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가 겪는 성장통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가 겪는 성장통

머니바이크 신병철 ㈜다이나필 대표
2014.05.09 15:09

[머니바이크 에세이]신병철의 메커니즘

일주일에 한 번쯤 자전거 발명품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는 개인발명가들의 이메일을 받는다. 상거래의 법칙을 아는 듯한 분들은 "10%를 떼어 줄 테니 이 발명을 삼천리나 알톤에 소개해 주시오"라며 단도직입적으로 밀고 들어온다.

지금까지 훑어 본 모든 아이디어에 자체적인 결함이 있었으나 설령 어느 하나가 완벽했다손 치더라도 나는 그것을 우리나라 자전거 대표기업들에 소개해 라이선스를 성사시킬 자신은 없었다. 자신감의 부족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럴만한 또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 뛰어난 아이디어=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앎을 여타 동물들과 구별되는 최고의 축복으로 아는 인간들이 만든 세상은 아이디어로 뒤덮인 지 오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비슷한 게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나의 아이디어 전체가 다 새롭지는 않아도 진정으로 새로운 일부분을 포함한다면 우선 '이것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새로워도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아이디어들이 오늘도 특허청 데이터베이스를 차곡차곡 채워간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아이디어라면 자신이 스스로 사업을 일으켜도 될 만하다. 그러나 이것이 삼천리나 알톤의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존재로 평가받으려면 그것과 대체가 가능한 다른 아이디어가 없어야만 한다.

꼭 필요한데 다른 것으로 대체 불가능한 아이디어가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다.

◇ 삼천리와 알톤의 너무도 닮은 제품들=2011년 알톤스포츠(자회사 '이알프스')는 배터리를 프레임에 내장한 전기자전거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어 2012년엔 삼천리자전거가 유사 콘셉트의 제품군을 출시했다. 출시된 제품들 중에서 알톤 전기자전거 '매그넘'은 삼천리 '팬텀 시티'와 매우 유사한 겉보기를 가졌다.

삼천리 팬텀 시티(좌, 2012년 출시)와 알톤 매그넘(우, 2011년 출시). 배터리 삽입 기능을 제처 두고라도 이들 디자인이 일반적인 숙녀용 자전거(Lady bicycle)와 확연히 차이나는 부분은 ①다운튜브의 상하 두께가 숙녀용 자전거 중 두 라인의 다운튜브를 갖는 모델에 필적하고(그만큼 두껍고) ②숙녀용 자전거의 다운튜브는 아래로 볼록한 곡선형이나 이들 다운튜브는 직선형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말로 간단히 설명될 수 있는 외형상의 차이가 강력한 디자인특허의 조건이다.
삼천리 팬텀 시티(좌, 2012년 출시)와 알톤 매그넘(우, 2011년 출시). 배터리 삽입 기능을 제처 두고라도 이들 디자인이 일반적인 숙녀용 자전거(Lady bicycle)와 확연히 차이나는 부분은 ①다운튜브의 상하 두께가 숙녀용 자전거 중 두 라인의 다운튜브를 갖는 모델에 필적하고(그만큼 두껍고) ②숙녀용 자전거의 다운튜브는 아래로 볼록한 곡선형이나 이들 다운튜브는 직선형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말로 간단히 설명될 수 있는 외형상의 차이가 강력한 디자인특허의 조건이다.

매그넘이 출시됐을 때 국내시장에서 눈에 띄지 않았던 새로운 아이디어는 배터리를 카트리지화하여 프레임 안쪽으로 장착하는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이러한 내장식 배터리(built-in battery)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국내에서 공지기술이다(국내 유효특허 없음). 또한 알톤은 내장식 배터리의 새로운 구성을 특허로 등록받았으나, 삼천리자전거의 신상품은 열쇠구멍의 위치가 달라 알톤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삼천리 입장에서 다른 아이디어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했다는 말이다.

디자인 측면에서 내장식 배터리를 채용한 전기자전거는 필연적으로 프레임의 바텀튜브나 탑튜브가 두툼해지면서 일반자전거나 기타 등등의 전기자전거와 비교할 때 외형상 높은 차별성을 띄게 되는데, 알톤의 매그넘이 정말 특별했던 이유는 두툼해진 다운튜브로 커다란 하중을 지탱할 수 있게 되자 과감하게 탑튜브를 떼어버렸다는 데 있다. 강력한 디자인특허의 가능성! 그러나 알톤스포츠는 디자인특허를 출원해 놓지 않았다.

◇ 법원 "삼천리는 알톤을 모방하지 않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알톤스포츠도 형태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종전부터 자전거에 널리 사용돼 오던 형태와 부품들을 단순히 결합 또는 조합한 것에 불과하다"며 삼천리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알톤은 특허법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사유로 소송을 걸었다 패소한 것이다.

판결이 나오고서야 비로소 두 업체 사이에 소송이 있었는지 알았지만 '삼천리가 알톤 제품을 모방하지 않은 사실'은 작년 연말에 알 수 있었으니, 양사에 내장 배터리 프레임을 공급하는 중국 제조업체가 네덜란드 프로타니움으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는 소문이 떠돌았기 때문이었다.

