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홍상용 코트라(KOTRA) 도쿄IT지원센터장이 말하는 中企·벤처들의 일본 시장 공략법
일본시장 진출을 목전에 뒀거나, 타진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이라면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질문1, ICT(정보통신기술) 개발 속도를 감안해 일본 시장에서 가급적 2~3년 이내 수익을 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
질문2, 남들과 완전히 차별화된 모바일 상품·서비스로 공략하는 게 유리하다.
만약, 두 가지 물음에 모두 '예'라고 답했다면, 일본시장 진출을 일찌감치 접는 게 낫다.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무역관에서 만난 홍상영 해외IT지원센터운영팀장은 "일본 시장에선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대박'은 없다"며 "문화·비즈니스 방식 모두 이국(異國)이란 인식을 갖고 '역발상 전략'으로 접근해야 수출 성공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2001년 아이파크(i-park)라는 조직으로 출범한 도쿄IT지원센터는 지금까지 57개 한국 중소·벤처기업을 일본 시장에 안착시켰다. 현재는 17개사가 입주해 있으며, 바이어를 주선하거나 마케팅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IT업체들의 수출 전진기지인 셈.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주도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일본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는 추세다. 위험도가 높은 편이나 국내 IT중소·벤처기업들은 해외 진출을 위한 첫 관문으로 일본을 꼽으며, 불나방 진출을 감행한다. 가깝다는 지형적 이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시장을 뚫으면 다른 국가 진출도 그만큼 수월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별 준비 없이 서둘러 재기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일본시장 '룰'이 한국과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탓이다. 홍 센터장은 젊은 패기와 기술력만으로 밀어 부쳐 풀리는 시장이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초반 1~2년 바짝 투자" 안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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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센터장은 일본 시장 공략은 게릴라 전술 보다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며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으로 접근하라고 주문했다.
"일본은 시장 진입 초반 매출액이 크게 발생하지 않아요. 초반 1~2년간 집중 투자해 성과를 내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죠. 장기전에 대비한 체력 비축이 필요해요. 우리나라 20~30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다들 성급한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기술과 신규 시장이 열리는 초반에 공략을 제때 안 하면 찬스를 놓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홍 센터장에 따르면 일본 기업은 장기 거래를 선호한다. 2~3년차 '일회성 거래'는 사내 이해를 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이다.
"'10인(人) 10색(色)'이라는 일본 속담이 있어요. 10명이 모이면 10가지 이상의 의견이 나온다는 뜻이죠. 그만큼 일본 기업은 의견 일치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요. 한국에선 대표에게 말하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서 50인 이상 기업이면 의사결정 프로세서가 상향식(Bottom Up)이라서 절차를 모두 밟아야 해요. 이 때문에 무역상담에서도 일본 기업의 '즉답'을 기대하기 어렵죠."
이와 함께 문제 발생 시 구매담당 직원이 책임을 지는 상관습 때문에 단기 거래는 더욱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전에 없던 차별화된 기술로 진출한다 할 지라도 박수를 치며 반겨줄 일본 회사는 없다. 오히려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새 아이디어제품·서비스는) 시장개척이 어려워요. 지금까지 일본시장은 확인된 비즈니스에만 관심을 가져왔어요. 실적이 있고,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면 일본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힘들죠."
◇모바일 서비스 관심 일단락된 듯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서 성공한 모바일 앱(App) 서비스를 받아들이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여전히 '한국=IT테스트베드'라는 등식이 통한다. 국내 시장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모바일 서비스는 KDDI나 소프트뱅크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올해부터 비즈니스 투자 판도가 본격적으로 바뀌는 형국이다.
"일본 모바일컴퓨팅추진협의회(Mobile Computing Promotion Consortium, MCPC)와 논의해 본 결과 일본에서 모바일에 대한 관심도는 일단락된 것 같아요. 일본도 모바일 비즈니스에 대해 어느 정도 스터디가 다 된 거죠. 한국서비스를 벤치마크 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자신들의 후방부대에서 사업화시키는 단계에 들어갔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본에서 앞으로 가장 '핫'한 사업아이템은 사물인터넷(IoT) 기반 O2O(Offline to Online)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 민족'처럼 오프라인과 연계된 사업들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제와 같은 '마이넘버' 제도가 오는 10월, 공공기관 중심으로 시작됨에 따라 관련 보안시장도 열릴 전망이다.
"10년 간의 논쟁 끝에 '마이넘버'를 공공기관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죠. 추후에 은행계좌 등 민간기업으로도 확장하게 될 것이 분명해요. 이 때문에 일본 SI업체들은 한국에서 일어난 주민번호 유출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죠. 사이버 보안 시장 문이 한국기업에게까지 열리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미 NTT 데이터, 후지쯔, 일본 IBM 등이 잘 대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률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계약서 '함정'
홍 센터장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계약 체결 후 불리한 조항을 뒤늦게 알게 되면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질 수 있다. 계약 해지 요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보통 7~8년이 걸린다는 게 홍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 사이 회사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대부분 중소·벤처기업이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법률적인 검토만을 형식적으로 받아요. 법률상의 문제만 보지 이해득실에 관한 상황은 못보는 거죠. 일본 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불리한 조건이 있어도 가급적이면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나타나죠. 그러면 '한방'에 회사를 말아먹는 상황이 벌어져요. 예컨대 사후서비스(AS)는 제품공급업체인 한국 업체가 맡는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있다고 가정하죠.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나중에 사소한 문제까지 모두 처리하라고 요구해 올 겁니다. 이 같은 독박을 쓰지 않기 위해선 마케팅·경영측면에서 계약서를 볼 수 있어야 해요."
홍 센터장은 예컨대 다른 채널로 판매를 못하게 막는 계약서 조항이 있을 경우, '연간 얼마 이상의 제품판매를 보장한다'는 식의 문구를 집어넣는 등 입체적인 시각으로 계약서를 분석·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센터내 전문가 상담 서비스를 반드시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이 서비스는 매주 화·목요일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Q&A로 풀어본 일본 IT시장 진출
▶필요한 초기 비용은?
-SW(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을 예로 들면, 기업의 규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현지 거점의 직원이 3명인 경우 임대로·급여·대리점 발굴·고객 설명회 등 마케팅 활동에 소요되는 최저한의 자금은 연간 약 3000~5000만 엔에 이르는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SW기업은 진출 후 2년간은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를 고려한 본사 차원의 자금 지원계획의 검토가 중요하다.
▶실패 기업의 요인은?
-제품 설명서·카탈로그를 번역기로 자동 번역해 고객에게 배포하는 기업도 있다. 가장 큰 실패 요인은 사전 준비 부족이다.
▶회사조직 및 권한은?
-독립된 해외사업부를 조직해 최고경영자 또는 부사장 직속으로 둘 것을 권장한다. 해외 비즈니스는 제조, 기술, 연구개발 부문 등 모든 부서와 관련된 경우가 많아 조직의 어느 부문과도 쉽게 연계할 수 있는 위치와 권한 부여가 중요하다.
▶상품권 취득시 고려할 점은?
-제품명이 3~5자리 영숫자의 경우에는 상표등록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영문 본사명을 상표로 등록해 사용하면 된다. 영문표기만으로 광고 선전을 하면 호소력이 떨어질 수 있다. 카타카나 표기도 병행 등록하는 게 좋다.
▶접대 시 유의할 점은?
-최근 일본에서는 비즈니스 관련 접대가 줄어들고 있다. 거래가 합리적인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단계인 계약이전에 담당자를 접대하는 것은 '합리성'에 어긋난 행위로 간주돼 불리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