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년 만에 기지개"...'43살' 고리2호기, 재가동 앞두고 몸풀기

[르포] "3년 만에 기지개"...'43살' 고리2호기, 재가동 앞두고 몸풀기

박건희 기자
2026.03.19 12:00

부산 기장군 고리 2호기, 이르면 29일 재가동
2023년 정지 이후 3년만
가동 시 국내 원전 이용률 2.1% 기여
부산시 전체 전력량 80% 규모 공급 가능한 양
고리 1호기는 본격 '해체' 시작…역사 속으로

18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취재 현장. 고리 제1발전소 부속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18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취재 현장. 고리 제1발전소 부속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18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고리 2호기의 터빈 건물에서 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재가동을 앞두고 몸을 따뜻하게 '데우는' 것이다. 2023년 4월 이후 3년간 멈췄던 고리 2호기가 이달 말 다시 움직인다. 이제부터 고리 2호기는 연간 약 50억킬로와트시(kWh)에 이르는 전기를 생산한다. 부산시민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80%를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양이다.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18일 고리2호기 재가동 준비 현장을 방문해 한수원으로부터 설비개선 및 안전조치 이행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 과정을 취재진에 전면 공개했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43년차 '베테랑 원전'이다. 2023년 4월 설계수명이 만료돼 가동을 중단했지만 원안위가 2025년 11월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을 승인했다.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이어도 기술·안전성평가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한수원은 앞서 2023년 3월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을 위해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18일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를 찾아 재가동 앞둔 고리 2호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18일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를 찾아 재가동 앞둔 고리 2호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재가동을 앞두고 고리 본부는 막바지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노후 원전인 만큼 낡은 설비들은 새것으로 교체하고 이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리하에 수행 중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재가동을 위한 필수·자체 설비 개선 작업은 대부분 완료한 상황"이라고 했다. 준비 기간 동안 주요 스위치와 밸브, 케이블 라인을 교체했다. 태풍, 지진에 대비한 안전조치도 강화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PAR(피동형 수소 제거 장치) 교체를 남겨둔 상황"이라고 밝혔다. PAR는 원전에 전기가 끊겨도 수소를 자동으로 제거해 폭발 위험을 낮추는 안전장치다.

고리 2호기 주변으로는 사고에 대비한 대형 차량이 배치됐다. 원전에 이상이 생기면 무엇보다 먼저 뜨거운 '붕괴열'이 거대 폭발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게 냉각수다. 냉각수는 원전 내부의 온도를 낮게 유지해 핵연료가 녹지 않게 한다. 그래서 원전 주변에는 냉각수 공급 차량이 배치된다. 원전의 모든 전원이 꺼지고 최종열제거원까지 상실되더라도 '최후 방책'으로 투입할 수 있는 트럭들이다.

한수원은 이달 26일 오전 5시까지 고리 2호기 계속 운전을 위한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가동을 위한 최종 시험 격인 '임계 전 시험'을 끝내면 원자력안전위원회와 KINS의 검토를 거쳐 재가동일이 결정된다. 이르면 이달 29일이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 1기만 재가동돼도 한국의 원전 이용률이 약 2.1%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원전 이용률은 매 연말 집계하는데, 한수원은 올해 목표치를 89%로 잡았다. 지난해 원전 이용률은 84.6%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부산 기장군의 한 마을에서 바라본 고리원전 2호기(오른쪽 두번째)와 영구 정지 8년 만인 지난 6월 해체가 결정된 고리원전 1호기(맨 오른쪽)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부산 기장군의 한 마을에서 바라본 고리원전 2호기(오른쪽 두번째)와 영구 정지 8년 만인 지난 6월 해체가 결정된 고리원전 1호기(맨 오른쪽)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첫 원전 해체 '고리 1호기' 이달 비방사선구역 철거

영구정지 상태로 해체를 앞둔 고리 1호기 원전 내부. 한수원 관계자가 18일 현장을 방문한 취재진에게 고리 1호기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영구정지 상태로 해체를 앞둔 고리 1호기 원전 내부. 한수원 관계자가 18일 현장을 방문한 취재진에게 고리 1호기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고리 2호기 바로 옆에 위치한 '한국 1호 원전' 고리 1호기는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국내 첫 원전 해체 사례다. 원안위는 지난해 6월 고리 1호기의 해체를 승인했다.

2017년부터 영구정지 상태를 유지해 온 고리 1호기의 내부는 오래된 폐공장처럼 조용하다. 터빈, 급수펌프 같은 주요 장치가 한창 가동 중일 때는 옆사람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요란했다고 한다.

한수원은 이달부터 고리 1호기의 비방사선구역을 철거한다. 이미 터빈 건물 3층에는 철거를 위한 비계가 줄지어 설치됐다. 두산에너빌리티(106,100원 ▼1,200 -1.12%)가 컨소시엄 주관사로, 2028년 5월까지 비방사선구역을 모두 해체할 계획이다. 이달 석면과 보온재를 철거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방사선 구역을 포함한 전체 해체 완료 시점은 2037년으로 예상된다.

최원호 위원장은 "최근 중동 상황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우리 정부는 안정적인 에너지와 전력 공급을 목표로 한다"며 "그만큼 고리 2호기의 재가동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전 가동률이 올라가려면 고장이 없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철저한 안전성 검토와 절차에 따른 운전이 중요하다"며 "필요한 사항을 잘 마무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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