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최근 몇 년간 유례없던 게임산업 진흥책을 내놓았다. 무려 5년 동안 23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인력관리(Person), 혁신(Innovation) 등 다양한 미사어구를 동원해 프로젝트 이름도 '피카소(P.I.C.A.S.S.O)'라고 붙였다. 이 가운데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지역 연고제를 통한 풀뿌리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나 모바일 혁명 다음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플랫폼에 7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 등은 칭찬 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가 '핵심 없는' 정책이라는 눈총을 사는 이유는 뭘까. 명확한 방향성이 없는 탓이다. 불필요한 규제 완화,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 변화 등 정부가 풀어줘야 할 당면과제가 고스란히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시장 자율에 맡겨져야 할 소소한 계획들이 담겨 있다. 때문에 정부가 책정한 2300억원의 예산이 자칫 허투루 쓰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모 대학교수는 "정부의 역할은 게임업계가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명확한 방향성을 세우지 않고 예산만 추진하면 오히려 살아야 할 회사가 죽고 프레젠테이션에 능한 지원금 사냥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프로젝트가 발표되기 일주일 전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 콘텐츠 수출을 늘리기 위한 콘텐츠산업 진흥 정책도 발표했다. 이 중 눈에 띄었던 부분은 한국 게임 개발자의 중국 진출에 대한 지원책이다. 진출·체류·복귀 3단계로 지원책을 펼쳐 한국 개발자의 중국 내 불공정대우를 방지하고 국내에 복귀할 때는 재교육을 해 다시 안착할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으로 개발자 유출이 아닌 개발자들의 중국 진출로 현재의 흐름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판단이 아닌 게임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한 결과 내린 판단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게임 산업의 중국 종속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해지자 '유출'을 '진출'로 바라보는 등 시각만 바꾼 것"이라며 "규제 일변도로 나왔던 정부가 장기 목표 없이 시각만 바꾼다고 해서 시장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피카소 프로젝트나 중국 시장 콘텐츠 수출 진흥책이 과연 고심을 거듭해 나온 해결책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