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왔는데, 또 입석하라고?…'오락가락' 광역버스 좌석제

일찍 왔는데, 또 입석하라고?…'오락가락' 광역버스 좌석제

수원(경기)=이원광, 분당(성남)=신현식 기자
2014.07.21 11:52

정부 '추가대책'에도 일부 구간 1시간째 무정차 통과하기도…시민불만 가중

21일 기자가 직접 탑승해본 수원에서 서울을 오가는 3003번 버스 내부. 광역버스 좌석제가 시행됐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석 승객들로 빼곡했다./사진=이원광 기자
21일 기자가 직접 탑승해본 수원에서 서울을 오가는 3003번 버스 내부. 광역버스 좌석제가 시행됐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석 승객들로 빼곡했다./사진=이원광 기자

"자리 있어요?"

"없는데 그냥 타세요."

입석 승객을 태운 빨간색 3003번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배치된 버스회사 직원이 버스에 올라 입석 승객 인원을 확인해 수첩에 기록했다. 그리곤 애타게 바라보는 승객들을 향해 차에 타라는 손짓을 보냈다. 버스 앞문 계단까지 승객이 올라서는 과거의 풍경이 고스란히 재현됐다.

21일 오전 6시30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율전성당 앞 시외버스 정류장. 직장인 임모씨(28 여)는 "불안하게 서서 가는 것보다 앉아서 가는 것도 낫다고 생각했다"며 "앉아서 가려고 30분 일찍 나왔는데 결국 서서 출근했다"며 허탈해했다.

정부가 광역버스 입석해소를 위한 보완대책을 시행한 이날도 광역버스를 이용해 출근에 나선 시민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특히 버스 좌석제가 제대로된 준비도 없이 성급하게 시행된 점과 그 결과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국토부는 이날부터 입석해소를 위해 당초 62개 노선에 222대의 버스를 증차한다는 계획을 71개 노선 259대로 확대 시행한다. 노선이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56개 노선에 207대가 투입된 상태다. 입석대책 이전에도 혼잡도가 높았던 분당 이매촌의 경우 이날 차량을 7대 추가 투입했다. 분당 서현역에도 차량 10대를 10분 간격으로 투입했다.

시민들은 증차된 버스가 일부 구간을 뛰어넘는 데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직장인 이모씨(34)는 "증차된 버스는 일부 정류장에서만 선다"며 "나머지 승객들은 그 정류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2번 타야 한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대학생 이모씨(20)는 "입석 금지 후 다들 자기 차를 타는지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수는 줄어들고 평소보다 차는 많이 막혔다"며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일단 시행부터 해놓고 보완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한신아파트 앞 정류장. 분당에서 서울 쪽으로 갈때 가장 혼잡한 정류장 가운데 한가운데인 해당 정류장엔 성남시와 경기도 관계자, 버스회사 관계자 등 20여명 정도가 나와 혼잡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만석이었던 1005-1번 버스가 무정차 통과하려다가 한 명의 승객이 내렸다. 그러자 승객 4명이 차 입구 쪽으로 달라붙었다. 버스 기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4명을 모두 태웠다. 물론 입석이었다.

정류장에 들어선 1151번 버스는 이미 입석까지 꽉꽉 들어차 더 이상 사람이 탈 수 없을 지경이었다. 버스회사 관계자들이 운전기사에게 "이 차는 뭘 이렇게 많이 태웠냐"며 "어디부터 (승객이) 다 찬 거냐"고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서울 숭례문쪽으로 가는 9401번 버스의 경우 6시40분부터 7시40분까지 거의 한 시간동안은 거의 무정차 통과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 정류장에서 9401번 버스를 타는 승객은 이미 기점 쪽으로 이동해 탔거나 지하철 등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 회사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버스회사 관계자는 "입석 금지 계도기간 첫날 입석 안태우니까 기다리던 승객들이 아우성치고 난리였다"며 "부분적으로 입석을 허용하지 않으면 도저히 운영이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입석금지제가 조급하게 추진된 데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후 4월말쯤 '당장 입석 금지 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준비도 안 해놓고 무조건 입석 승객을 태우지 말라고 하니까 이런 사달이 나는 것 아니겠나"고 꼬집었다.

이어 "그나마 첫날의 혼란이 벌어지지 않은 건 입석을 어느 정도 허용하고 소문을 들은 승객들이 지하철이나 자차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라며 "정확한 통계가 곧 나오겠지만 현장에서 보면 평소보다 30%가량 승객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 노선을 왕복하는 데 전세버스 한 대당 15만원씩 주는데 전세버스에 2000원 승객 46명 다 채워봤자 손해"라며 "결국 세금을 투입해 정부 보조를 통한 증차밖에 방법이 없지 않나"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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