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조현아 전 부사장이 몰랐던 매뉴얼

[오동희의 思見]조현아 전 부사장이 몰랐던 매뉴얼

오동희 기자
2014.12.12 07:45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 했어야…선택받은 자라는 선민의식은 경계해야

[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벌 3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까."

 1년여 전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한 그룹의 A 총수와의 저녁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반 기업정서를 없애고 국내 대기업(소위 재벌)이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 변해야 한다는 기자의 지적에 A총수는 "속도가 좀 더디지만 변하고 있으니 애정을 갖고 조금만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재계 오너 3세 후배들이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선관주의의무'(善管注意義務)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오너나 경영자는 '선한 관리자'(선관: 善管)로서 주주들에게 부여받은 관리의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개인이 100% 지분을 가진 회사가 아니라면 누군가의 자본을 빌려 회사를 만들었기 때문에 오너나 경영자는 투자자나 주주의 '돈'을 맡아서 이를 잘 관리해야 하는 선관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선관주의의무는 민법(695조, 922조, 1022조 등)에 규정해놓았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로 인한 과실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진다는 규정이다.

 오너나 경영자의 역할이 '회사가 전부 내 것이니 회사나 직원을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주주를 대신해 잘 관리해야 한다'는 데서 선관주의의무는 출발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논란도 예외가 아니다. 승무원의 서비스 응대나 매뉴얼 숙지가 미숙해서 이를 지적한 것까지는 조 전부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이후 행동이다.

'대한항공은 아버지가 대주주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잘못 내재된 인식이 출발 직전의 비행기를 돌려세운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외 16인 31.44%)→한진칼(외 10인 47.08%)→대한항공'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한진칼의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권을 인정하더라도 50% 이상은 남의 돈을 맡아서 관리하는 입장이란 얘기다. 문제 지적을 넘어서 자가용 비행기를 돌리듯이 250명이 탄 비행기를 마음대로 돌린 문제는 다른 얘기다.

 A총수는 재벌이 비난받는 이유는 "기업이나 근로자를 개인의 사유물로 생각해 선관주의의무를 충실히 하지 못한 데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공용 비행기를 개인 전용기처럼 부리고 임직원을 '하인' 대하듯 하는 자세는 리더로서 바람직하지 않아 국민의 공분을 산 것이다.

또 사과문에서 직원들을 감싸기는커녕 거짓말과 변명을 하는 사람들로 폄하하는 등 '사과의 진정성' 결여도 역풍을 몰고 오는데 한몫했다.

 이는 올바른 경영자로서 선관주의의무에 충실하지 않고 '나는 특별한 선택을 받은 사람'이라는 선민의식(選民意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A총수는 재계 오너 1세와 2세와 달리 '재계 3세의 위험성' 중 하나로 선민의식을 꼽았다. 오너 1세대가 척박한 환경에서 밑바닥부터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했고 2세대는 그 아버지와 함께 '동지적 관계'로서 어려운 시기를 함께한데 반해 3세는 '온실 속에서 자란 화려한 꽃'으로 선택받아 성장해온 세대라고 지적했다.

 어려움을 몰라 현실인식이 떨어지고 사과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일반적인 삶의 매뉴얼을 배우지 못했다는 얘기다. A총수는 "누구도 (오너 자녀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아 타인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무슨 잘못을 했지?'라는 인식의 격차를 보일 수 있다"는 얘기도 했다.

 한국 경제계는 재계 3세로의 승계를 하나둘 눈앞에 두고 있다. 이 3세들의 자질에 따라 한국 경제의 미래가 좌우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성공한 할아버지와 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가정교육과 제대로 된 사회적응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야 이 사회가 안정적인 축을 유지하며 잘 굴러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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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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