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가서 식품 사고, 마트 가서 옷 사고…유통가, 경계 무너진다

백화점 가서 식품 사고, 마트 가서 옷 사고…유통가, 경계 무너진다

김소연 기자
2015.11.09 16:49

신세계百, 식품매출 구성비 2011년 11.9%에서 올해 15%로 확대…소득 향상에 '건강>외모'

#송이경씨(38)는 퇴근길이면 습관처럼 백화점 지하 식품관을 향한다. 예쁘게 포장된 식자재를 둘러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오늘은 탐스럽게 익은 과일과 야채, 향신료를 구매했다. "저녁 뭐 해먹지?" 행복한 고민과 함께 백화점을 빠져나왔다. 송씨가 백화점에 매일 퇴근도장을 찍으면서도 의류 매장에 안 들린지는 수개월이 넘었다.

#김아연씨(29)는 대형마트에 장보러 갈 때 의류코너를 꼭 들린다. 질좋은 PB(자체브랜드) 의류를 시중의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다. 대형마트 안에 유니클로, 지오다노 등 중저가 의류브랜드도 입점해있어 쇼핑하기 좋다. 김씨는 "기본티셔츠나 니트는 품질 차이가 크지 않아 저렴한 마트 의류를 종종 이용한다"며 "세일하면 니트를 1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통업태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백화점에서 옷 대신 식품을 사고, 대형마트에서는 옷을 구매하는 등 고정관념을 깨는 소비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9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백화점의 '꽃'으로 불리웠던 여성의류 매출 비중은 매년 감소한 반면, 식품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1년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 중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1.9%에 불과했다. 그러다 2012년 12.4%로 확대된데 이어 2013년 13.5%, 2014년 14.2%에서 올해(1~10월) 15%까지 확대됐다. 여성매출 비중은 2011년 19.9%에서 2013년 18.3%로 줄더니 올 들어 16.3%까지 떨어졌다.

다른 백화점도 마찬가지여서 현대백화점은 2012년 전체 매출의 12.5%를 차지했던 식품군이 2013년 14.1%, 2014년 15.2%로 확대됐다. 올해(1~10월)는 14.9%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여성패션은 2012년 2.8%에서 2013년 3.7%로 확대됐다가 지난해 다시 2.9%로 감소했다. 롯데백화점도 식품 매출 구성비율이 2011년 9.6%에서 2012년 10.5%, 올해 11.6%로 차츰 확대됐다.

반면 대형마트의 경우 성장성 한계에 부딪혀 매출이 축소되는 가운데서도 의류매출은 증가했다. 이마트의 PB의류인 데이즈(DAIZ)는 매출비중이 2013년 11.3%에서 올해 11.6%로 소폭 확대됐다. 올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 신장했다. 특히 남성고객 구매가 늘어 데이즈 내 남성의류 비중은 2013년 43.4%에서 올해 45.7%로 확대됐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한국 패션시장규모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제품 유통채널 중 3년 연속 판매가 늘어난 곳은 대형마트가 유일했다. 대형마트의 패션제품 구매 비중은 2013년 상반기 11.9%에서 2014년 상반기 13.3%로 늘었고, 올해도 13.4%로 증가세다. 반면 백화점은 2013년 상반기 30.8%에서 올해 18%로 감소세다.

이처럼 백화점과 대형마트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실속형 소비·웰빙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거 비싼 의류 브랜드로 자신의 외면을 과시했다면 최근에는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좋은 먹거리를 소비하며 자신의 만족감이나 내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진 것이다. 브랜드가 드러나지 않는 로고리스(Logoless) 백이 인기를 끌고, SPA나 대형마트 의류 매출이 상승하는 것이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최신 트렌드를 제안하는 백화점들은 시대 흐름에 맞춰 식품관을 계속 발전시키고, 대형마트도 집객효과가 뛰어난 SPA나 마트 의류군을 확충하고 있는 것이다.

임훈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 상무는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의식주 중 '식', 특히 건강에 관심을 갖고 좋은 먹거리, 트렌디한 먹거리들을 많이 찾고 있다"며 "이에 최신 트렌드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백화점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패션보다 식품관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소연 기자

증권부 김소연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