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감면' 매년 30조 쓰는 셈...일몰없는 '불사조'

'비과세·감면' 매년 30조 쓰는 셈...일몰없는 '불사조'

김평화 기자
2015.01.23 05:57

['재정 늪' 탈출, 씀씀이부터 잡아라]<1>지난해 일몰 예정 조세특례 53개 항목 중 7개만 종료

"비과세·감면 제도를 손질해 5년간 18조원을 마련하겠다"

박근혜정부가 출범 당시 세운 목표다. 깎아주던 세금을 제대로 받아 재정적자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지난해 정부가 비과세 또는 감면해준 세금은 32조981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해 말 일몰이 예정됐던 조세특례항목 53개 중 7개 항목만을 종료했다. 오히려 6개 항목을 신설했다.

담뱃세 인상, 연말정산 파동 등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세수 여건은 여전히 불안하다.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우려되고 있다. 비과세·감면은 '조세지출'이다. 걷을 세금을 안 걷는 것이 정부 입장에선 돈을 쓰는 것과 같다.

최근 개정된 세법에 반영된 비과세·감면 정비 수준으로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과세 감면 정비의 일환인 소득공제 제도 변경이 반발을 사고 있는 데는 규모가 훨씬 큰 다른 분야의 철저한 정비 없이 ‘중산층’에 대한 혜택만 거둬들인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비과세·감면, 어떻게 남용돼 왔나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비과세·감면 정비에 따른 연간 세수증대 효과는 1231억원으로 2013년의 세수효과(3조원)에 비해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비과세·감면 제도에 대한 정비 노력이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22일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비과세 감면항목 평가' 정책목적 달성도 부문에서 '미흡' 또는 '아주 미흡' 평가를 받았던 44개 비과세 감면항목 중 42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 항목들에 대해 지난해 정부가 감면해준 세금은 총 7조2119억원에 달한다.

비과세·감면은 여러 분야에서 남용되고 있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나 연구개발(R&D) 관련 공제도 재원조성의 분담 원칙에 따라 감면 우선순위를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소기업이면 무조건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제도 남용 사례로 꼽힌다. 현재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중소기업에 속하기만 하면 공제를 받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순보조 형태의 세액공제는 사라져야 한다"며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에 시한을 두든지 해야 하는데 정치적인 문제로 정부와 국회가 쉽게 없앨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비과세·감면, 세출구조조정 단골메뉴지만..

이처럼 비과세감면이 남발돼 온 것은 역대 정부가 비과세·감면을 조세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삼아온 탓이 크다.

예를 들어 이번 개정세법은 경력단절여성을 재취업시킨 기업에 세액을 공제해주는 정책이 포함됐다. 실제로 비과세감면을 통한 정책 효과가 있느냐 여부를 떠나, 이런식으로 비과세·감면 제도가 정책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자체가 정부의 곳간을 비운다는 지적이다.

'증세 없는 복지'를 천명한 정부는 세법을 개정할 때마다 비과세·감면을 축소시킨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지만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수단으로 새로운 비과세·감면을 매번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경제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비과세·감면 도입이 예상되는 이유다. 정부의 정책목표를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비과세·감면 등 조세지원제도가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몰 없는 '불사조' 비과세·감면

정부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 감면 정비율(축소·폐지 감면액/일몰도래 감면액)은 73%로 크게 상승했다. 직전 5개년 정비율(28%~45%)에 비하면 정부의 비과세 감면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다. 그간 정부는 사전 및 사후평가제를 도입하고 자체평가도 강화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비과세·감면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신규도입분) 및 심층평가(일몰도래분)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조사(평가)대상 선정기준·절차 등 세부적인 업무처리 기준을 마련했다. 세법 개정과 관련된 각 부처나 민간단체들의 조세특례 성과관리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사전준비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도 정부가 비과세감면 정비 과정에서 소득세부터 손을 대면서 시작됐다. 이전 세법은 개인사업자와 근로소득자의 형평성을 위해 근로자 공제를 허용했다. 38%의 높은 소득공제율을 적용받던 고소득 근로자는 세액공제로 바뀌게 되면 감면율이 15%로 떨어져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었다.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줄이기 위한 세법 개정이었다.

하지만 세법 개정 과정에서 정부는 세액공제 전환 시 고소득층은 물론 중산층과 저소득층도 연말정산 환급액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하지 못했다. 결국은 소급적용으로 연말정산을 환급시켜주겠다는 해프닝까지 연출됐다.

과다한 조세특례를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률이 도입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감면제도 정비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과세·감면 제도들은 각각 나름의 정책 동기와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비과세감면을 줄 때는 각각 상황에 맞는 논리가 있어 절대적으로 틀린 비과세감면은 찾기 힘들다"며 "하나하나 합리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전체가 줄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비과세·감면 총량제' 등 고려해야

결국 해법은 주요 비과세·감면 40~50개를 모두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른바 '팩키지딜' 방식의 접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각각의 항목마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매년 벌일 것이 아니라 모든 비과세·감면 대상들을 한 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와 국회, 납세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비과세·감면 상한액을 정하고 전체 감면율을 정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일종의 '비과세·감면 총량제'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개별적 접근으로는 어렵다'며 "정확한 감면총액을 정하고 그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새로운 감면 대상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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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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