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울리는 부동산 '거품']<中>청약 1위 단지도 웃돈은 '고작'…불법거래 부추기는 '떴다방'

지난 14일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동탄 더샵 레이크에듀타운' 분양현장. 이날 문을 연 모델하우스를 관람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입구 주변 도로엔 파라솔을 치고 명함을 나눠주며 호객행위를 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정식 부동산중개업자가 아니라 돈이 될 만한 분양현장만 쫓아다니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들이다. 정부의 단속 강화로 과열의 진원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 등 일부 분양현장에선 자취를 감췄다고 알려졌으나 수도권과 지방에선 아직도 활개를 치는 모습이다.
최근 2~3년간 수도권과 부산, 대구 등 일부 광역시에서 불붙은 아파트값 폭등 주범 중 하나는 떴다방 같은 투기꾼들이다. 실제 거주할 생각 없이 당첨된 분양권을 대거 매집해 높은 웃돈을 붙여 되파는 일이 입주 전까지 반복되면서 아파트값이 치솟는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한 떴다방 중개업자는 "동호수 당첨이 끝난 후에 분양권이 필요하면 사줄 테니 연락처를 남겨놓으라"며 "몇 달만 지나면 수천만원씩 피(웃돈)가 붙을 테니 빨리 사는 게 돈 버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떴다방이 분양권 거래를 조장하며 웃돈을 과도하게 형성하면 입주 시기에 맞춰 집값이 큰 폭으로 조정될 수 있다. 단기차익에 솔깃한 실수요자가 불법전매로 인해 계약 무효 등 법적인 피해를 떠안을 가능성도 크다.
◇ 청약률 높으면 '웃돈' 붙긴 하지만…
25일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분양한 대구 수성구 황금동 '힐스테이트황금동' 84㎡(이하 전용면적)는 올 들어 40건의 분양권(입주권 포함)이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 아파트로 전체 782가구 중 197가구를 일반공급해 1순위에서만 12만2563명이 청약해 무려 6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가장 높은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경쟁률이 발표되자 84㎡ 예상 웃돈이 1억5000만원 내외로 알려지면서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한 채당 4억2850만원에 분양했던 84㎡ 분양권(8층)이 이달 4억6612만원에 실거래됐다. 분양가보다 3762만원 웃돈에 거래됐지만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달 같은 평형 25층 입주권이 4억8700만원에 거래된 것이 최고가였다. 층과 향에 따라 금액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분양가보다 2000만~3000만원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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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약경쟁률 상위 5위안에 든 단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평균 경쟁률 423대 1를 기록한 경남 창원 의창구 '용지더샵레이크파크' 84㎡형은 분양한지 1년이 넘었지만 분양권 거래량이 9건에 불과하고 지난 7월 4층이 5억3693만원에 팔렸다. 분양가(5억2120만원)보다 1573만원 높다.
오히려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게다가 계약한 지 1년 이내에 분양권을 파는 사람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양도차익의 55%를 내야 하니 전매 차익은 훨씬 더 줄어든다.
물론 일부 단지는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만큼 비싼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지난해 청약경쟁률 상위 3위에 랭크된 부산 수영구 '부산광안더샵' 84㎡는 3억5350만원에 분양됐는데 최근 분양권 실거래가가 최고 4억8000만원에 이른다. 1년새 1억3000만원 가량의 전매차익을 거둔 셈이다. 양도세를 낸다고 해도 5850만원 가량을 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청약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단지들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결국 떴다방 등 투기꾼들의 '부채질'로 웃돈이 크게 붙을 것으로 기대했던 실수요자들은 입주 시점에 집값이 떨어지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 폭등에 추격 매수 심리까지 증폭되면서 불나방처럼 '묻지마 청약'에 나서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투기꾼들은 이미 벌 만큼 벌고 나갔고 애꿎은 서민들만 낭패를 보게 됐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