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자문업체 '플레이비거(PlayBigger)' 보고서

최근 콜택시 앱 우버(Uber),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Airbnb) 등 2000년대 후반 설립된 스타트업들의 몸값이 수십조 단위로 뛰어오르면서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이른바 '테크 버블(Tech bubble)'이 일고 있다는 우려 섞인 진단과 버블이 아닌 스타트업 간 부의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실제로 우버, 에어비앤비, 왓츠앱 등 테크 기반의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우버는 기업가치를 412억 달러(약 45조2511억원)에 평가 받아 6개월 만에 몸값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200억 달러(약 22조원)에 달해 세계 유명 호텔체인 2·3위의 메리어트(159억 달러·약 17조8159억원)와 하얏트(84억 달러·9조4122억원)를 제쳤으며 1위인 힐튼의 기업가치인 219억 달러(24조5389억원)를 바짝 뒤쫓고 있다. 여기에 페이스북이 지난해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을 190억 달러(21조2895억원)에 인수하며 거품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한 켠에서는 테크 스타트업들의 이 같은 호황을 버블이 아닌 스타트업 간 빈부격차가 고착화되는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자문업체 플레이비거(PlayBigger)는 'Time to market cap'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지금의 실리콘밸리 테크 붐은 버블이 아닌 모든 부가 상위 1% 스타트업에 몰리는 스타트업 버전의 빈부격차로 봐야 한다"고 버블 논란을 일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스타트업계 승자와 패자의 간격은 더욱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플레이비거가 2009년 이후 설립된 성공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2000년대 초반 성공 기업들에 비해 약 3배 가까이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문제는 이 같은 성공이 몇몇 스타트업들만의 몫으로 돌아가는 '쏠림 현상'에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호황 물결 속에 요트는 순항하지만 조각배는 가라앉고 있다"며 "2000년 이후 10억 달러(1조1205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은 기업은 오직 80여개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이른바 상위 일류 기업이 이른바 '업계의 지배자'(Category Kings)으로 군림하며 2위 기업 조차 호황의 열매를 나눠먹지 못하도록 독식하고 있다. 예컨대 택시앱 업계 1위인 우버의 기업가치는 412억 달러(약 45조원)인 반면 2인자로 평가받는 리프트(Lyft)의 기업가치는 약 40분의 1 정도인 12억 달러(1조3446억원)에 불과하다. 또 업계 경쟁구도가 급속도로 굳어져 업력 6년 정도의 기업이 아직 업계 지배자가 되지 못한 경우 1위로 발돋움할 가능성은 제로(Zero)에 가깝다고 봤다.
이른바 '업계 지배자'는 페이팔(Paypal) 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이 창안한 '창조적 독점'과 연장선에 있는 개념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 분야를 개척해 강자의 자리를 선점한 기업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택시앱 업계를 선도한 우버, 숙박 공유 업계를 평정한 에어비앤비 등이 그 예다. 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업계 지배자들이 시장 전체의 약 70%의 기업가치를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스타트업계 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이유는 단기 고수익을 위해 '업계 지배자'들 찾기에 몰두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이들 투자자들은 위험을 꼼꼼히 따져 투자하던 기존 벤처 투자자들과 달리 새로운 업계 지배자가 출현하려는 순간 일단 몰려들어 자금을 넣고 결과적으로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끌어 올린다. 동시에 기업 지배자로서의 지위를 잃은 기업은 외면해 기업가치를 폭락시킨다.
팹닷컴(fab.com)도 2013년 6월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텐센트로부터 1억5000만 달러(약 1728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창업 2년 만에 총 3억 1000만 달러(약 3586억원)의 투자를 받아냈으며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1조1226억)에 달했다. 그러나 독일지사를 세우고 노르웨이 가구 회사를 인수하는 등 유럽 지역에 집중 투자하며 자금난을 겪게 됐고 1년 만에 기업가치가 1500만 달러(약 168억원)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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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현 스타트업계는 호황으로 버블이 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승자 독식 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은 빈부격차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확실히 더 부정하기 어려워 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