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첫 정기공연 '돈키호테'서 호흡 맞추는 황혜민-간토지 오콤비얀바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올해 첫 정기 공연 '돈키호테' 캐스팅 명단에 낯선 이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몽골 출신 발레리노 '간토지 오콤비얀바'다. UBC 사상 첫 몽골 발레리노인데다 입단 4개월 만에 주역을 꿰찼다. 그는 불혹의 베테랑 발레리나 황혜민과 함께 발레 '돈키호테'에서 호흡을 맞춘다. 간토지는 가난하지만 재치있는 이발사 '바질'역을, 황혜민은 그와 사랑에 빠지는 '키트리'역을 맡았다.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두 콤비는 이미 서로가 익숙해진 듯했다. 두 사람은 긴 말이 오가지 않아도 이내 각자 의도하는 바를 알아채고 호흡을 맞췄다. 연습에 돌입하는 순간 12살 나이 차도, 서로 다른 언어나 국적도 문제되지 않았다.
"평소 걱정이 많은 편"이란 황씨는 "간토지가 워낙 긍정적인 편이라 연습 자체가 재밌다. 또 새로운 무용수와 호흡을 맞추니 나 자신도 생기를 되찾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간토지는 "이미 내로라하는 스타(황혜민)와 호흡을 맞추니 매일 매일이 흥미진진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10세 때 부모님의 권유로 발레학교에 입학한 간토지는 몽골 국립오페라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며 백조의 호수, 지젤, 호두까기인형, 라 바야데르 등 다양한 작품을 소화했다. 자국 발레단에서만 10년, UBC는 프로 데뷔 이후 그가 처음 정식 입단한 외국 발레단이다.
"17살 때 몽골 국립오페라발레단에서 10년 동안 활동해 달라고 했어요. 그 땐 아무 것도 모르고 (정부에서) 집도, 돈도 준다고 하니까 10년 계약을 맺었는데 이제와서 돌이켜 보면 많이 아쉬워요. 어렸을 때 외국 발레단에서 활동하면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었을 텐데 그 기회를 놓친 것 같아서요. 더 넓은 곳에서 활동해보고 싶었어요."

간토지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이원국발레단을 통해서다. 지난해 5월 콩쿠르를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가 이원국 단장의 눈에 띄었고 12월에는 이원국발레단 객원무용수로 '호두까기 인형' 무대에 올랐다. 이후 오디션을 거쳐 올해 초 UBC에 정식입단했다. 그에게 UBC는 '꿈의 발레단' 중 하나였다. "꽤 오래 전에 유튜브로 UBC의 '백조의 호수' 영상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어요. 그 때부터 UBC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난해 운 좋게 기회가 닿았죠."
파트너 황씨는 "어른스러운 무용수"라고 그를 소개했다. "젊은 친구인데도 몽골에서 10년 동안 무대에 올라서 그런지 경험이 상당해요. '바질'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잘 살리는 데다 기본기가 훌륭해 고난이도 기교를 선보이는 '바질' 역에 딱 어울리죠."
독자들의 PICK!
입단한 지 얼마 안 돼 주역을 맡았단 부담감 때문일까. "악바리처럼 연습하고 있다"는 그는 '바질' 역을 소화하기 위해 틈틈이 자신의 연습장면을 녹화해 몽골의 옛 선생님과 동료들에게도 보내 피드백을 받는다고 했다. 정식 단원으로 처음 한국 무대에 서는 그에게 연륜이 묻어나는 황씨와의 호흡은 더없이 좋은 기회다. '돈키호테' 주역만 4번째인 황씨는 그를 자연스럽게 리드한다. 두 무용수는 "서로 또다른 자극제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어린 나이는 아니잖아요. (웃음) 어린 친구들처럼 발랄함이나 테크닉(기교)만으로 공연을 하는 때는 지났고 1막부터 3막까지 전막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힘과 원숙미가 제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황혜민)
두 무용수가 각각 꼽는 '돈키호테'의 명장면은 모두 3막이다. 간토지는 작품의 하이라이트 격인 3막의 그랑 파드되를 꼽았다. 발레리나를 한 팔로 머리 위까지 들어 올려 균형을 맞춰야 하는 '리프팅' 동작과 연속 점프, 여기에 발레리나의 32회전까지 고난도 기교가 응축된 부분이기 때문.
반면 황씨는 3막 1장에서 '바질'이 '키트리'와 결혼하기 위해 거짓 연기를 하는 부분을 꼽았다. 그는 "문훈숙 단장님이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몇 바퀴 도느냐가 아니라 극을 만드는 전체적인 이미지와 분위기'라는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다"며 "한 편의 드라마처럼 재미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부분이라 관객분들도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발레 '돈키호테'는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험을 다룬 세르반테스의 원작 소설과 달리 가난하지만 재치있는 이발사 '바질'과 매력 넘치는 여성 '키트리'의 유쾌한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두 콤비의 '돈키호테'는 오는 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