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진연구자들이 털어놓은 국내 연구·정주환경

"우리도 매운 음식 좋아해요, 괜찮냐고 그만물어봤으면 좋겠어요."(제임스 머레이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연구위원)
"생에 처음으로 보게 될 벚꽃축제가 기대됩니다. 한국의 봄은 그 어느 나라보다 따뜻하고 화려한 것 같아요."(닷따라야 바갈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연구위원)
"연구 중인 물리 연구과제와 태극기가 묘하게 닮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흥분됐죠."(아이반 사벤코 IBS 복잡계 이론물리 연구단 연구위원)
우리나라에 대해 외국인 연구자들은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머니투데이는 국내 기초과학 연구의 산실인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함께 외국인 연구원 178명(전체 21.0%) 가운데 최근 한국에 정착한 신진연구자 제임스 머레이, 닷따라야 바갈, 아이반 사벤코 연구위원 등 3명을 선정하고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 처음 왔을 때 느낀점 등 연구·정주 환경 등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들어봤다.
◇육회비빔밥에 도전…英 가족들 까무라칠 것="서구권에선 기초과학연구비가 계속 줄고 있어요." 포스텍 연구실에서 쿠커비투릴(나노호박으로 불리는 호박 모양의 인공분자화합물) 활용법을 연구하는 머레이는 IBS 투자 매력에 이끌려 한국행을 택했다.
영국 리드대학 박사과정, 뉴캐슬대학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다 한국으로 온 머레이는 한국어를 제법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는 "한류 덕에 한국어를 배웠고, 식당에서 주문하거나 택시기사에게 길을 알려주는 등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머레이는 "업무 시간이 너무 길다"며 노동 강도가 센 국내 연구소 일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젊은 해외 연구자들이 한국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행이다. 머레이는 "최근에 아주 달콤한 육회 비빔밥을 먹었는데, 부모님께 육회 비빔밥 얘기를 하면 아마 까무라칠 것"이라고 말했다. 머레이는 특히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그는 "동료들이 매운 음식을 주문하면 괜찮겠냐고 여러 번 물어보곤 한다"며 "단지, 외국인이라서 매운 음식을 못먹을 것으로 보는 건 편견"이라고 말했다.
◇자정까지 연구하고 새벽운동…韓연구자는 '철인'=인도에서 지난해 11월 한국에 온 닷따라야 바갈은 강력한 한파로 신고식을 제대로 치뤘다. 그는 "연구소에서 저만큼 한국의 봄을 간절히 기다린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닷따라야 바갈은 인도와 독일을 거쳐 박사 후 연구원 자격으로 카이스트(KAIST)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인 장석복 교수의 연구논문을 읽은 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바갈은 "촉매 분야 권위자인 장 교수는 내게 많은 영향을 끼친 과학자"라고 말했다.
바갈은 "화학 연구분야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자주 시도되고, 참여 연구자 간 논의도 열정적으로 이뤄진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그는 국내 연구자들의 경쟁력으로 ‘철저한 자기관리’를 꼽았다. 그는 "독일과 달리 매일 자정까지 일하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 같다”며 "그런 과정에서도 빠짐없이 새벽 운동을 나가는 한국 연구자들은 철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어는 5000여개 이상의 방언이 존재하는 인도어보다 어렵고 내겐 그 자체가 도전"이라며 언어의 벽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태극기는 물리체계를 보는 듯해=아이슬란드, 핀란드, 러시아, 스웨덴, 브라질, 호주, 싱가포르 등 유명 연구소에선 모두 근무해 봤다는 아이반 사벤코는 제3의 물질이라 불리는 '마이크로 공동 엑시톤-플라리톤'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다.
사벤코는 도자기나 태극기 등 한국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그는 "최근 연구하고 있는 물리체계와 태극기가 묘하게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태극기=과학기(旗)'라는 독특한 해석을 내놔 관심을 이끌었다.
사벤코에 따르면 태극기 중앙의 파랗고 빨간 원(태극)은 '엑시톤(전자가 어떤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들뜬 상태의 입자)'이라는 입자를 연상시킨다.
또 태극기 가장자리의 사괘(건곤이감)는 '브래그 거울(유전체 거울)'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브래그 거울은 특정 파장을 반사시키는 물질이 붙여진 거울을 말한다. 이 양쪽 거울 사이로 빛이 모이게 되는 데 태극기의 모양이 묘하게 이 같은 현상과 닮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