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단말기 현장 목소리 반영 안돼…영상통화 기능 떨어지는 中무전기, 무늬만 국산 둔갑 우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시범사업 발주를 앞두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부실 단말기가 공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세계 최초로 PS-LTE(공공안전 롱텀에볼루션) 방식 재난망을 구축하는 이유는 영상 등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재난시 신속 대처하기 위해서지만 사양이 떨어지고 가격은 비싼 단말기로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재난망 시범사업 지역인 강원도 이용기관(경찰, 소방, 지자체)을 대상으로 최근 단말기 타입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재난망 시범사업 전체 2496대의 단말기 중 무전기형 1300대, 스마트폰형 1196대로 수요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지자체 등 상당수 이용기관의 경우 직접 단말기를 보지 못한 채 설문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전기형은 화면 액정 아래 키패드가 있어 화면 크기가 2.2인치 수준에 불과하다. 일반 스마트폰 화면(4.8~5.1인치) 크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UI(사용자 인터페이스), UX(사용자 환경)가 영상 추적·조회 등 음성과 영상통화를 동시에 구현하는 멀티미디어 성능에 한계가 크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지자체는 대부분 단말기 샘플을 직접 보지 못해 전량 무전기 타입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무전기 타입은 통상적으로 튼튼할 것이란 인식이 있어서 거친 현장에 적합할 것 같아 고른 것인데, 화면 크기가 그렇게 작을 것이라고는 다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사용할 대상에게 제품을 직접 보여주지도 않고 수요조사를 실시한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무전기형 단말기의 경우 대부분 중국산 제품으로 중국업체만 배불릴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LTE 재난망 구축을 시도하는 국가들은 스마트폰 타입을 선호하고 있어서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무전기형은 그동안 국내업체 관심 밖이었기 때문이다. 가격도 무전기형 단말기 대당 가격이 180만원으로 스마트폰 타입 120만원 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한 중소 단말제조업체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들어가려는 일부 국내 업체들은 이미 중국산 무전기를 들여와 유통마진을 붙여 납품하려고 하고 있다"며 "재난망 예산이 깎이는 상황에서 일부 업체들의 유통마진만 올려주면서 고가의 중국산 무전기형 단말기를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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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재난망 총 사업 예산은 1조7000억원, 이중 시범사업 예산은 470억원 규모로 책정됐지만 이달 초 정부 예산 확정 과정에서 삭감됐다. 시범사업은 당초 계획 보다 약 7.2% 삭감된 436억원으로 확정됐고, 총 사업비도 당초 책정규모에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예산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인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시범사업이 제대로 안 되면 본사업에서 단말기 등을 다시 바꿔 예산 낭비로 이어지고 사업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7월말 늦어도 8월초까지 재난망 시범사업자를 선정해 강원도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당초 4월께 입찰을 실시한다는 계획에서 늦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