학과 중심의 구조조정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평가 대상을 구분하지 않으면 소규모 대학과 지방대가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게 뻔하다"며 "교육부의 구조개혁 계획은 전체적인 고등교육의 개혁이 아닌 정원 감축 목표 달성에만 맞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대학들 입장에선 하위 등급을 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정성평가를 도입한다고 해도 격차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주요 평가지표였던 취업률, 재학생충원율 등을 중심으로 학과 통폐합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수토론회 운영위원장인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는 "교육부의 정책은 정원 감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비전이 없다"며 "계속 정원을 감축하라고 대학들을 몰아붙이니까 짧은 기간에 위로부터 강압적인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대학별 사정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구조조정을 강요한다면 고등교육의 구조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무너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대학 운영구조선 '일방적' 구조조정 피하기 어려워
현재 대학 운영구조에선 예체능 및 인문계열 중심의 학과 통폐합과 본부 측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등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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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곤 예술대학·학회총연합 의장(순천향대 교수)은 "대부분 대학들은 학과평가에 취업률 지표를 15~25% 반영한다"며 "당연히 예술대학 학과들이 평가에서 꼴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의장은 "교육부에서는 예체능계열 중심의 학과 구조조정을 독려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굉장히 무책임한 태도"라며 "결국 문제의 발단은 구조개혁 정책 자체가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은 탓이라서 대학구성원들이 의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각종 재정지원사업 평가에 정원 감축 노력에 대한 가산점을 반영한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교육부는 지방대 및 전문대 특성화 사업,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 사업(ACE) 평가에 정원 감축 비율에 따른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교육부가 돈을 앞세워 사실상 정원 감축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 의장은 "특성화를 위해선 학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비특성화 학과들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대학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주요 지표에서 경쟁력이 없는 학과를 폐지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관 교수는 "대부분 대학들은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족벌체제 사립대의 경우 구조조정 계획이 위로부터 전달되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학과 구성원과 교수들의 의견은 그다지 중요한 고려 요소가 아닌 것"이라며 "탁상공론, 마구잡이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고등교육 기반 무너지고 지역경제 초토화될 것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방침대로 대학 구조개혁이 이뤄질 경우 고등교육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를 내놨다.
오세곤 의장은 "가장 큰 문제는 국가 차원의 인력수급 계획을 세우지 않은 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점"이라며 "예체능계열 학과들이 많이 폐과되고 나면 해당 인력을 어디에서 육성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교육부의 정책은 현장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지방대 교수 A씨는 "구조개혁 탓에 지방대가 무너지게 되면 지역경제는 초토화될 것"이라며 "반면 수도권 대학들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욱 심해질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윤지관 교수는 "학문적 전통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는 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나쁜 구조를 양산할 것"이라며 "학문과 교육 여건을 무시한다면 고등교육 구조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과 통폐합은 대학 내에서 장기적으로 논의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지금의 방식은 '정원 감축'이라는 목적 때문에 학문적 목적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구성원들은 교육부의 구조개혁 정책을 조직적으로 반대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전국교수노조, 민교협(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비정규교수노조, 반값등록금본부 등 14개 단체들은 다음 달 중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 대학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국 155개 사립대들의 협의체인 사립대총장협의회는 지난 4일 발표한 대정부 건의문에서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에서 정원 감축의 가점 항목을 재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자율적 구조개혁 추진에는 대학만이 감내하기 힘든 고통과 비용이 수반된다"며 "정부도 대학과 함께 구조개혁 비용을 분담할 재정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