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의무교육 시대…엄마가 먼저 코딩 해보니

SW 의무교육 시대…엄마가 먼저 코딩 해보니

강미선 기자
2015.01.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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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코딩 체험기] 개발 툴 보편화·센서 비용저렴해 활용 쉬워…"학생들 실생활 체험으로 창의성 유도"

아두이노 프로그램과 회로기판, 램프센서를 이용한 반딧불 켜기
아두이노 프로그램과 회로기판, 램프센서를 이용한 반딧불 켜기

"해리포터의 머글(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마법을 쓸 줄 모르는 '보통 인간')에게 마법을 가르친다는 심정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16일 저녁 광화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본사 강당.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로 학창시절을 보낸 순수 문과 혈통의 기자에게 강사의 말은 자존심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한줄기 빛이 됐다.

수학·과학 책을 덮고 산지 18년. 공대 문턱이라도 밟았다면 소프트웨어나(SW)나 코딩(coding)이 뭔지 풍월이라도 읊겠지만 컴퓨터로 하는 일이라곤 웹서핑과 문서작성이 전부다.

하지만 2015년 한국은 'SW(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외치고 있다. 중학교는 올해 입학생부터 SW 수업을 의무 이수하고, 초등학교는 2017년 정식 교과목으로 가르친다. 강남 코딩학원에 아이들이 몰리고 SW입시설명회가 열릴 법도 하다. 기자로서의 호기심은 40%,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로서 SW에 까막눈이면 안되지 하는 교육열 60%가 발동해 코딩을 배워봤다.

◇개방형 개발도구로 30분만에 LED 램프를

이날 기자 20명 앞에 강사로 나선 김영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장은 정말 '머글'에게 마법을 가르치듯 SW와 코딩의 기본 개념부터 얘기하기 시작했다. 집안 가전제품에서 부터 엘리베이터, 자판기, 신호등 등 생활주변의 모든 사물들을 동작시키려면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작성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IoT(사물인터넷) 코딩이라고 했다. 사람 말도 알아듣기 힘든 마당에 컴퓨터한테 말을 하라니…. 알듯 말듯 머릿속이 뿌연 상황에서 바로 실습으로 들어갔다. 4시간의 개발자 경험, 기대보다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는 순간이었다.

시작은 오픈소스 기반의 개발 도구인 아두이노(Arduino)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부터다. 아두이노는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해당 사이트(http://www.arduino.cc)에서 무료로 쉽게 다운받을 수 있었다.

아두이노 회로기판
아두이노 회로기판

이어 작은 회로기판을 받았다. 시가 1만2000원 정도로 저렴하지만 다양한 기능을 가진 원보드 컴퓨터 아두이노다. 스위치나 센서에서 값을 받아 LED나 모터 같은 외부 전자 장치를 제어한다.

케이블로 아두이노 회로판을 컴퓨터에 연결한 뒤 코딩 작업에 들어갔다. 첫 번째 실습은 '반딧불 만들기'. 작은 LED램프 센서를 회로판에 꽂은 뒤 반딧불처럼 깜빡이게 만드는 코딩이다. PC 아두이노 프로그램에서 강사가 적어준 몇 줄의 명령어를 입력했다. "1000은 1초, 500은 0.1초. 램프가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는 명령어와 점멸기간을 입력하고…."

void, delay, loop 등 컴퓨터 명령어나 기호가 낯설긴 했지만 전공자가 아니니 당연할 터. 어깨에 잔뜩 힘을 준 채 독수리 타법으로 칠판의 명령어를 따라 입력한 뒤 LED 센서를 회로판 13번핀과 GND 자리에 꽂았다. 13번핀에서 1초간 플러스 전기를 공급해주고 GND를 통해 빠져나가도록 전기를 제어하는 것이라고 했다.

명령어 입력과 회로판 연결 작업을 무사히 끝내고 마우스를 클릭. 순간 빨간 램프가 반짝인다. '이게 뭐지? 된 건가? 야호!' 겉으로는 태연한 척 램프를 바라봤지만 속에서는 쾌재를 불렀다. 내 생애 처음 IoT 코딩에 성공한 것이다.

50원 동전 크기의 스피커 센서
50원 동전 크기의 스피커 센서

첫 실습에서 자신감을 얻고 나니 다음 작업부터는 두려움 보다는 기대가 커졌다.

'피아노 만들기'로 들어갔다. 50원 동전 크기의 스피커 센서를 회로판에 꽂고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도록 명령어를 입력한 뒤 선으로 연결하면 되는 작업이다. 도,레,미 등 각 음계에 해당되는 명령어를 입력하니 '찡~'하며 스피커에서 해당 톤의 전자음이 들린다.

빛의 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램프밝기가 조절되는 조도센서, 초음파 센서를 이용한 경보기 제작 등도 이 같은 방법으로 어렵지 않게 제작할 수 있었다.

화분 키우기부터 먼지 측정기까지..실생활에서 컴퓨터적 사고

4시간에 걸친 코딩 교육은 함수, 변수, 상수, 저항, 반복조건(while), 조건(if) 등 학창시절 수학, 과학 시간에 들었던 말들이나 컴퓨터 용어들이 튀어나와 간혹 긴장됐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SW가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이런 실습 과정이 익숙해진다면 컴퓨터 앞에서 단순히 키보드만 두드리는 게 아니라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접근할지, 다양한 해결 코드를 궁리하고 답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김 부장은 "코딩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라며 "요즘은 아두이노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개방형 개발 도구들이 많고 온도, 습도, 조도 센서 등 다양한 센서들을 매우 싸게 구입해 집에서도 IoT 개발을 하고 모아진 정보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사용한 조도센서는 개당 40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센서들도 몇십원 몇백원 수준이다. 일반인이나 어린 아이들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얼마든지 값 싼 센서를 구입해 집에서 다양한 IoT 실험을 하고 기기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김 부장은 지난해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와 집에서 상추가 자라는 환경을 코딩을 통해 측정했다. 센서를 구입해 카메라 등 측정기를 만들고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상추의 성장을 코딩을 통해 기록했다. 아이와 함께 코딩을 하고 기기들을 만드는 데 든 시간은 3일. 센서를 구입하고 설치하는 데 든 비용은 13만원이다.

김 부장은 "SW 교육도 공부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관심을 유도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교실에 먼지가 많다면 그냥 "청소해라"라고 할 게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보고 아이들과 함께 간단한 코딩을 통해 교실에 먼지 센서를 단 뒤 먼지를 측정해 램프가 깜박이면 물걸레로 다함께 청소하도록 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어린 학생들의 SW교육에 '컴퓨터적 사고(CT·Computational Thinking)'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식물 기르기'가 주제라면 키우는 방법을 동화로 읽고 요약한 뒤 다양한 질문을 통해 식물을 기르는데 필요한 것과 조심할 것들을 학생들이 적는다. 다음 시간에는 사람이 아닌 스프링클러 등 기구로 식물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다. 직접 식물을 키우면서 과정을 기록하고 차트와 그래프도 만든다. 자연 수업으로 보이지만 미국 한 초등학교의 SW 기초 교과다.

김 부장은 "아이에게 C언어가 이렇고 저렇고 등을 얘기하면 공부라고 여기기 쉽지만 생활 속에서 손쉽게 접근하면 아이가 먼저 관심을 갖는다"며 "한국의 SW교육도 기존 교육방식을 벗어나야 아이들에게 잠재돼 있는 창의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피커 센서를 이용한 피아노 연주
스피커 센서를 이용한 피아노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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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에디터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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