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보험금못줘", '소송남발' 보험사 뿌리뽑는다

"툭하면 보험금못줘", '소송남발' 보험사 뿌리뽑는다

권화순 기자
2015.06.03 12:00

금감원 '정당한 보험금 지급관행 확립방안'..올 하반기부터 적용

#. 말기암 환자인 A씨는 퇴원 후 경구용 표적항암제인 잴코리를 복용했다. B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그는, 입원 시 보험적용이 됐던 약값이 퇴원 후엔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잴코리는 한달 약값만 1000만원이 넘었다.보험사는 "약관상 퇴원 약제비는 보장이 안된다"고 거절했다. 그간 지급했던 보험금까지 돌려받기 위해 A씨를 상대로 소송도 제기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퇴원 시 처방받은 고가의 약제비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부당한 소송을 제기하면 과태료 1000만원을 물어야 한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누락방지 시스템을 구축, 여러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에게 보험금 전부를 지급한다.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면 보험사는 지연이자를 최고 15%까지 물어야 한다.

3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정당한 보험금 지급관행 확립방안'을 발표했다. 보험가입 때는 고객을 '왕'으로 모셨던 보험사가 보험금만 청구하면 갖가지 이유로 지급을 미루거나 거절하는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보험사는 올 하반기부터 '보험금 지급누락 방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같은 보험사의 여러 보험에 가입했는데, 계약자가 정작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험사는 전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향후 여려 보험사 상품 가입내역도 안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보험금을 덜 줘야 평가점수를 높게 받는" 보험사 성과지표(KPI)도 개선된다. 보상담장 직원 등에 대한 실적 평가 시 보험금 지급거절 실적을 빼고 보험금 신속지급 관련 평가요소를 추가하도록 금감원이 지도에 나선다.

'협상' 결과에 따라 보험금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관행도 사라진다. 정액형 상품에 대해서는 약관에 정해진 금액대로 보험금을 지급토록 해, 사실상 '보험금 지급협상'은 불가능해진다.

'툭하면 소송'하던 보험사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다. 보험사가 가입자를 상대로 계약무효확인소송, 민사조정 등을 제기해 압박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반기부터는 정당한 사유 없는 소송은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적용된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소송남발을 막기 위해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소송관리위원회를 보험사 내에 설치해 소송여부를 여기서 결정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 계약자도 "소송을 해야 더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자동차보험의 경우 약관상 운전자 과실 사망 위자료 상한이 4500만원인데, 소송을 제기하면 9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위자료를 판결액 수준으로 올리기로 했다.

또한 실손보험의 표준약관을 개정, 퇴원시 처방받는 약제비를 통원비가 아닌 입원비로 적용키로 했다. 그동안 퇴원 시 고가의 약값에 대해 보험사들은 "입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입원비) 지급을 거절했다. 통원비 한도는 회당 30만원, 입원비 한도는 5000만원인 탓이다.

권 부원장보는 "하반기부터는 보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미루면 지연이자를 올려서 적용한다"며 "4~8%의 보험계약대출이율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10~15%의 대출 연체이자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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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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