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기부금이 늘어나면서 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기부를 통해 '나눔과 공유'라는 가치를 경험하고 공공영역이 미처 감당하지 못했던 많은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기부 관련 재단이나 단체들의 역할도 절대적이다.
이들 재단이나 단체는 대부분 주무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법인 형태로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돼있다. 때문에 매년 사업 계획부터 결과보고, 결산에 이르기까지 단체 운영과정 전반에 대해 주무관청, 기획재정부·국세청 등으로부터 중복 관리·감독을 받는다.
특히, 지정기부금 단체의 경우 회계 전반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모금활동 및 사용처의 투명성을 도모하고 있어 불법·부정 소지가 원천적으로 차단돼있다.
하지만 현행 기부금품모집법은 회원 기부가 아닌 캠페인 사업의 경우, 이런 법인들을 포함해 사업별로 별도의 등록절차를 밟게하고 있다. 불필요한 중복 규제다. 주무관청에 모금을 위한 사업계획과 결과보고, 사후정산까지 철저히 하고있는 법인·단체들은 이미 기부금품모집법의 입법 취지를 달성한 게 아닐까.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에 대해 기부금품모집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수사기관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지정기부금단체라도 기부 캠페인사업을 하거나 자발적인 기부를 받더라도 기부금품모집법에 따라 추가로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이유다.
기부금품모집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논란이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부금 총액은 연간 12조원으로 비영리단체(NPO) 숫자만 1만8000개가 넘는다. 반면, 기부금품법에 따라 행정관청에 등록된 기부금은 524억원(2012년 기준)으로 전체의 0.43%에 불과하다. 기부금품모집법에 따라 등록한 단체수도 20개뿐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법률이 시대정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사실 기부금품모집법은 기부단체 종사자들에게도 낯설다. 행정관청에 물어봐도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하거나 나중에 책임질 일이 두려워 공문 형태의 답변을 주지 않으려 한단다.
기부금품 모집 중 사기·공갈을 하거나, 모집 기부금을 아무렇게나 써버리는 행태는 형법상 사기·공갈·횡령죄 등의 범죄행위로 처벌받는다. 현행 기부금품모집법이 요구하는 '등록'은 결국 행정관청의 관리 편의용일 뿐이다. 행정 절차에 불과한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형사 처벌까지 받는다면 이는 정도를 벗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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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검찰로부터 무혐의 결정을 받은 단체도 있지만 기부금품모집법을 위반했다고 고발된 단체가 무려 30개에 달한다. 고발을 추진한 모 단체는 100여개의 단체를 추가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이브더칠드런과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등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법인들과 삼성꿈장학재단 등 대기업이 출연한 법인도 포함돼있다.
선량하고 투명하게 활동해온 기부단체 관계자들을 범죄자로 만들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기부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아름다운재단·아름다운가게·희망제작소에 대한 기부금품법 위반 사건을 3년 가까이 수사를 끄는 것을 보면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모종의 압박이 아닌지 의심도 든다.
우리나라에 이제 막 뿌리내리기 시작한 기부문화가 형식적 법률 규정에 얽매여 근간이 흔들린다면 갈등을 해결해야할 사법 당국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셈이다.
기부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행위 중 하나다. 세금으로 메우지 못한 사회 그늘을 보듬어주는 것도 기부다.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도 기부 확대가 절실하다. 기부문화의 싹을 잘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