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전문기업이 일궈낸 BLU 기술 혁신

빛 전문기업이 일궈낸 BLU 기술 혁신

도강호 기자
2015.04.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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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 기술개발 현장을 가다 – 금호전기

금호전기는 회사명보다 ‘번개표’라는 제품명으로 더 유명한 조명 전문기업이다. IMF 외환위기와 국내 조명시장 침체로 부도 직전까지 가는 어려움을 겪은 금호전기는 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다. 그 첫 걸음이 LCD 백라이트유닛(BLU)용 냉음극형광램프(CCFL) 개발이다. BLU는 TV, 모니터에 사용되는 LCD에서 빛을 내는 장비다. 특히 CCFL은 BLU에서 실제 빛을 내는 부품으로 성능에 따라 LCD 영상의 밝기, 색감, 소비전력 등이 달라진다.

금호전기는 조명기기 제작경험을 바탕으로 BLU용 CCFL 국산화에 성공했다. 금호전기는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긴 2m CCFL을 개발하는 등 시장의 강자였던 일본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CCFL 국산화 이어 대형 LCD용 BLU 개발

2005년 금호전기는 CCFL 국산화에 만족하지 않고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목표는 대형 LCD를 위한 새로운 CCFL 개발이었다. 마침 삼성전자도 대형 LCD에 적합한 새로운 BLU를 필요로 했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금호전기는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의 수요자연계형 과제를 통해 정부지원금 41억 원을 받아 52인치급 대형 LCD TV용 BLU 개발에 착수했다. 기술개발의 핵심은 CCFL의 밝기를 높이는 것이었다. 램프의 밝기를 높이면 대형 LCD에 사용되는 램프의 수를 줄여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새로운 BLU를 위한 기술개발은 크게 세 부분에서 이뤄졌다. 우선 새로운 CCFL을 개발해 적은 수의 램프로 기존과 같은 밝기를 냈다. 색 재현율도 기존 제품이 실제 색상 대비 75% 정도였다면 새로운 CCFL은 95%에 이르렀다.

기술개발을 총괄한 김병현 금호전기 전무는 “새로운 CCFL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프리즘 시트 사용량을 줄인 점”이라고 말했다. 프리즘 시트는 분산되는 빛을 모아 더 밝아 보이게 만드는 필름으로 미국 3M이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CCFL은 충분히 밝아 프리즘 시트를 2장에서 1장으로 줄이거나 사용하지 않아도 됐다. 그만큼 BLU 원가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램프를 구동하는 인버터 회로에도 변화가 있었다. 램프 당 2개의 트랜스가 사용됐던 것을 하나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 복수개의 램프를 단일 구동 인버터로 점등시키는 기술을 적용하는데도 성공했다.

BLU에서 나온 빛을 고르게 퍼트리는 기술도 개선했다. CCFL이 밝아지고 개수가 줄어들수록 위치에 따른 밝기 차이가 생기는데 금호전기는 고성능 확산판과 자동화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금호전기는 이 같은 기술개발을 통해 32인치 램프 사용수를 16개에서 4개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어 46인치는 32개에서 16개로, 52인치는 48개에서 24개로 줄였다. 삼성전자는 개발사업이 완료되기도 전에 새로운 BLU를 적용한 LCD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원가는 낮추고 성능은 높인 금호전기의 BLU를 통해 삼성전자는 LCD 세계 1등을 굳힐 수 있었다.

축적된 기술력, 위기를 기회로

아이러니하게 금호전기의 기술 개발은 CCFL 시장의 위축을 가져왔다. LCD에 들어가는 CCFL이 절반으로 줄면서 전체 CCFL 수요가 감소한 것이다. 대만과 일본 기업들은 시장에서 하나 둘 밀려났다. 반면 기술을 고도화한 금호전기의 매출은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의 LCD 판매가 늘면서 금호전기의 CCFL 판매도 날개를 달았다. 수요기업과의 협력, 이를 지원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 기술개발 정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금호전기는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크기와 전력소모는 적으면서 더 밝은 빛을 내는 LED가 새로운 광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CCFL은 2012년 말까지 사용되고 LCD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됐다. 하지만 금호전기의 기술력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앞서 개발한 빛을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기술이 LED를 이용한 BLU를 만드는 데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축적된 기술력이 위기를 돌파하는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상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소재부품산업평가단장은 “소재부품 산업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변화와 바짝 뒤를 쫓는 경쟁자들로 늘 치열한 각축장”이라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부단한 노력으로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호전기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금속 터치센서다. 빛을 이용해 금속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것이라 금호전기의 기술력이 잘 반영될 수 있다. 특히 기존 터치센서는 대형화가 어렵지만 금호전기의 센서는 저항이 낮은 금속을 이용하기 때문에 20인치 이상의 TV나 모니터, 전자칠판 등에 사용이 가능하다. 빛 전문기업이자 80년 장수기업인 금호전기가 또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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