프로타니움의 전기자전거 특허 도면(2007년 발명). 네덜란드 전기자전거 개발업체 프로타니움의 ‘배터리를 내장하는 자전거 프레임’ 특허 도면이다. 특징적으로 이 발명은 굽힘에 대한 저항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프레임 내부를 여러 개의 격실로 나누는 아이디어가 덧붙여졌는데, 바로 이 부분이 현재 알톤이나 삼천리 전기자전거와 달라 특허소송에서 ‘침해 아님’을 주장할 좋은 근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이미지=라스 뭉크스, US7934576, Bicycle frame with integrated and detachable battery.
프로타니움의 전기자전거 특허 도면(2007년 발명). 네덜란드 전기자전거 개발업체 프로타니움의 ‘배터리를 내장하는 자전거 프레임’ 특허 도면이다. 특징적으로 이 발명은 굽힘에 대한 저항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프레임 내부를 여러 개의 격실로 나누는 아이디어가 덧붙여졌는데, 바로 이 부분이 현재 알톤이나 삼천리 전기자전거와 달라 특허소송에서 ‘침해 아님’을 주장할 좋은 근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이미지=라스 뭉크스, US7934576, Bicycle frame with integrated and detachable battery.

그 소송의 여파로 차후 국내시장에서 전기자전거 디자인 하나가 사라질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양사가 손을 댄 '뛰어난 아이디어'의 출처가 유럽에서 꽤 유명한 프로타니움이었단 사실은 이제 자명하다. 따라서 삼천리 입장에선 알톤과의 다툼에서 승리해놓고도 이를 홍보에 이용하기가 무척이나 애매하지 않을까 한다.

◇ 전기자전거 다음은 세발자전거=2013년 삼천리자전거의 어린이용 세발자전거 '샘트라이크'는 매우 잘 기획된 상품이다. 특징적으로 보호자용 핸들이 장착되어 유모차처럼 이동시킬 수 있는 샘트라이크는, 네이버 검색지수가 스트라이다의 25%에 근접하는 유일한 자전거 모델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이름이 자주 불리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샘트라이크(연두색)와 스트라이다(하늘색)의 네이버 검색지수. 네이버가 제공하는 검색 통계 서비스 ‘네이버 트렌드’에서 샘트라이크와 스트라이다를 비교했다. 기간은 2012년 12월부터 현재까지이며 모바일 검색 기준이다./이미지=네이버 트렌드 캡처
샘트라이크(연두색)와 스트라이다(하늘색)의 네이버 검색지수. 네이버가 제공하는 검색 통계 서비스 ‘네이버 트렌드’에서 샘트라이크와 스트라이다를 비교했다. 기간은 2012년 12월부터 현재까지이며 모바일 검색 기준이다./이미지=네이버 트렌드 캡처

그리고 내심 기대했던 바대로 올해 2014년엔 알톤스포츠가 경쟁상품 '베네통 트라이크'를 출시했다. 삼천리자전거나 알톤스포츠는 어느 훌륭한 개인발명가가 바다를 건너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자전거를 발명해주지 않아도 가져다 팔 물건이 세상에 널렸다.

일개 칼럼니스트도 예측한 일을 삼천리가 몰랐을 리 없다. 삼천리는 올해 샘트라이크와는 비교 불가한 풀 업그레이드 신상품 '모디'를 출시했다.

◇ 삼천리와 알톤의 성장통=삼천리 모디는 '핸들 클러치'와 '페달 클러치'라는 특별하고 유용하며 '안전'을 보장하는 뛰어난 아이디어들을 담고 있다. 한편, 두 가지 아이디어 모두 발명 후 10년 안팎의 신선한 것들로서 특허침해의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석이 존재한다.

삼천리 유아용 자전거 모디의 특별한 기능들. 핸들 클러치는 주행중 아이가 핸들을 이리저리 돌릴 수 있도록 하고, 페달 클러치는 바퀴와 페달 사이의 기계적 연결을 해제함으로써 튀어오르는 페달에 아이 발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안전 효과를 제공한다./이미지=삼천리자전거 홈페이지
삼천리 유아용 자전거 모디의 특별한 기능들. 핸들 클러치는 주행중 아이가 핸들을 이리저리 돌릴 수 있도록 하고, 페달 클러치는 바퀴와 페달 사이의 기계적 연결을 해제함으로써 튀어오르는 페달에 아이 발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안전 효과를 제공한다./이미지=삼천리자전거 홈페이지

알톤스포츠가 국내에 처음 소개한 내장식 배터리 아이디어와 삼천리자전거가 소개한 유아용 자전거 아이디어는 이미 분쟁을 일으켰거나 차후의 분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로부터 우리나라의 대표 자전거업체들은 그간 흔하게 널린 아이디어들을 무료로 가져다 쓰던 수준을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반드시 필요한 성장단계에 도달했음을 직감한다. 국내 자전거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의 기술혁신 기업들은 한국특허 출원을 늘려가는 추세이므로 국내장사만 하더라도 특허분쟁에 휘말릴 소지는 커져간다.

이들의 성장통은 개인발명가는 물론 '자랑스런 토종 자전거기업'을 바라는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사춘기 청소년들처럼 서로 싸우지만 않았으면 더 좋을 듯하다. 이에 효과적인 해결책으로서 양사에 '자신의 기술에 더 솔직해지기'를 제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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